새마을금고에 '전문경영인'이 없었을까?
입력 23.11.17 07:00
취재노트
14일 혁신위원회 보고서
회장직 축소하고 전문경영인 도입이 핵심
권광석, 류혁 등 전문경영인 제도는 5년전부터 실시
회장의 비상근직 전환 불구 여전히 무소불위 권력
상근이사들도 각종 비위행위 난립
  •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위원회가 '100차례'가 넘었다는 회의를 통해 내놓은 혁신안의 핵심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겠단 점이다. 중앙회장에 과도한 권한집중과 견제가 미흡했기 때문에 지배구조개편의 필요성이 크다는 논리다.

    중앙회장에 집중한 권력은 새마을금고의 오래된 병폐중 하나인 것이 맞다. 6억원이 넘는 연봉에 수당, 그리고 인사권한까지 갖고 각종 이권에 개입할 여지가 충분한 자리였다. 350여명의 대의원의 환심을 산다면 얼마든지 연임이 가능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질 수 있었다.

    부작용이 한둘이 아니었기에 새마을금고는 이미 회장직을 비상근직으로 전환했었다. 2014년 법개정을 통해 새마을금고 회장직은 2018년부터 비상근직으로 전환했는데 외부 인사를 신용공제회대표로 선임하며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했다. 올해부턴 선거에 직선제도 도입한다.

    하지만 당시 '전문성'을 강조하며 신용공제회대표이사로 선임된 인사는 투자실무경력 10개월에 불과한 당시 권광석 우리PE 대표였는데, PE 대표로 부임한지 딱 3개월째였다. 권 대표 선임과 동시에 김기창 전무이사, 황국현 지도감독이사도 함께 선임됐다. 

    이후 권 대표가 우리은행장 자리를 맡으면서 새로 온 인물이 류혁 전 아이스텀자산운용 대표다. 당시 새마을금고는 2020년 5월 류 대표를 선임하며 역시 "전문성과 시장의 평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회장직을 비상근으로 전환하는 과정은 회장의 집중도를 낮추고 전문성을 강조하기 위한 목적이 강했다. 실제로 비상근으로 전환하면서 회장은 상근이사 추천 권한이 사라졌다. 

    이로 인해 권 전 대표이사 를 비롯한 상근이사들 모두 인사추천위원회를 통해 내정되고 대의원회의 결의를 거쳤다. 회장이 비상근으로 빠지면서 3명의 상근이사에게 힘이 실리는 구조가 마련될 것으로 전망됐는데, 이후 힘이 실린 상근이사들의 비위행위는 더욱 과감하고 또 대담해졌다.

    이렇게나 '전문성'을 강조하며 수차례 외부인사를 영입한 이후 벌어진 일이 최근 대서특필된 회장과 임원진의 각종 비위행위들이다. 중앙회 서열 1~4위에 해당하는 박차훈 전 회장, 류혁 대표, 김기창 전무이사, 황국현 지도이사 모두 검찰로부터 기소돼 현재는 재판을 받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 이번 혁신위원회는 경영대표이사 자리를 신설하는 '전문경영인제도' 도입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경영대표이사는 전무이사와 지도이사의 권한을 이양받고, 여기에 인사·예산·업무집행권을 행사한다. 기존보다 더 큰 권한을 갖게되는 자리가 생겨나는 셈인데 이에 대한 관리와 감시 기능을 갖춘 조직들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게다가 현재 상황만 두고 본다면 감사위원장은 회장의 최측근 인물로 분류된다. 물론 앞으론 외부 인사를 추천을 통해 감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단 계획이지만 이미 외부 인사로 구성된 '금고감독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외부 인사 영입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란 점은 명확해보인다. 

    현재 금고감독위원장은 대표적인 전관 출신 인사로 분류되는 김태주 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다. 감사위원회와 별개로 개별 금고 감독과 검사업무를 맡고 있지만 올해 검찰에서 혐의가 밝혀진 개별 금고 비위행위만해도 셀 수 없이 많다.

    몇몇 자리를 축소하고, 이사진을 개편한 후 외부 인사를 늘리면 조직이 쇄신할 수 있단 논리를 내세우는 건 어쩌면 가장 쉬운 해결책 중 하나 였을 것이다.

    현재 새마을금고 비위행위로 검찰에 적발된 인사들 대부분은 여전히 재판을 진행 중이다. 물론 검찰에서 확인한 혐의 외에 아직 더 드러나야 하는 여죄가 남아있을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새마을금고 내부적으론 검찰에 기소된 인물들 외에 이와 연관된 또는 업무적 연관성이 깊은 인물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는지는 미지수다.

    42명이 기소된 인물들과 같은 조직에서 유사한 업무를 수행한 인물들 상당수는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 

    구속수감된 기업금융부 소속 A팀장은 지난해 말 사모펀드 관련 저서를 출판했는데, A팀장을 포함해 총 6명의 기업금융부 소속 임직원이 공동저자로 등재돼있다. 현재는 A팀장을 제외한 5명의 임직원들은 모두 현직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중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논란을 비롯해 새마을금고 및 중앙회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서 징계 절차를 밟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새마을금고의 현재 상황은 내부통제 문제에 부동산 리스크가 덮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혁신위원회의 결론에서도 역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를 거론했다. 기업여신 심사와 규제를 강화하겠단 내용과 200억원 이상 공동대출 시 중앙회 참여를 의무화하겠단 내용이 담겼다.

    중앙회 차원에서 제대로된 리스크 관리가 이뤄질 수 있다면 개별 금고에서 발생할 공동대출 사고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겠지만 현재 중앙회가 직접 참여한 PF 사업장의 논란도 결코 적지 않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가장 기대를 모았던 감독권한을 금융당국으로 넘기는 내용은 역시나 포함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드러난 주요 인사들의 비위행위는 과거에서 숱하게 문제가 제기됐었고, 일부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안부의 사후 대처는 상당히 미흡했는데 결국 자체적으로 걸러내지 못하고 검찰이 직접 손을 대서야 문제점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혁신위원회가 내놓은 결과물은 진정한 새마을금고의 쇄신을 이끌어 내기 위해 진지한 고민이 담겨 있다고 보긴 어렵다. 전관과 전 회장의 최측근 등 내부자들이 모인 3개월짜리 혁신위원회가 40쪽짜리 보고서로 새마을금고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이제까지 새마을금고를 둘러싼 논란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