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머티, 제 2의 파두 될까? 이차전지 수급 '제로섬'도 시작
입력 23.11.20 07:00
17일 상장...'화제성' 몰이에 장중 공모가 대비 80% 상승
3분기 영업익 적자전환...'공모가 산출 근거 무너졌다'
'상장 후 실적 쇼크' 파두와 닮은 꼴...주가 급등 어려울듯
개인만 투자하는 이차전지...산업 내 순환매ㆍ변동성 전망
  • 공모 청약 과정에서 부침을 겪은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이하 에코프로머티)가 상장을 완료하며 증권가에 새로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당장 3분기 실적이 '어닝 쇼크'(기대 이하)를 기록하며 '제 2의 파두'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당장 에코프로머티 상장 당일 주가는 급등했다. 대신 이차전지주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며 이차전지주 내 수급 '제로섬'(강탈) 게임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개인투자자만 이차전지주를 매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때 그때 관심이 쏠리는 종목으로 자금이 이동하며 이차전지주 내 순환매ㆍ급등락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에코프로머티는 17일 코스피에 상장을 완료했다. 시초가는 공모가 3만6200원 대비 19% 높은 4만3000원으로 결정됐는데, 이후 개인 중심 순매수세가 집중되며 장중 6만5800원까지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공모가 대비 81% 높은 수준이다.

    에코프로머티는 수요예측 과정에서 국내 기관들의 외면으로 인해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당초 기관들 사이의 적정 공모가 컨센서스(평균 예상치)는 공모희망가 밴드 최하단에서 20% 더 할인한 3만원 안팎이었다. 

    지난 6일 정부가 전격적으로 공매도 전면 금지 정책을 내놓으며 기사회생했다. 이차전지주에 숏커버링(공매도 상환을 위한 매수)이 몰렸고, 이로 인해 이차전지주가 전반적으로 폭등하며 에코프로머티 또한 가까스로 공모 청약을 진행할 수 있었다.

    17일에도 에코프로머티는 '화제성'의 덕을 봤다는 평가다. 이날 에코프로머티의 거래대금은 2조원을 넘어섰다. 종목명이 비슷한 BGF에코머티리얼즈 주가가 뜬금없이 장중 17% 이상 급등했다가 급락하는 해프닝이 빚어질 정도였다.

    한 자산운용사 공모주펀드 운용역은 "전날 밤 미국 증시가 보합권으로 마무리됐고 일본ㆍ중국도 보합권에 머무르는 등 특별한 방향성과 주도주가 없는 상황에서, 에코프로머티의 거래량이 폭발하며 관심을 끌어모았다"고 말했다.

    당장은 주가가 크게 오르며 한숨 돌렸지만, 현 수준의 주가를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장 3일 전 발표한 에코프로머티의 3분기 실적은 실망스러웠다는 지적이 대다수다. 3분기 매출액은 240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33%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69억원 손실로 적자전환했기 때문이다.

    에코프로머티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86억원, 순이익은 6억원으로 전년동기의 389억원, 155억원 대비 각각 마이너스(-) 78%, -96% 줄어들었다. 에코프로머티는 지난 14일 실적 공시 이후 논란이 커지자 대표이사 명의의 주주 서한을 통해 '광물 가격 하락과 원자재 재고 부담으로 수익성이 좋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어닝 쇼크'는 당장 공모 절차가 진행된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만 해도 예상할 수 없었던 이슈라는 지적이 나온다. 에코프로머티는 증권신고서에서 '2023년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91억원으로 연환산시 직전연도 대비 13.4%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이 2020년 이후 일부 정체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나 이는 막대한 설비투자로 인한 착시현상'이라고 설명했던 바 있다.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증권가에선 당장 공모가 산출 근거가 무너졌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에코프로머티는 상각 전 이익 대비 기업가치(EV/EBITDA)를 통해 공모희망가 밴드를 산정했다. EBITDA는 영업이익에 감가상각비를 더한 것인데, 에코프로머티는 상반기 실적을 연환산한 310억과 최근 12개월 영업이익 189억원을 계산에 활용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86억원에 그쳤음을 고려하면, 에코프로머티는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2~3배 이상 이익을 부풀린 것과 다름 없게 된 상황인 것이다.

    이는 최근 크게 이슈가 된 '파두 사태'와도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8월 상장한 파두는 2분기 매출액이 전년동기대비 98% 감소하며 주가가 급락했다. 현재 40%에 가까운 손실을 보고 있는 공모주 투자자들은 IR을 진행할 당시에 2분기 매출 공백을 인지했는지 여부를 두고 소송전을 예고하고 있다.

    한 공모주펀드 운용역은 "수요예측 당시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이 줄어들 거라 인지하긴 했지만, 가이던스(미확정 전망치)가 이렇게 한 분기만에 갑자기 무너질 거라 예상하진 못했다"며 "이달 초만 해도 에코프로머티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320억여원, 순이익 전망치는 220억여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에코프로머티의 상장 이후 이차전지주 내 수급 제로섬 게임이 시작됐다는 관전평도 제기된다.

    에코프로머티가 상장한 17일 에코프로는 5%, 전방 고객사인 에코프로비엠은 3%대 주가 하락을 기록했다. 포스코홀딩스ㆍ포스코퓨처엠ㆍLG에너지솔루션ㆍ삼성SDI 등 주요 이차전지주들도 빠짐없이 지수 대비 큰 낙폭을 보였다.

    이를 두고 증권사에서는 이차전지에 쏠려있는 개인투자자들의 수급이 '화제성'있는 종목으로 옮겨가며 타 이차전지 종목에 악영향을 준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지난 6일 이후 2주일간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는 이차전지주에 집중됐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 순매수 종목 상위 10개 중 6개가 이차전지 관련주다. 반면 국내 기관과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비롯, 그간 낙폭이 컸던 대형주와 지수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위주로 매수를 진행했다. 이 기간 이차전지주는 기관ㆍ외국인 모두 꾸준히 순매도하는 모습이었다.

    한 증권사 트레이더는 "이차전지주를 개인투자자만 매수하는 상황에서, 제한된 유동성을 개별 종목들이 나눠먹는 장세"라며 "이 경우 그때 그때 이벤트에 따라 주목받는 종목의 주가는 치솟고, 그렇지 못한 종목의 주가는 유동성이 빠져나가며 이차전지주 내에서도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