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하나·SC銀에서 3500억원 대출 연장…"미착공·우발채무 우려는 여전"
입력 23.11.20 07:00
작년 말의 유동성 리스크, 올해는 사전 차단 목표
"여전히 미착공 현장 비중·우발채무 규모 우려"
  • 롯데건설은 작년 11월 하나은행(2000억원)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1500억원)에서 받은 대출을 연장한다. 지난해 불거진 유동성 이슈가 또 터지는 걸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자금을 확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건설의 미착공 건설 현장의 비중이 높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규모가 여전히 큰 점을 감안할 때 재무적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긴 아직 이르단 평가가 나온다.

    롯데건설은 하나은행과 체결한 여신거래약정에 롯데물산이 자금보충약정을 체결했다고 15일 공시했다. 롯데건설이 대출금을 상환할 재원이 부족할 경우 계열사인 롯데물산이 자금을 보충하는 약정이다. 약정액은 2400억원으로 롯데건설이 하나은행에서 차입한 금액 2000만원의 120%다.

    롯데건설은 이번 계약은 신규 대출이 아니라 지난해 11월 하나은행에서 차입한 2000억원을 만기 연장하는 거래란 설명이다. 금리는 5% 전후, 만기는 1년이다.

    이어 롯데건설은 작년 11월 16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과 체결한 1500억원의 여신거래약정도 1년 연장한다고 밝혔다. 롯데물산이 작년에는 1800억원 자금보충약정을 맺었지만, 이번 연장 건에는 자금보충약정을 맺지 않는다. 

    롯데건설은 "롯데건설의 자금 상황이 나아진 영향이다"고 말했다.

    지난 9월에도 롯데건설은 KB국민은행에 일반대출로 2000억원을 조달했다. 이외에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국내외 금융기관과 접촉했었고 시장에선 조달 규모가 최대 1조원까지 거론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롯데건설이 자금 확충에 힘을 쏟는 이유는 작년과 같은 유동성 이슈가 재발하지 않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롯데건설은 작년 10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자금시장 경색에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진 바 있다. 자금난을 겪는 롯데건설을 위해 계열사들이 전방위 지원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계열사 차입·유상증자·금융권 차입 등으로 1조4500억원의 자금을 수혈받았다. 이에 롯데건설은 롯데그룹의 유동성 '블랙홀'로 평가받기도 했다. 현재 롯데건설은 계열사 단기차입금을 모두 상환했다.

    롯데건설은 작년 말 5980억원에 불과했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올해 3분기 기준 1조9668억원으로 228.9% 증가했다. 보유 현금은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미착공 현장 비중은 높고 PF 우발채무 규모가 과중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연결 기준 자기자본 대비 주의·위험 PF 보증액 비율은 146.3%다. 이는 한국신용평가가 신용등급을 부여한 도급사업 PF 보증액 1조원 이상 건설사 중 두 번째로 높다. 

    또 도급사업 관련 PF보증(약 5조3000억원)의 경우 미착공사업장 비중이 77%로 향후 사업에 차질이 생길 경우 PF차입금의 상환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업 경기가 전반적으로 불확실하다 보니 롯데건설은 자금 시장이 안 좋아질 걸 대비해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그러나 미착공 현장의 사업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아직 재무적으로 안정화했다고 보긴 어려운 단계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