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해진 IPO 심사…한국거래소 임원 영입하는 대형 로펌들
입력 23.11.21 07:00
'빠른' 상장에서 '바른' 상장으로 기조 변화
거래소, 상장에 지장 가는 법적 이슈 꼼꼼히 확인
  • 최근 대형 법무법인(로펌)에서 한국거래소 출신 인력을 다시금 영입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거래소가 상장 과정에서 법률 의견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공개(IPO) 시장 침체기에 거래소는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사안을 방지하겠다는 목적이다.

    올해 법무법인 광장은 송영훈 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를,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라성채 전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를 영입했다. 이들은 현재 IPO를 포함한 다양한 거래소 관련 업무에서 고문 역할을 맡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거래소 출신 인사가 로펌으로 향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 2020~2021년 대형 로펌이 거래소 출신 인력을 잇따라 영입한 바 있다. 당시엔 공모주 흥행으로 IPO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거래소 출신 로펌 고문은 주로 '상장 예비심사' 자문 분야에서 활약했다. 거래소 심사역의 평가 기준을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거래소 심사에서 통과하기 수월한 청구서 작성 방안을 발행사 또는 주관사에 조언하는 식이다.

    다만 최근 영입 움직임은 과거와 달리 '빠른' 상장이 아닌 '바른' 상장을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IPO 호황기가 끝난 이후 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 통과도 쉽지 않다. 상장 과정이 어려워진 셈인데 최근엔 거래소에서 로펌의 법률 의견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IPO 열기는 과거 대비 식었지만 여전히 소액주주의 공모주 관심은 크다. 이에 거래소는 로펌의 법률 의견서를 받아 지배구조·고밸류·쪼개기 상장 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이슈들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상장에 나선 기업의 과거 업무가 상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지 법률 의견서로 판단할 수 있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다수의 비상장 기업이 상법에 근거하지 않고 내부적으로 알음알음 처리해 온 일이 많다"며 "주관사는 이러한 상법 위배 내용이 상장에 지장을 주는 사안인지 판단하기 애매할 때가 많은데, 이 경우 로펌의 법률 의견서를 받으면 수월하게 상장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로펌 입장에서 수수료는 많지 않지만 추후 해당 기업과 연계한 영업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기 위해 IPO 자문에 나선다는 평가도 있다. 일반적으로 로펌은 계약을 맺은 증권사 IB나 자문을 제공한 발행사에서 수수료를 받는데 그 규모는 일반적인 기업 자문에 비해 적다.

    주관사의 경우 상장 과정에 로펌이 깊숙이 개입하게 된 상황에 복합적인 입장이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법률 의견서를 검토하고 반영하는 데 시간이 소요되며, 일이 많아지는 건 사실"이라며 "다만, 법적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