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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은 지난 6일 성장사다리펀드2 위탁운용사 선정 공고를 냈다. 산업은행과 은행권청년창업재단, 중소기업은행 등이 5년간 1조원을 위탁운용하는 사업이다. 운용사는 모(母)펀드를 결성한 후 딥테크(기저기술), 기후대응, 세컨더리, 매칭 등 분야 자(子)펀드 운용사를 선정하는 일을 맡게 된다.
이번 펀드는 첫 성장사다리펀드 때와 여러가지가 달라졌다. 1호 때는 산업은행 등의 신규 출자금 1조8500억원을 운용했다면, 이제는 규모가 1조원으로 줄고 출자금도 회수 자금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펀드 기간은 투자 10년, 존속 20년에서 5년, 15년으로 각각 단축됐다. 매년 운용사에 대한 성과 평가도 하기로 했다.
가장 큰 변화는 운용사를 공모 방식으로 선정한다는 점이다. 2013년 출범한 1호 펀드는 정책적 목적으로 처음으로 조직을 꾸린 것이다 보니 경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공모 방식을 택했다. 1호 운용사인 한국성장금융 외 다른 민간 운용사간 경쟁을 붙이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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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금융은 2016년 산업은행에서 별도법인으로 떨어져 나왔다. 관(官) 성격의 자금을 많이 받지만 민간 운용사의 성격도 생겼다. 정부 측 지분이 많으면서 감사원 감사를 받지 않는다거나, 민간인데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는 양갈래 지적을 받았다. 재정이 투입된 사업을 한 곳이 맡아도 되느냐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한 정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재정이 들어가는 사업은 한 곳에 맡기지 말고 공모를 통해 경쟁을 붙이라는 지적이 있다”며 “10년 전엔 모펀드 운용사는 성장금융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민간도 모펀드를 운용할 역량이 되기 때문에 더 잘할 곳을 찾아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성장금융 입지는 좁아졌다. 경영진 인선 문제로 정부와 금융당국의 눈밖에 났을 것이란 의견이 있었다. 4호 기업구조혁신펀드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빼앗겼다. 캠코가 철저히 준비한 덕이지만, 이면엔 정부와의 우호적 관계가 있었을 것이란 시선도 있다. 역할이 줄어들자 인력 이탈도 이어졌다.
지난 8월에는 1호 성장사다리펀드 투자 만기가 돌아왔다. 1호 펀드는 3조3000억원을 출자해 20조5000억원 규모 자펀드를 결성했고, 10년간 국내 벤처투자 규모를 5배(2022년 51조2000억원)로 키우는 데 기여했다. 운용 성과도 양호해서 하위 펀드 회수자금을 다시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한계도 있었다. 지난 9월 정부는 성장사다리펀드가 업력 3~10년의 안정 단계에 접어든 기업에 주로 투자(60% 이상)했으며, 첨단기술 등 위험성이 높고 민간이 기피하는 영역에서의 시장 조성자 역할이 미미했다는 점을 짚었다. 아울러 모펀드 운용사를 장기간 경쟁없이 뒀고, 고정된 운용보수 구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활동할 유인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성장금융을 질책한 것이란 평가다.
이에 민간에서도 성장사다리펀드 운용사 자리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운용 기간 동안 기본 관리보수만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실적에 따라 추가 관리보수에 성과보수까지 받을 길이 열렸다. 대규모 정책 목적 자금을 운용한다는 상징성과 명분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미 민간 운용사가 부상하는 모습이다. 작년 뉴딜펀드는 한화자산운용이 운용 업무 일부를 가져갔고, 올해 혁신성장 재정모펀드는 신한자산운용이 성장금융과 함께 운용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외에 IBK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키움자산운용, 멀티에셋자산운용 등이 정책성 자금 운용에 관심을 보여 왔다. 우리자산운용은 올해 성장금융 출신 인사들을 영입하기도 했다.
민간 운용사들은 성장사다리펀드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산업은행이 몇 곳의 운용사를 뽑느냐에 주목했다. 성장금융이 10년간 이 일을 전문적으로 해왔으니 한 곳만 뽑는다면 사실상 성장금융에 주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느냐는 우려가 있었다.
공고가 나기 전 한 민간 운용사 임원은 “2곳을 선정하면 성장금융+민간이고 1곳이면 성장금융을 주는 것 아니냐”며 “내부에서도 성장금융의 역량을 어떻게 이기겠느냐, 정부의 지적을 보면 성장금융에 돈을 주지 않을 수도 있지 않느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성장사다리펀드2 운용사 한 곳을 뽑기로 했다. 단 지원 현황 및 심사과정에서 선정 운용사 수를 변경할 수 있다는 단서를 뒀다. 민간 운용사 입장에선 단독, 혹은 공동으로 사업을 따낼 여지도 생긴 셈이다.
한 두해 사이 산업은행과 성장금융의 위치는 대등한 정책 수행자에서 자금 집행자-자금 요청자 관계로 달라져 있다. 산업은행이 성장금융의 편의를 봐줄 이유가 많지 않다. 진짜 경쟁 상황을 맞닥뜨린 성장금융으로선 지난 성과에 대한 분석과 반성, 확고한 미래 비전 설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앞으로도 경쟁을 기본 전제로 사업 전략을 짜야할 것으로 보인다.
한 산업은행 관계자는 “민간에서 공모를 거쳐도 어차피 성장금융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한 것을 알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1곳을 선정하겠다 했지만 성장금융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고 순수하게 공모 경쟁을 거쳐 운용사를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전 출범하며 '유일 모펀드 운용사' 지위
2호펀드에선 공모 방식으로 민간과 경쟁 예고
성장금융, 경험 앞서지만 위상은 예전만 못해
정부는 '한계' 지적…순수 능력에 결과 갈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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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3년 11월 1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