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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부터 시작된 물류센터 시장 침체가 하반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손실이 불 보듯 뻔하니 선매입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는 운용사, 자금 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시행사·대주단 등 시장 참여자의 갈등이 복잡해 단기간 내 해결하기 어려워 보인다.
최근 A 신탁사는 수도권의 한 물류센터 개발에 차질이 생겼다. 지난 2021년 A 신탁사는 인수 주체로 리츠를 내세워 B 운용사에서 해당 물류센터를 매입했다. 이후 A 신탁사는 저온과 상온 물류센터가 함께 있는 복합물류센터로 개발에 나섰다. 당시 매매가가 300억원 중반대였으며, A 신탁사는 100억원 중반대를 에쿼티로 투자했다. 예상 준공 시기는 2026년이다.
PF 대출 만기는 오는 12월이다. 임차인을 확보했다면 담보 대출을 통한 차환(리파이낸싱)을 검토할 수 있겠으나, 문제는 아직 임차인을 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A 신탁사는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출금을 갚지 못해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할 경우, PF 대주단은 당장 자금 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리츠를 통해 투자한 주주들은 전액 손실도 피할 수 없다.
인천 중구 항동 저온물류센터는 여전히 선매입 약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선매입 약정은 물류센터가 준공되면 사전에 정한 가격으로 인수하겠다는 계약이다.
지난 5월 마스턴투자운용은 인천 중구 항동 물류센터에 잔금 납입을 미루다 최종 매입을 거부했다. 이미 준공이 완료됐지만, 마스턴투자운용은 매도인 측이 매매종결 선행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거래 불발 이유를 밝혔다. 하도급 공사비 지급 완납을 요구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마스턴투자운용은 펀드를 설정해 해당 물류센터를 선매입하기로 약정했다. 펀드에는 IBK투자증권·현대차증권·하나증권이 출자 비율대로 약 900억원 규모의 수익증권 인수 확약을 제공했다. 메리츠증권은 펀드가 해당 물류센터를 매입할 때 1100억원가량의 담보대출을 하기로 계약했다.
마스턴투자운용이 선매입 약정을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이면에는 펀드에 자금을 대기로 한 IBK투자증권·현대차증권·하나증권이 수익증권 인수 확약을 지키지 못한 셈이다. 약정 이행을 할 경우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인천 중구 항동 물류센터에 개발자금을 대출한 금융사는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으나, 선매입이 이뤄지지 않으면 EOD를 선언하고 경매를 통해 자금을 회수할 수밖에 없다. SC은행·BNK캐피탈·IBK캐피탈 등 7개 금융사가 각 100억~300억원씩 총 1650억원의 PF 대출을 집행했다. 다만, 물류센터 공급 과잉으로 매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마스턴투자운용은 "물류센터 시장 상황이 어려워져 최종 매입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며 "매도자 측에서 매매확약 조건을 지키지 않아 거래가 무산됐다"고 해명했다. 시행사·대주단 등 매도자는 마스턴투자운용이 손실을 피하려고 거래를 중단하는데, 책임을 매도자에 떠넘기기 위해 빌미를 잡고 있다고 비판한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기관 투자가들이 물류센터 물량을 확보해 수익을 남기기 위해 경쟁적으로 선매입 계약에 나섰다. 시행 사업자 입장에서는 우량 투자자의 선매입 약정이 있으면 개발에 따른 손실 위험 부담을 덜고 PF 자금 조달도 쉽게 할 수 있다.
물류센터 공급물량이 역대 최대 규모로 넘치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물류센터 시장은 647만9338㎡(196만평) 공급이 예상된다. 2021년 연평균 공급량인 204만9586㎡(62만평)의 3배 수준이다. 지난 수년간 착공에 나선 사업장이 늘어난 영향이다.
수요는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기업인 CBRE에 따르면 상반기 수도권 물류센터(연면적 3만3000㎡ 이상) 평균 공실률은 17%로 지난해 10% 대비 7%포인트 늘어났다. 저온 물류센터 공실률은 42%다.
상황이 어렵다 보니 인허가를 받고도 착공을 진행하지 못한 경우도 빈번하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에 따르면 작년 수도권에서 인허가를 받은 물류센터 개발 건수는 148건이다. 그러나 이 중 79.7%인 118건이 착공하지 못했다. 완공은 2건에 그쳤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물류센터 시장은 상반기보다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며 "선매입 약정 이행, 임차인 확보, PF 대출금 회수 등의 이슈로 매도자(시행사·대주단 등)와 매수자(운용사 등)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해결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임차인 못 구해 PF 대출 못 갚는 개발사
PF 대출 연장과 경·공매 갈림길에 선 대주단
손실 불가피하니 선매입 약정 이행 못 한다는 투자자
PF 대출 연장과 경·공매 갈림길에 선 대주단
손실 불가피하니 선매입 약정 이행 못 한다는 투자자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3년 11월 2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