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자문사 확정부터 잡음…벌써 험난한 아시아나 화물 매각
입력 23.11.29 07:00
삼정KPMG,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 돕고 있지만
매각 주도자 대한항공 감사인으로 ‘독립성’ 문제
아시아나에 삼정 고용 요구했지만…난색 표한 듯
  •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부터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이 자문사를 선정해 매각 준비 작업을 해줄 것을 원하고 있는데, 기업결합 승인 조건으로 매각을 실행하면 되는 아시아나항공은 먼저 나설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일 임시 이사회에서 EC 측에 제출할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 제출에 대한 동의 여부’ 안건을 찬성 가결했다. 우여곡절 끝에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을 매각할 수 있는 길이 열렸는데, 이후 작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대한항공 입장에선 최대한 빨리 EC에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 계획을 전달해야 한다. 지금까지 투자설명서(IM) 작성 준비 등 지원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진 삼정KPMG에 평가 등 본격적인 매각 업무를 맡기는 것이 수월하다.

    그러나 삼정KPMG는 대한항공의 감사인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의 기안자이자 사실상의 수행자이긴 하지만, 대한항공이 직접 나서 삼정KPMG를 고용하고 M&A나 가치평가 등 비감사 업무를 맡기면 감사 독립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에 삼정KPMG를 고용해 매각 절차를 진행해달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은 자의로 화물사업을 파는 것이 아니고, 실제 매각 작업도 기업결합 승인이 가시화한 뒤에 진행하면 된다. 벌써부터 자기 비용을 써가며 나설 이유가 없다 보니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화물사업 원매자들이 대한항공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는 과정에서도 혼선이 있었다. 대한항공은 원매자들에 삼정KPMG를 통해 IM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알렸고, 삼정KPMG도 매각 주관사로서 역할을 강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후 IM 배포 등 후속 절차가 지연되면서 원매자 사이에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한 원매자 측 관계자는 “대한항공에서 삼정KPMG가 IM 작성에 도움을 주고 있다 했고 삼정KPMG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지만 LOI 제출 후 절차가 진행되지 않다 보니 주관사가 없는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 작업이 본격화하더라도 갈 길이 멀다. 인수에 관심을 보인 저가항공사(LCC)들은 인수 체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대한항공은 알짜인 화물사업을 넘기면서 부채도 상당 부분 얹어 보내려 하겠지만 그럴수록 원매자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다. 티웨이항공은 인수 의사를 접었다.

    다른 LCC들이 인수 의지를 보이더라도 EC가 이들을 대한항공의 실효적인 경쟁자로 볼 것인지 미지수다. 그나마 제주항공 정도가 화물사업을 받아와 유지할 만한 곳으로 꼽힌다. 제주항공이 유력 원매자로 부상할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대한항공 입장에선 ‘탄탄한 경쟁자’의 등장이 반가울 리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EC는 제주항공 정도는 돼야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인수 적격이 있다고 보는 분위기”라며 “화물사업을 매각하고 EC를 설득하는 작업이 초반부터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