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 유입 기대감 타고 오르는 에코프로머티…코스피200 특례편입 정말 될까
입력 23.11.30 07:00
거래소 경고에도 에코프로머티 주가는 상승세
코스피200 지수 특례 편입에 대한 기대감까지
증권가 "패시브 효과 있어도 직후 오버행 우려"
지수 편입 이후는 펀더멘털과 테마에 따라 갈려
  • 특별한 증시 이벤트의 부재로 고객 예탁금이 정체된 가운데, 내년 4월 총선과 관련된 정치 테마주나 로봇ㆍ이차전지를 중심으로 한 ‘종목 장세’가 증시를 지탱하고 있다. 종목장세가 펼쳐지며 상장하자마자 코스피 시가총액 40위권에 안착한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이하 에코프로머티)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음달 14일까지 현재 주가 수준을 유지한다면 코스피200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은데, 고평가 논란 속에서도 패시브 자금 유입 효과로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특례편입이 성사된다 해도, 이후 주가가 더 오를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28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1.05% 상승한 2521.76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개인과 외국인 순매도 속에서도기관이 4900억원어치를 사들이면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삼성바이오로직스(+3.70%), 삼성전자(+1.54%), 카카오(+2.11%), 셀트리온(+1.47%) 등도 상승 마감했다.

    이날 장 초반만 해도 주가가 10%대 급락했던 에코프로머티는 전 거래일보다 5%대 오른 13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거래소가 에코프로머티의 급등세를 이유로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했음에도 주가가 지속 상승한 것이다. 

    앞서 에코프로머티는 지난 17일 공모가 3만6200원으로 신규 상장한 이후, 20∼21일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다 이날 13만원대를 돌파하며 코스피 시가총액 41위(9조원)에 안착했다. 시총 기준으로 KT(8조8000억원), 대한항공(8조2000억원), 아모레퍼시픽(7조8000억원)도 뛰어넘었다. 

    주가가 연일 상승하면서 시총 상위 50위 안에 진입한 만큼, 코스피200 지수 특례 편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도 상승하고 있다. 신규 상장 직후 15거래일동안 평균 시총이 50위 안에 들면, 가장 가까운 선물옵션 만기일(3월, 6월, 9월, 12월)에 코스피200 지수로 특례 편입할 수 있다. 

    오는 12월 14일까지 현 주가 흐름을 유지할 경우,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없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시가총액을 유지한다면 12월 선물옵션 만기일에 충분히 편입이 가능한 레벨"이라며 "변동성이 확대됐기 때문에 차익실현 출회 없이 현재 주가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나, 오늘 상승으로 코스피200 편입 가능성은 충분히 높아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 증권가 일각에서는 에코프로머티가 다음달 코스피200 지수에 편입될 경우 누릴 수 있는 패시브 자금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 종목이 지수에 편입되면, 코스피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형 펀드는 에코프로머티 주식을 일정 비율만큼 담아야 한다. 

    여기에 MSCI 지수를 비롯, 이차전지 관련 ETF 펀드 자금도 종목에 유입되면 수급도 기계적으로 불어난다. 그간 코스피200 종목 가격 조정을 담당했던 공매도까지 전면 금지된 만큼, 패시브 수급 효과만을 누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편입 직후엔 주가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 주식 유동비율이 16% 수준으로 높지 않아 패시브 펀드 자금 수요가 적은 데다, 최근의 주가 상승세에 지수 편입 기대감도 반영된 만큼, 지수에 편입되자마자 시세차익을 노린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특례 편입됐던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바이오팜, 하이브도 같은 주가 흐름을 보였다. SK바이오사이언스 외인 매도세로 주가가 급락했고, 하이브는 편입 직후 기타법인과 사모펀드에서 물량이 쏟아지며 부정적 주가 흐름을 보였다. 

    한 패시브 펀드 운용역은 “지수 편입 가능성을 감안해서 지금 주가가 오르고 있는데, 지수에 편입되면 시세차익을 노리는 오버행 물량이 쏟아질 것”이라며 “통상 지수 편입 발표일 직전에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LG에너지솔루션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지속되고 있는 고평가 논란도 중장기적 주가 흐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업 실적과 수주 계약 등 튼튼한 ‘펀더멘탈’ 없이 주가가 지속 상승할 수 없는 까닭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머티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61.8배로, 상장 당일 PER(74.28배)보다 높아졌다. 주가순자산비율(PBR)도 18.26배로, 관계사인 에코프로비엠(17.24배)이나 에코프로(13.73배)를 웃돈다. 

    올해 하반기 기대 이하의 실적을 낸 점도 고평가 우려를 더하고 있다. 최근 에코프로머티는 올해 3, 4분기 매출 2400억원, 영업손실 69억원을 내며 적자전환했다고 발표했다.

    하이투자증권은 “SK바이오팜은 코스피200 지수 편입 이후 코로나 사태로 인해 뇌전증 신약 판매가 지연되며 주가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며 “결국 지수 편입 이후 지수 대비 상대주가는 펀더멘털과 테마에 따라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대형 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기관들 사이에서 에코프로머티 적정가는 2만원대 후반이 적정하다는 인식이 있다. 현 밸류는 비싸다는 게 공통 의견”이라며 “시장을 프레임으로 보는 사회적 현상 때문에 주가가 오르고는 있지만, (펀더멘탈 없이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할 종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