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건설 인수가 수개월 새 100억↑?…부실기업 증가 속 빈틈 보인 회생절차
입력 23.12.04 07:00
건설 경기 부진에 100위 내 건설사도 회생절차행
매각 중 인수자 부담 증가…공사비도 뒤늦게 늘어
예상 밖 부담에 인수자 허덕…책임공방 이어질 듯
회생절차 중요해지는데 예측가능성 담보는 어려워
  •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자체 아파트 브랜드 ‘엘크루’를 보유한 중견 건설사다. 2003년 대우조선해양이 인수했고, 2019년 한국코퍼레이션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회사는 한 때 4000억원대 매출을 올렸는데 작년부터 건설 시장 악재에 휘청였다. 작년 12월 노조가 임금체불을 이유로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올해 2월 법원은 회생절차를 개시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의 회생절차는 시장에 충격파를 안겼다. 소형사가 잇따라 폐업하는 사이 100위권 안의(작년 도급순위 83위) 건설사도 안심하기 어렵다는 신호가 됐고 부동산 시장은 더욱 경색됐다. 회사는 여러 논란 속에 대한컬링연맹 회장사에서 물러났고, 자회사가 운영하던 프로농구 구단도 급여 체불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6월 삼일회계법인 주관으로 대우조선해양건설 M&A가 시작됐다. 7월 부동산 매매업 등을 하는 스카이아이앤디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고, 8월초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조사보고서에 기반한 인수가액은 284억원이고, 임금채권 등 추가부담금을 170억원을 포함한 총 인수예상액은 454억원가량이었다. 인수자는 자기자금에 은행 차입을 포함해 계약금을 지불했다.

    이후 인수 예상액은 추가로 늘어 났다. 이달 초 마련된 회생계획 초안에서는 추가 부담금이 253억원, 인수자의 실사보고서 상에선 289억원이었다. 어느 쪽이 정확하든 인수자 입장에서는 불과 몇 개월 만에 100억원 안팎의 인수금액을 더 지불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업계에선 이례적인 사안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문제는 각종 부동산 사업 현장에서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인수자는 부산기장 엘크루 더 퍼스트 신축공사, 속초장사 공동주책 신축공사 등에서 각각 수십억원의 추가비용(지체상금, 손해배상금, 추가공사비 등)이 발생할 것으로 본다. 인수자의 덩치상 대규모 인수대금 증액은 감당하기 어렵다. 이에 계약을 물리길 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미 계약금 포함 1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지불한 터라 이를 포기하고 발을 빼기 쉽지 않았던 면도 있었다.

    인수자로선 관계인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이 부결되길 바라야 할 상황이었다. 이번달 초반까지는 가결 기준(67%)을 넘지 않았지만 17일 관계인집회에선 회생계획안이 70% 이상의 동의로 가결됐고, 법원은 이 계획안을 인가했다. 오히려 관계인집회에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채권자가 나타남에 따라 추가 발생 비용을 인식하게 됐다. 회생계획 최종안에는 추가 부담금 규모가 빠졌는데, 부실 사업장이 더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인수자는 회사와 관리인, 조사위원 등의 과실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회생기업의 경우 각 사업장의 이익 실현 가능성을 따져 이행이나 사업 포기(타절)를 결정할 수 있는데, 손실 우려가 있는 사업에 대해 이행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공사대금 등이 회생채권으로 분류됐으면 2%만 변제하면 되지만 인가 후에 나타난 비용은 100% 변제를 해야 할 수 있다. 현 시점에 인가 전 상황으로 돌아가긴 쉽지 않은데 인수자가 관리인이나 조사위원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회생절차 이전부터 경영진의 방만한 행태가 도마에 오른 바 있다. 부실 우려가 있는 사업장에서 어느 정도 손실이 발생할지 확정하기 어렵고, 그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책임을 어느 쪽에 물어야 할지 속단하기 이른 면도 있다.

    어찌됐든 이번 사안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 회생절차를 진행하면 부채는 동결되고 자산은 회수되니 추가부담금 규모가 비슷하게 유지되거나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일부 늘더라도 그 금액은 소폭에 그친다. 그러나 이번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규모 추가 부담금이 붙다 보니 극히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상 회생기업은 이익을 전혀 내지 않더라도 인건비 정도만 소폭 늘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그 증가폭이 크고 앞으로도 추가 부담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며 “파는 쪽에선 내용을 잘 파악하고 왔어야 하는 것 아니냐 지적할 수 있지만 인수자는 조사위원도 모르는 일을 어떻게 알 수 있느냐 항변할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어느 쪽의 귀책으로 발생했는지는 추후 드러나겠지만 국내 경기 상황에선 긍정적인 사건으로 보기는 어렵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법원회생 접수건수는 전년동기 대비 64%가량 늘었다. 기업들은 이익을 내기 어려워지고, 정책차원의 지원도 점점 줄어드는 모습이다. 당장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 눌러놨던 부실이 대거 수면 위로 오를 것이란 예상도 제기되고 있다.

    채권금융회사 중심의 구조조정은 예전보다 실효성이 많이 줄어든 터라 회생절차의 중요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법원이 이끄는 일에서도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회생절차를 하다 새로운 회생기업을 만들 수도 있는 상황이다. 부실기업을 잘 정리해서 좋은 원매자에 넘기는 것이 가장 선순환 구조지만, 이런 사례가 나올수록 회생기업 원매자들의 행보가 더 조심스러워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