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나신평 "금융권 부동산PF 리스크 부각, 재구조화 작업 가시화 전망"
입력 23.12.06 12:45
증권·캐피탈·부동산신탁·저축銀 신용등급 방향성 '부정적'
"금융당국, 유의미한 PF 리스크 감축 못 해"
중국 영향 큰 산업은 업황 부진 전망
전기차 성장세 둔화, 국내 대기업에 위험 요인
  •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가 한국 금융시스템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부동산PF 리스크'라고 분석했다.

    기태훈 나신평 평가정책본부 상무는 6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앰배서더호텔에서 '전쟁, 그리고 부채의 무게: 2024년에도 신용부담 지속 전망'을 주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24년은 부동산PF 부실화에 대한 정리와 재구조화 작업이 가시화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신평은 신용등급 방향성을 나타내는 P/N비율(등급전망 '부정적' 대비 '긍정적' 비율)의 경우, 비금융 업종은 1배였으나, 금융 업종은 0.2배로 등급 하향 압력이 더 높았다고 설명했다. 금융업종 중 증권, 캐피탈, 부동산신탁, 저축은행의 신용등급 방향성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혁준 나신평 금융평가본부장은 "위험도가 가장 높은 브릿지론 익스포저가 집중돼 있는 저축은행, 캐피탈, 증권은 불리한 산업 환경이 지속되면서 실적이 계속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내년에는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PF대주단 협약 등전방위적 정책 지원을 통해 연착륙 기반을 마련했지만, 브릿지론 만기 연장만 이어지면서 규모와 내용 면에서 유의미한 리스크 감축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김대현 S&P 아태지역 기업평가부문 상무는 "건설과 부동산 익스포저가 높은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를 중심으로 신용리스크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국내 증권업의 경우 부동산PF가 계속해서 부담으로 작용하고, 해외대체 투자의 경우에도 미국과 유럽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투자손실이 계속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비금융 업종의 경우 경제권 블록화로 인해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의 부진한 업황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반면 미국과 유럽의 영향을 많이 받는 반도체, 2차전지 등은 비교적 견조한 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최우석 나신평 기업평가본부 상무는 "중국 경제 성장률이 감소하고 중국의 중간재 자급률이 높아지며 더 이상 한국 수출기업이 과거와 같은 중요도를 보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석유화학과 철강, 디스플레이 등 중국 영향이 큰 산업에서 전반적으로 부진한 업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기차(EV) 시장의 성장세 둔화는 국내 주요 대기업이 직면한 위험 요인으로 제시됐다.

    박준홍 S&P 아태지역 기업평가부문 상무는 "한국의 다양한 대기업이 (전기차) 밸류체인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 수요 둔화는 여러 회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 요인"이라며 "투자를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차입금이 많이 증가한 회사는 신용도 하방 압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