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리츠, 행동주의 타깃되나…취약한 거버넌스 재조명
입력 23.12.12 07:00
무리한 유상증자·비핵심자산 유동화 창구 등 말 많은 리츠
코람코, 지분 목적을 '경영 참여'로 바꾸며 행동주의 예고(?)
리츠AMC 입김 센 이사회 구성으로 거버넌스 취약하단 평
과거 맥쿼리인프라는 행동주의 도전장 받아…운용 보수 ↓
  • 상장리츠가 행동주의 타깃이 될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람코자산신탁의 리츠가 국내 상장리츠 보유 지분 목적을 '경영 참여'로 바꾸면서다. 상장리츠의 경우 이사회가 리츠 AMC에 유리하게 구성되는 등 거버넌스 취약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코람코자산신탁이 운용중인 주택도시기금 앵커리츠가 상장리츠 경영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주택도시기금 앵커리츠는 막강한 자금력(약4600억 운용)을 바탕으로 다수의 상장리츠 지분을 갖고 있는데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리츠에는 의무적으로 이사회에 이사를 파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1500억원을 추가로 수혈받으면서 내부운용지침이 바뀐 영향이다. 이에 국내 상장리츠 4곳(신한알파리츠, 이리츠코크렙, 이지스레지던스리츠,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 등)의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바꿨다.

    주택도시기금 앵커리츠가 거버넌스 강화에 나선 것은 최근 리츠업계의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리한 유상증자 추진, 그룹의 비핵심자산 유동화 등으로 상장리츠의 행보가 투자자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의문이 커진 상황이다. 많은 상장리츠가 주주와 소통하는데 한계를 드러내며 주가 하락을 겪었다. 국토부의 기금을 운용하는 앵커리츠가 적극적으로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리츠 경영을 AMC에 위탁하는 구조에서 투자자들이 경영진을 견제할 도구가 마땅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리츠 이사회는 상법상 주식회사와 달리 법인이사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사회 구성을 법인이사와 감독이사 각각 2명씩 하도록 하는데 리츠 AMC에서 법인이사 2명을 선임하고 대표이사 권한까지 갖고 있어 이사회의 견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상장리츠가 행동주의 타깃이 될 여지가 많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상장리츠 투자자는 "리츠 AMC가 이사회에서 갖는 권한이 세, 주주들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주주들과 소통하기보다 이사회에서 처리하는 게 많은데, 행동주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앞선 2018년 상장 인프라펀드 맥쿼리인프라의 운용사인 맥쿼리자산운용은 주주보다 자사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며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받은 바 있다. 국내 헤지펀드 운용사인 플랫폼파트너스는 맥쿼리운용의 운용보수가 지나치게 높다며 운용사 교체를 주장하고 나섰다. 당시 맥쿼리인프라의 이사회는 맥쿼리운용 임직원이 선임돼 있었고 경영진에 대한 견제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이번 주택도시기금 앵커리츠의 행동주의 활동은 과거 맥쿼리인프라 사례처럼 정면대결의 구도로 흘러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특정 상장 리츠를 타깃으로 주식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꾼 것도 아니어서, 리츠 AMC 견제에 힘을 싣는 정도라는 설명이다. 

    한 리츠 AMC 관계자는 "주택도시기금 앵커리츠가 상장리츠 주식 보유 목적을 바꾸긴 했지만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진 않을 것"이라며 "상장리츠가 늘어나면서 정책적으로 리츠 거버넌스를 챙길 필요가 크기 때문에 이런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이번에 주식 보유 목적이 바뀐 일부 상장 리츠들보다는 스폰서리츠에서 소액주주 소외 이슈가 관찰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