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시장, 공급 부족ㆍ종목장세에 또 이상 과열...LS머트리얼즈도 '따따블'
입력 23.12.12 12:35
12일 상장 후 공모가 대비 4배 수준까지 주가 올라
KNS 이은 두 번째 따따블 사례 기록
종목장세ㆍ적은 IPO 수ㆍ개인투자자 투기 영향
  •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의 '이상 과열'이 지속되고 있다. 이전대비 12월 신규 공모주가 크게 줄며 '공급'이 부족해진데다, 지수 변화는 크지 않은 가운데 극단적인 '종목장세'가 펼쳐지며 개인투자자들이 수급이 좋은 신규 공모주로 몰리고 있는 까닭으로 분석된다.

    일부 중소형 기관투자가들이 분위기에 동조해 공모주 투기에 군불을 지피고 있는 상황이라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은 지속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공모주 투기를 방지하겠다며 올 하반기부터 시행한 규제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한 LS머트리얼즈는 오전 10시 35분경 가격 제한폭 최대치인 2만4000원에 도달했다. 시초가가 공모가 6000원의 3배 수준인 2만원 부근에서 형성된 이후, 주가가 급락하지 않고 오히려 상승세를 보이자 관망하던 개인투자자들이 뛰어들며 상한가로 직행한 것이다.

    이 날 외국인과 국내 기관들은 오전에만 1200억원이 넘는 매도 물량을 쏟아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이를 모두 소화했다. LS머트리얼즈는 이날 개인투자자 거래종목 2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LS머트리얼즈 IPO 과열 분위기는 수요예측 단계부터 감지됐다. LS머트리얼즈 수요 예측에서는 국내외 기관 2025곳이 참여, 39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기관 전체 신청 물량의 91%가 6000원 이상 가격으로 주문해 희망밴드(4400~5500원) 최상단을 초과한 금액에 공모가가 형성됐다. 통상 연말에 수요예측 물량이 줄어들긴 하지만 올해 유독 한산했던 탓에 수요가 몰린 수혜를 입었다는 평가다. 

    공모 청약에서도 13조원 가까이 되는 청약증거금을 모으며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지난 1일과 4일 전체 공모 물량의 25%인 365만6250주를 놓고 진행된 일반청약에서 최종 경쟁률 1164.5 대1을 기록, 약 12조7731억원을 모았다.

    이런 과열 분위기는 여러 요인이 결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공모주 투자에 대한 인식이 다시 투기에 치우쳤다는 지적이다. 이는 지난달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상장이 미친 영향이 컸다는 평가다. 에코프로머티는 저조한 수요예측 결과에도 불구, 정부의 전격적인 공매도 전면 금지 정책에 힘입어 기사회생했다.

    에코프로머티는 이후 이차전지 수급 쏠림 현상과 함께 급등을 거듭했다. 현 주가는 14만원대로 공모가 대비 4배 가까이 올라있는 상황이다. 이에 힘입어 12월 코스피200 특례편입까지 확정됐다.

    한 기관투자자는 "에코프로머티가 고밸류 논란에도 주가가 높이 뛰는 현상을 보고 기관들이 너도나도 수요예측에서 물량을 많이 받아가려고 한다"며 "LS머트리얼즈도 그 수혜를 입은 곳 중 하나"라고 전했다.

    최근 IPO 기업 수가 많지 않다는 점도 한 몫 하고 있다는 평가다. 공모주 투기 심리가 득세하며 공모주 투자를 원하는 자금은 많아졌는데, 올해 12월 중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을 제외한 일반 기업 상장 공모는 불과 3건에 그쳤다. 

    보통 10월중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12월 공모가 가능한데, 올해 10월은 시중금리 급등 충격과 주가 폭락으로 인해 공모 일정을 미루는 기업이 많았다는 평가다. 11월들어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진정되고 주식 등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되살아났지만, 막상 IPO 공급은 예년대비 크게 줄며 쏠림으로 인한 이상 급등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중소형 기관들이 올 하반기 처음 도입된 IPO 관련 규제를 악용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추세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다. 

    최근 IPO 시장 과열에는 주관사가 수요예측 첫날 접수한 기관에 가점을 부여해 물량을 더 제공하도록 한 '초일가점' 제도가 한 몫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기업가치를 따지기보다 수요예측 첫날 가점을 받아 물량을 대규모로 인수한 이후 상장 첫날 시장에 파는 무분별한 수요 예측 참여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단을 초과해 공모가가 확정되고 상장일 첫날 400%까지 오르는 것은 분명히 비정상적인 현상"이라며 "차라리 대만처럼 상장일 당일뿐 아니라 4일 정도까지 가격제한폭을 열어두는 것도 (안정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