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분기 적자·20조 투자 때도 안했는데…LG디스플레이 상장 후 첫 유상증자 배경은
입력 23.12.20 07:00
2012년 7분기 적자·2018년 20조 투자 차질때도 유증 선 그어
누적 순손실 5조↑·신용도 A로 강등…유증 외 선택지 마땅찮아
LG전자 120% 초과 청약…올해 LGD 지원만 1조5000억원 수준
  •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LG디스플레이가 조단위 유상증자 카드를 꺼냈다. 지난 3월 LG전자로부터 1조원 규모의 운영자금을 차입한 지 9개월 만이다.

    LG디스플레이의 유상증자 결정은 2004년 상장 후 처음이다. 그동안 시장에서 재무부담에 따른 유상증자의 필요성이 제기됐을 때도 적극 부인해왔던만큼, 이번 LG디스플레이의 결정에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LG디스플레이는 과거 2010년 4분기부터 2012년 2분기까지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누적 적자가 1조원을 넘어섰다. 이에 업계에선 유상증자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회사는 이를 일축한 바 있다.

    2017년 OLED에 향후 3년간 20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당시 업황 부진으로 기존 사업이 흔들리며 재원 마련에 적신호가 켜졌는데, LG디스플레이는 유상증자를 통한 재원 마련이 아닌 투자 규모를 줄이는 방향을 택했다.

    올 3월 LG디스플레이가 LG전자로부터 1조원 규모의 자금을 차입한 것도 유상증자를 피하고자 했던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당시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결정으로 LG디스플레이의 유상증자 우려가 완화됐다"며 "사모채 조달금리보다 1% 낮은 금리로 운영자금을 확보하게 되면서 OLED 사업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유상증자 선택지를 피했던 LG디스플레이지만 이번에는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18일 공시를 통해 1조3579억원 규모 유상증자 사실을 공식화했는데, 그 전부터 시장에선 유상증자 가능성이 회자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 상황이 어려워도 신규 투자와 시설 운영은 지속해야하는만큼 자금조달이 불가피한데, 유상증자를 제외하고는 선택지가 마땅치 않았을 것이란 설명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 4분기 적자를 벗어날 것이라 보고 있지만, 이미 누적 순손실 규모가 5조원을 넘어서며 재무부담이 크다. 부채비율은 2020년말 175.4%에서 2023년 3분기말 322.2%로 올랐고, 순차입금의존도 역시 35.9%를 기록해 전기말 대비 3.6%p 늘었다.

    공모 회사채 시장을 찾는 것도 여의치 않았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5월 유효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떨어졌다. 조달 금리가 부담될 수밖에 없고,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고 해도 흥행을 장담하기 어렵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공모 회사채가 아닌 사모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왔지만 이도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올해 1월에는 사모 회사채를 통해 7%대 금리로 77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는데, 신용등급이 2개 등급 이상 떨어질 경우 조기 상환해야 하는 옵션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자금 조달을 위한 마지막 선택지로 유상증자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중소형 OLED 등 수주형 사업 시설투자 4159억원 ▲OLED 고객기반 확대 및 원재료 매입 5483억원 ▲채무상환자금 3936억에 사용할 계획이다. 채무는 2021년 발행한 ESG 채권(2900억원)과 크레디 아그리콜(Credit Agricole)에서 빌린 차입금(약 1045억원)을 상환할 예정이다.

    유상증자는 통상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를 희석시켜 기업에 악재로 통하지만, 최대주주인 LG전자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주주 반발을 최소화했단 평가다. LG전자는 19일 공시를 통해 약 4941억원을 출자해 유상증자 배정 물량의 120%를 청약하겠단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올해에만 LG디스플레이에 약 1조5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게 됐다.

    한 증권사 디스플레이 담당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가 현재 약 4조원이 넘는 유동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300%가 넘는 부채비율을 고려하면 자금조달이 불가피했는데, 유상증자 외에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라며 "최근 정철동 신임 대표가 취임하며 자금 확보 계획을 조금 더 빠르게 실행하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