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인수금융 1위 타이틀 두고 '은행 vs 증권' 집안경쟁?
입력 23.12.26 07:00
취재노트
KB국민은행 인수금융 주관 실적 1위
막판 엎치락뒤치락하며 KB증권 2위로
KPI에 주선 실적도 반영…연말 인사시즌 두고 민감
같은 'KB' 브랜드 달고서도 여전히 '현대증권맨' 시각도
  • 올해 KB국민은행과 KB증권은 인수금융 주관 실적에서 나란히 1위와 2위를 기록했다. 순위만 두고 본다면 모두 양호한 성과를 거둔 셈인데, 올해는 유달리 같은 금융그룹에 소속된 두 회사끼리 경쟁을 펼치는 분위기가 나타났다.

    양사 모두 인수금융을 비롯한 주요 실적을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한다. 자연히 "성과급을 누가 더 받느냐"라는 이슈와도 연계되어 매년 리그테이블 순위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게다가 올해는 KB금융그룹 전반의 대대적인 연말인사가 진행 중이어서 이들의 민감도가 더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양사는 모두 시장에서 인수금융 주관 실적이 뛰어난 회사들로 꼽힌다. 작년은 KB증권이, 그 전년도에는 KB국민은행이 각각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올해 KB국민은행은 1분기 글로벌 실리콘 기업 모멘티브 인수금융의 리파이낸싱을 주관하며 1위로 치고 나섰다. 2·3분기는 각각 SK쉴더스 인수금융과 LS오토모티브테크 리파이낸싱을 주관했다. 그러나 하나은행과 NH투자증권이 조 단위 거래를 주관하며 4위에 머물렀다.

    KB국민은행이 1위로 올라선 것은 막판 스퍼트 덕분이었다. 사실 3분기까지만 해도 1위 자리를 차지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는데, 4분기에만 올해 주관 금액 3조3317억원의 절반 이상을 실적을 올렸다. KB국민은행은 순위표가 완성되기 직전까지 누락된 거래를 꼼꼼하게 챙기며 순위를 끌어올리기에 열중했다.

    KB증권은 KB국민은행의 예상치 못한 약진에 상당히 당황스럽게 됐다.

    당초 KB증권은 1분기에는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며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었다. 2분기 SK쉴더스를 사실상 단독 주관하며 1위로 올랐다. 3분기 글로벌 종합화학제품 유통사업자 유니바솔루션 거래를 주관하며 2위와 격차를 벌렸다. 

    KB증권은 턱밑까지 추격해온 하나은행을 의식하기는 했지만, 3분기까지 전체 주관 금액이 1조원 이상 차이 나는 KB국민은행을 염두에 두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연간 1위를 예견하고 있던 상황이었으나 막판 순위표가 뒤집히며 내부적으로 당혹감이 증폭했다.

    업계에서는 KB금융그룹의 연말 인사 분위기도 경쟁모드를 불붙이는데 일조한 것으로 본다. KB금융그룹은 양종희 회장 취임 이후 첫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고 순차적으로 인사가 진행 중이다. 또 은행과 증권 모두 각각 행장과 대표가 각각 1년의 시간을 더 부여 받았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인사가 격변하는 시기다보니 내부 조직원은 '작은 것 하나'에도 민감해 하고 반응한다"며 "혼란한 시기일수록 1위라는 타이틀의 힘이 더 필요해졌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분위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어쨌든 KB금융이라는 가족임에도 불구, 현대증권 통합(PMI) 과정이 마무리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이런 해프닝이 끊이질 않는다는 해석이다. 

    KB금융지주는 지난 2016년 현대증권을 1조2500억원에 인수하며 그룹에 편입시켰다. KB증권은 2017년 현대증권과의 전산 작업까지 통합을 완료해 사업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후 수년이 흘렀음에도 불구, "현대증권에서 넘어온 일부 임직원들은 스스로 'KB맨'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자연스레 KB국민은행도 KB증권과 '그룹 동질감'을 느끼기 힘들다" , "서로 남이라 생각한다"는 '고백'(?) 들도 들린다.

    KB금융 관계자는 "1위를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보니 양사 실무자끼리는 협력도 많이 하지만, 연말 인사 시즌이 겹치며 서로 치열해진 면이 분명히 있다"라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