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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들이 책무구조도 도입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책무구조도 수립이 시급하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자칫 CEO 리스크가 생길까 긴장하는 모양새다. 금융사가 연말 조직개편 시기와 맞물리며 책무구조도 도입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각 금융지주들이 책무구조도 개요를 두고 고민에 빠져 있다. 현재까지 나온 책무구조도의 골자는 한 명의 임원이 다수의 직책을 수행할 수는 있지만 회사내 모든 주요 책무를 적용 대상 임원에 ‘빠짐없이, 빈틈없이’ 배분하도록 하는 것이다.
책무구조도 관련 법안 통과가 지난 8일 이루어지며 연말 금융지주 조직개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앞서 조직개편을 실시한 신한금융지주는 비즈니스유닛(BU) 체제 도입을 검토했다가 결국 기존 사업부문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계열사 대표도 대부분 유임되며 지주 슬림화에 방점을 찍은 모양새가 됐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BU조직장의 책임을 어디까지로 정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았을 거란 관전평이 나온다. 지주 CEO인 회장의 내부통제 책임이 이슈에 오를 수밖에 없다는 한계도 언급된다. 기존대로 금융지주 내 사업부문이 다수 존재하고 해당 부문을 책임져야 하는 임원이 많을수록 해당 책임이 금융지주 회장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분석도 있다.
아직 조직개편을 앞둔 KB금융이나 하나금융 역시 올해 연말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다.
책무구조도 관련 법안은 내년 6월 시행이 예고된 상태다.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2월 본격 도입된다.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은 만큼 금융지주들은 세부적인 시행방안을 짜둬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미리 구축한 조직개편과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책무구조도 도입 이후로 조직개편을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지주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결국 대표이사의 책임을 어디까지로 봐야 하는지 여부라는 의견이 나온다. 과거 건설사들의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당시, 오너가 있는 회사들의 경우 최고안전관리책임자(CSO)를 선임해 사실상 CEO가 중대재해 책임을 비껴갔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하지만 금융사들은 회장부터 임원들까지 모두 임기가 정해진 ‘주인없는 회사’인 만큼 건설사와는 사뭇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굳이 오너일가가 아닌 CEO를 대신해 책임을 질 임원들이 있겠냐는 의미다. 즉, 건설사와는 달리 자칫 금융지주 회장까지 예기치 못한 사건사고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참고한 영국의 고위관리자 인증제도(SM&CR)와도 다소 결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SM&CR은 2008년 금융위기와 2012년 리보금리 조작사건 등 중대한 행위규범 위반을 계기로 영국 금융사 임직원에게 더욱 높은 책임을 부여하기 위해 마련됐다. 고위 경영자 개인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해당 경영자의 책임 영역에서 위반사항이 발생할 경우 법적 책임이 부과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제도가 실시된 지 약 4년이 지난 결과 조사 대상자에 집행조치가 이뤄진 건수는 4건으로 총 95건의 조사 건수와 비교해 비중이 높지 않다.
이에 반해 삼아 국내에서는 지주 CEO 등 금융사 임원들에 실질적인 책임을 묻는 사례가 많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논의되는 책무구조도 세부 방안 중 하나는 가장 윗단의 관리 주체는 결국 대표이사가 맡는다는 점이다.
최근 딜로이트안진이 발간한 ‘기업지배기구 인사이트’에 따르면 ▲책무구조도상 CEO의 책무에 ‘책무구조도 작성’을 포함할 것 ▲대표이사는 책무의 중복공백누락 등 작성 미흡, 실제 권한 행사자와 책무구조도상 임원의 불일치 등 거짓작성에 대해 책임을 질 것을 금융사 책무구조도 개요로 제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지주들도 제각기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금융당국의 주문대로 책무구조도 도입, 그리고 이에 따른 내부통제 강화 움직임에 동참하면서도 자칫 금융지주 회장이 사건사고에 휘말려 ‘경영자 공백’ 상태에 이르게 되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금융지주 고위 임원은 “최근 금융지주들은 책무구조도 도입 디테일을 꾸리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라며 “조직개편을 앞두고 혹시라도 금융지주 회장에 불똥이 튈 수 있는 조직개편 디테일은 내년으로 미뤄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금융지주 책무구조도 도입 ‘발등의 불‘
CEO 책임 여부에 민감
조직개편에서도 주요 고민거리로
CEO 책임 여부에 민감
조직개편에서도 주요 고민거리로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3년 12월 2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