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 잡힌 에코비트 지분 매각으로 충분?…태영건설, 최후의 보루 SBS 내놔야 할 수도
입력 24.01.02 07:00
1월 협의 통해 워크아웃 개시 결정
KKR 차입시 에코비트 주식 담보…자구안에 매각안 포함?
윤 회장 최후의 보루 SBS…결국 매각 나올 가능성도
  • 태영건설이 채권단 공동관리 절차(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내달 초 협의회를 열어 공동관리 절차 개시 여부를 확정한다. 관리절차가 본격화하면 사실상 태영건설, 티와이홀딩스 등 그룹차원에서 자의적인 경영 판단은 불가능해진다. 경영과 재무활동, 인사를 비롯한 구조조정까지 모든 주도권은 채권단이 쥐게 되는데 주요 자산 처분의 권한도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들이 갖게 된다. 

    태영그룹은 마지막 보루인 에스비에스(SBS)를 지키겠단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그룹의 희망사항일뿐, 실제 처분에 나서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에코비트를 비롯한 알짜 자산 상당수가 담보로 제공돼 있기 때문에 실제 현금화 할 자산이 얼마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재무 위기의 한계에 봉착한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자율협약, 워크아웃, 기업회생절차 정도이다. 자율협약은 근거법이 없다. 회생절차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워크아웃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근거한다. 회생절차와 워크아웃은 각각 법원과 채권단이 법적인 근거를 갖고 일정 수준의 강제력과 구속력을 갖고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동일하다. 구조조정의 주체가 제 3자인 법원이냐, 직접 채무관계가 얽힌 채권단이냐의 차이가 있지만, '빌린 돈을 갚기 위한 모든 방안을 강구한다'는 암묵적 원칙은 동일하다.

    현재 상황에서 자구안을 논하긴 아직 이르다. 

    채권단은 협의를 통해 워크아웃을 개시할지 여부를 먼저 결정하고, 이후 태영건설과 그룹의 사정을 면밀히 살피기 위해 회계법인을 선정하고 실사에 돌입한다. 보통 이 과정만 수개월이 걸린다. 보유 자산의 가치를 평가하고, 현금화 가능성을 따지는 기간동안 우발채무가 더 늘어나 부실화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후 주채권은행이 자구안을 협의회에 제출해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물론 자구안의 작성 주체는 기업이지만, 자구안에 포함하는 내용은 주채권은행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진행한다.

    태영그룹이 빚을 갚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은 그리 많지 않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본격적으로 거론된 올해 초부터 보유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하거나 유동화했다. 올해 초 4000억원을 티와이홀딩스로부터 차입한 태영건설은 이미 에코비트 지분을 담보로 제공했다. 여의도 사옥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고,  태영인더스트리를 매각, 포천파워 보통주 전량을 팔았다.

    태영그룹이 손에 뒨 남은 자산은 ▲용인·안성·상주·경주에 골프장을 운영하는 블루원 지분 전량 ▲항만시설관리 업체 평택싸이로 지분 일부 등이 있다. 평가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인제스피디움도 자산 중 일부다. 태영건설이 보유한 이지스자산운용 지분(5.17%)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위기론이 불거진 올 한해 내내 태영그룹이 현금마련을 노력해 왔기 때문에 향후 해당 자산들의 매각 과정이 순조롭게만 진행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태영그룹이 가진 자산 가운데 핵심은 역시 지주회사 티와이홀딩스가 보유한 SBS와 SBS미디어넷 등 미디어 계열사 지분이다. 티와이홀딩스는 SBS의 지분 38%를, SBS미디어넷 지분 95%를 보유하고 있다. 시가총액을 고려해 SBS의 단순 지분가치를 따져보면 약 2000억원,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하면 3000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

    태영그룹은 숱한 위기설 가운데서도 SBS 매각 가능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까지도 SBS는 매각 대상에서 제외하겠단 의지를 채권단에 나타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채권단이 윤세영 회장 등 오너일가의 SBS를 지키겠단 의견을 받아들일진 미지수다. 매각 가능성이 가장 높고, 재무구조개선 효과를 가장 확실하게 누릴 수 있는 SBS를 자구안에서 제외할 경우 공동관리 기간이 길어지며 채권단에 더 많은 기회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워크아웃을 신청한 이상 태영그룹이 자의적으로 매각 대상을 선별하는 등 입맛에 맞는 자구안을 만들어 내는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일정 손실을 감수해야하는 채권단이 (태영그룹 또는 오너일가의 편의를 위해) 효과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배제한다는 것 자체도 배임의 소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킬 수 있는 자산은 최대한 지키겠단 의지는 채권단 관리에 돌입한 기업 오너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채무자의 입장일뿐, 실제 구조조정에 돌입하게 되면 상상 이상의 자구안 마련이 필요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과거 산업은행 관리를 받은 기업의 한 임원은 "PF의 손실 규모는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제 막 워크아웃을 신청한 현재 상황에선 (태영그룹은) 최대한 보수적인 자구안을 마련했을 것"이라며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과정을 직접 겪으면 보다 강도 높은 자구안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