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달리는 기아 덕에 현금 쌓이는 정의선 회장…빨라진 승계 시계
입력 24.01.08 07:00
2023년 역대 최대 판매기록
주가는 52주 신고가…정의선 회장 지분가치 7천억
지배구조 개편시 기아의 현금 동원必
늘어나는 배당, 정 회장 및 주주들 현금자산도 증가
  •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역대 최대 수출과 해외 판매 실적을 기록했고 내수시장의 회복세도 뚜렷했다.

    사업적으론 더할 나위 없는 상황에서 계열사들의 주가 수준은 현재 상황에 다소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지정학적·고용리스크는 무시할 수 없는 상수다.

    최근엔 만년 서자로 불리던 기아의 주가 상승세가 가파르다. 올해 사업 전망도 일단은 청신호가 켜진 상황이기 때문에 추후 배당을 비롯한 주주환원책의 확대도 기대해 볼 수 있다. 기아가 잘 달릴수록, 주가가 상승하고 주주환원책이 늘어날수록 정의선 회장의 가용 현금이 불어나는 효과가 있다. 이는 언젠가 풀어내야 할 현대차그룹의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과도 맞닿아 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기아의 지난해 판매량은 총 308만5771대로 창사 이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의 가장 큰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연간 최다 판매를 기록했고 신흥시장인 인도에서도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2023년 기준 예상되는 영업이익은 약 12조원이다. 지난 2022년 역대 최대 기록이었던 7조2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에 힘입어 기아의 주가는 최근 장중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엔 주당 6만원을 겨우 유지하던 주가는 현재는 약 1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 국내 증권사 한 연구원은 "올해도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 증가에 힘입어 두자릿수 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아의 기업가치 증대는 사실 정의선 회장의 지분가치 상승과도 직결된다. 정 회장은 현재 기아 지분 1.76%를 보유한 대주주이다. 단순 지분가치만 약 7000억원으로, 1년새 3000억원가량 증가했다. 정 회장이 보유한 계열회사 주식(현대글로비스, 기아, 현대위아, 이노션, 현대엔지니어링) 가운데 현대글로비스에 이어 가장 큰 규모다. 정 회장은 보스턴다이내믹스 등 해외 계열사 지분도 보유하고 있지만 당장 현금화하긴 쉽지 않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정의선 회장이 보유한 기아 주식은 활용해 추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정 회장이 해당 지분을 계열사에 매각해 현금을 마련하거나,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지배회사의 지분을 늘리는 등 다양한 활용도가 거론되고 있다.

    호실적으로 기아 내부의 현금이 쌓이는 현상은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앞당길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과거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살펴보면 기아는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인수하는 등 자금줄 역할을 했다. 

    앞으로 진행될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서 ▲순환출자고리가 끊어져야 하는 점 ▲최상단 지배회사의 오너가 지분율이 유지돼야 하는 점 등 기본적인 원칙이 유지된다는 점을 가정하면, 기아가 자체적으로 현금 보유를 늘리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3분기 기준 기아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6조6568억원으로, 2022년 기말(2조4546억원)과 비교해 큰 폭으로 늘었다.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에 이에 상응하는 주주환원책이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 기아는 분기배당 없이 1년에 한번 연차배당만을 실시한다. 회계연도 2023년의 배당금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지난 3년간 배당금 총액은 '4000억원→1조2000억원→1조4000억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해왔다. 현대차그룹내 주주환원책을 강화하는 기조가 강하기 때문에 기아의 배당도 눈여겨 볼 만하단 평가를 받는다. 이 역시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들이는 유인이다. 배당의 증가로 정 회장의 현금성 자산이 늘어나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