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외면 NXC 공매, IB 도움 받아도 투자 매력 찾기 난망
입력 24.01.10 07:00
2번의 유찰, '반값' 수의계약으로 가도 어려워
정부, 자문사 선정해 소수지분 매각 등 고려하나
유족들 옵션 보장해야 사우디ㆍ중국 자본도 참여
NXC가 다시 매입해 자사주 소각할 가능성도 거론
  • 작년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 유족이 상속세로 납부한 지주회사 NXC의 지분 공매는 2차례 유찰됐고 올해 수의계약으로 전환됐다. 정부는 민간 주관사를 선정해 원매자와 접촉하거나 분할 매각을 시도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환경에선 유의미한 원매자가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원매자에 줄 만한 당근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선 해외 투자자들도 관심을 보이기 어렵단 시각이 많다.

    최근 투자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증권분과위원회는 올해부터 NXC 지분 85만1968주(지분율 29.3%)를 공개매각에서 수의계약으로 전환한다. 지난해 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두 번의 공개 입찰을 실시했지만, 모두 입찰 참가자가 나타나지 않으며 유찰됐다. 매각 대상 주식의 최초 평가 금액은 4조7000억원에 달한다.

    기재부는 올해 민간 주관사를 선정해 인수 후보자와 접촉하거나, 소수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관 투자가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개최하고, 올해 중 회계법인과 지분 가치평가를 다시 진행해 추가적인 가격 할인을 위한 근거도 만들 예정이다.

    김정주 창업자는 생전에 NXC 매각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엔 경영권 매각 가능성을 열어뒀고 글로벌 투자은행(IB)과 공룡기업들이 관심을 가졌지만 결국 무산됐다. 이번 매각은 경영권 없는 비상장사 주식이기 때문에 캠코 혼자 시장에 내놓는 정도로는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다만 캠코가 주관사를 선정해 도움을 받는다 해도 상황이 크게 달라질지는 미지수다. 고 김정주 회장 유족이 이미 특별결의도 가능한 수준의 지분(70.7%)을 갖고 있어 새 투자자가 영향력을 행사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배당이나 기업공개(IPO)를 통한 차익 실현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통상의 기업이나 사모펀드(PEF) 등은 관심을 가지긴 어려운 가운데 사우디국부펀드(PIF)나 중국 텐센트 등 큰손들이 그나마 움직일 만한 곳으로 꼽힌다. PIF는 넥슨(10.23%)과 엔씨소프트(9.3%)를, 텐센트는 크래프톤(13.73%)과 넷마블(17.52%) 지분을 각각 보유하면서 국내 게임업계의 ‘큰손’이기도 하다.

    다만 이는 '자금 여력이 많다'는 데 따른 착안일 뿐, 이들 기업 역시 NXC 소수지분 투자에 매력을 느낄 유인이 많지 않다. PIF는 작년 아시아 시장에서 투자처를 찾으면서 내부수익률(IRR) 목표로 15%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NXC가 자회사 넥슨으로부터 받는 배당 수익은 극히 미미하다. 그나마 PIF는 이미 넥슨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가치를 중복 인식하고 있는 NXC에 투자할 요인이 적다. 

    텐센트는 중국 당국의 온라인 게임 산업에 대한 고강도 규제로 주가가 급락하자, 한화 1조원이 넘는 자사주를 사들이면서 주가 방어에 나섰다. 과거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 때에 비해선 투자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NXC 지분을 인수할 큰손 투자자를 유치하려면 결국 유족들의 '협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잠재적 원매자가 유족으로부터 우선매수청구권(콜옵션)을 얻어 단일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는 길을 마련해주거나, 향후 일정 가격에 주식을 되사주는 우선매도청구권(풋옵션)을 얻는 식이다. 다만 경영권을 확보한 유족 입장에선 이들에게 권리를 양보할 특별한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NXC 물납지분 매각이 최소 3~5년 이상의 '장기전'이 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수차례의 유찰 끝에 NXC가 결국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물납 지분이 처리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행법에 따르면 NXC 최대주주(유정현 이사) 또는 NXC 법인이 직접 물납 지분을 사들일 수 있다. NXC가 물납 지분을 수의계약으로 매입해 소각한다면, 유족들이 넥슨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공고히 하면서도 NXC 법인을 통해 상속세를 낸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NXC와 유족들이 보유 지분을 원매자들에게 팔거나, 반대로 사주거나 하는 방식밖에 답이 없는 상황"이라며 "최소 3~4년 이후 NXC가 직접 처리하는 방식으로 정부와 협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