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성 없는데...치적 쌓기용 릴레이 간담회 반복하는 우리금융
입력 24.01.11 15:04
취재노트
우리은행·카드 IT 개발·운영 '직접' 수행하는 거버넌스 개편 발표
개발기간 단축·비용 절감 효과…장기적으로 비이자수익 확대 목표
다만, "타 시중은행에선 이미 하고 있는 것들"이란 평가 나와
임종룡 회장 취임 직후 잇따라 간담회 열지만 '실속 있나' 의문
  • 작년 하반기부터 우리금융이 걸핏하면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9월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위한 전략 발표회', 10월 '글로벌 경쟁력 강화 전략 발표회', 올해 1월 'IT 거버넌스 개편 기자간담회'. 두 달에 한 번 꼴이다. 구체적으로 내용을 들어보면 다른 금융지주에서 이미 시행 중인 내용들이 많다. 실제 성과를 보여주는 대신 사업부 홍보에 공을 들이는 걸로 보인다. 

    11일 우리금융은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IT  거버넌스 개편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IT계열사인 우리FIS에서 맡아왔던 IT 개발을 우리은행과 우리카드에서 직접 수행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IT 개발 인력이 자회사에 분리 돼 있어 업무 수행이 비효율적이란 지적이 줄곧 제기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우리은행과 우리카드는 우리FIS의 개발·운영 업무와 인력 및 자산등을 일부 이전 받았다. 지난 5일 우리FIS 직원 90% 이상이 담당업무에 따라 재배치됐는데, 780명은 우리은행, 170명은 우리카드로 이적했다.  

    우리금융은 향후 슈퍼앱 개발 등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는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우리WON뱅킹 전면 재구축 사업도 진행 중이다. IT거버넌스 개편 기대 효과로 △개발기간 단축 △비용 절감 △현업 직원의 IT 역량 강화 △IT 내부통제 강화 등을 꼽았다. 

    그러나 이번 우리금융의 발표 내용은 이미 다른 금융지주사들이 일찌감치 실행하고 있는 IT 사업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경쟁사에선 일찍이 개발 담당자와 현업부서가 협력하는 방식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선도금융그룹 도약을 위해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차별점이 모호하다는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국민은행만 해도 지난 2022년 개발 담당자와 운영 담당자가 협력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라며 "개발자와 현업 담당자가 협력해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방법론을 데브옵스(DevOps)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시중은행에서 이미 적용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왔다. 이미 다른 금융지주에서 추진하고 있는 내용들인데 굳이 언론사들까지 초청해 발표할 정도로 우리금융만의 경쟁력이 무엇이냐는 것. 

    이에 대한 답변도 석연치 않았다. 옥일진 우리금융 디지털혁신부문 부사장은 "그동안 IT 자회사가 분리돼 있다는 점 때문에 효율성 측면에서 경쟁사 대비 아쉬운 지점이 있었다. 이제는 최소한 페어플레이를 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졌다"라며 "이제는 운영의 묘라고 본다. 핵심 인재를 공격적으로 채용하고 성과평가제도도 저희가 유연하게 하면서 경쟁사를 뛰어넘는 플레이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결국은 '잘 해보겠다' 수준에 그친다. 본인들도 다른 금융지주사랑 별 다를 바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지난해 하반기부터 잇따라 개최되는 우리금융 기자간담회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성과로 보여주기보단 홍보를 앞세운다는 점에서 최고 경영진의 치적쌓기가 주목적 아니냐는 것.

    일례로 작년 9월에 "기업금융 명가를 재건하겠다"라며 전략발표회를 열었을 때도 정작 전략은 찾기 어려웠고, '속빈 강정'이란 평가를 받았다. 

    우리금융은 우리투자증권을 일찌감치 매각한 터라 다른 지주사와 달리 프런트 역할을 할 증권사도 없다. "금리 경쟁 안하겠다"라고 발표했으나 "그 정도 전략으로 신규고객을 어떻게 유치하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직원들을 움직일 인센티브도 제시되지 않았다. (관련기사 : 우리은행 '기업금융 재건전략', 비은행 부재 한계만 드러내…임종룡 회장 조바심 탓?)

    간담회가 열리기 전부터 다른 금융지주사 관계자들 사이에선  "겨우 그 정도 내용으로 거창한 간담회를 여는 곳은 우리금융 뿐"이라는 비웃음도 나왔다.  

    이런 사태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거론된다. 다만 이유야 어쨌든, 이제 '4대 금융지주' 라고 불리기에도 슬슬 무색해지는 실적저하와 전략부재를 극복하기 위해 '내실 다지기'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 '홍보'와 '쇼업'이 먼저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임종룡 회장 취임 직후, 잘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알리자는 분위기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구체적인 방향성과 전략보다는 모호한 '선언'들로 주로 채워져 있다보니 실속이 있는지 솔직히 의문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