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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두루넷을 시작으로 2000년대 초 나스닥 상장이 유행처럼 번지던 시기가 있었다. 10여 곳의 국내 정보기술(IT) 강소기업들이 나스닥의 문을 두드렸고, 일부는 상장에 성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6년 지마켓을 마지막으로 나스닥 상장의 명맥은 끊겼다.
2021년 더블유게임즈의 자회사인 더블다운인터랙티브가 나스닥에 상장했지만, 2017년 인수한 미국 현지 회사가 상장한 것이라 '국내 회사 나스닥 상장'으로 보긴 어렵다. 지난해 7월 상장한 한류홀딩스의 경우 '캐피탈 마켓' 상장이었던데다, 상장 후 1년도 되지 않아 상장 폐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나스닥 시장은 크게 '글로벌 셀렉트 마켓', '글로벌 마켓', '캐피탈 마켓'으로 나뉜다. 엔비디아ㆍ테슬라 등 우리가 익히 아는 초대형 기술주들은 모두 1부 리그라고 할 수 있는 글로벌 셀렉트 마켓에 속해 있다. 글로벌 셀렉트 마켓은 엄격한 규제 기준과 준수 사항을 충족하고, 해당 산업에서의 리더십을 인정받은 회사만 갈 수 있는 시장이다.
대부분의 투자와 거래 역시 글로벌 셀렉트 마켓에서 일어난다. 캐피탈 마켓은 국내 증시로 따지면 코넥스에 가까운 3부 리그로, 시가총액 5000만달러(약 700억원)만 넘으면 이익을 내지 못하는 회사이더라도 상장이 가능하다.
핵심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글로벌 셀렉트 마켓으로 한정하면, 국내 기업은 단 한 차례도 나스닥에 제대로 직접 상장한 사례가 없다는 게 증권가의 평가다. 2000년 전후 나스닥으로 향한 국내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글로벌 마켓의 전신인 내셔널 마켓으로 향했다. 이 중 일부는 스몰캡 마켓으로 퇴출당하기도 했다.
그간 나스닥 글로벌 셀렉트 마켓 상장을 염두에 뒀던 회사는 적지 않았다. LG에너지솔루션 등 대기업 계열사는 물론, 컬리ㆍ야놀자 등 대형 유니콘들도 한 차례 이상 검토했고, 일부는 자문을 받으며 채비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천에 옮기는 회사는 아직까진 없었다.
상장 비용은 물론, 회계ㆍ법률ㆍ공시 등 상장 유지에 드는 비용이 천문학적이어서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나스닥 글로벌 셀렉트 마켓에 상장을 추진하는 회사는 최초 등록시 29만5000달러(약 4억원)의 등록비를 내야 하고, 이후 상장 주식 수에 따라 최소 5만2500달러(약 7000만원)에서 최대 18만2500달러(약 2억4300만원)의 상장 유지비를 매년 내야 한다. 이는 나스닥에 내는 비용으로, 상장 유지에 수반되는 법률ㆍ회계 등 관련 자문료를 모두 포함하면 상장시 100억~200억원, 매년 20억~50억원의 비용이 든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판이다.
상장 과정에서도 수수료 비용이 크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쿠팡의 경우 기업공개(IPO)를 통해 46억달러(약 6조원)을 조달하며, 약 2억 달러(약 2600억원)의 주관사 수수료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진다. 공모 규모가 1000억원을 넘어가는 대형 거래의 경우 국내 상장 인수수수료는 평균 1%지만, 나스닥을 포함한 미국 증시 상장시 인수 수수료는 평균 4~5%에 달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 2021년 한국거래소가 야놀자를 국내 증시에 유치하기 위해 컨설팅을 진행했는데, 당시 1조원 공모 기준 국내 상장 비용은 100억원 안팎, 미국 상장 비용은 최대 1000억원이라는 결론이 나왔다"며 "LG에너지솔루션이 국내 상장으로 방향을 튼 것도 비용이 과다하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차등의결권제 등 미국 증시 상장에 따른 최대주주 혜택을 온전히 받으려면 미국 내 법인을 세우는 작업도 필요하다. 미국 법인을 최대주주가 보유하고, 기존 국내 법인을 미국 법인의 자회사화 하는 과정에서 지분스왑(교환)이 필요한데, 이 경우 양도소득세가 부과될 수 있다. 지분 취득 시점의 가격과 교환하는 시점의 가격 사이의 차액에 최대 30%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나스닥 상장사'라는 명칭이 주는 뿌듯함은 잠시 뿐, 냉혹한 현실을 비용으로 치러야 하는 것이다.
최근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이르면 연내 셀트리온홀딩스를 나스닥 시장에 상장시키겠다고 발언했다. 상장 규모나 구조 등은 예단하기 어려우나, 만약 헬스케어 펀드 조성에 필요한 5조원을 모두 IPO를 통해 조달한다고 하면 상장 주관사 수수료로만 2500억원 안팎이 지출될 전망이다. 이 경우 상장에 필요한 총 비용은 자문료 및 세금 등 포함 3000억원에 육박하게 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치 판단의 문제이긴 하나, '나스닥 상장사'라는 타이틀을 위해 수천억원의 비용을 감내할 필요가 있을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시가총액 41조원 기업의 지분을 21.7% 보유한 지주회사의 가치를 글로벌 투자자들이 10조원 이상으로 봐줄지도 이슈"라고 말했다.
Invest Column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 연내 나스닥 상장 추진 발표
메인 마켓인 '글로벌 셀렉트 마켓'엔 국내사 상장 전무
상장 초기 비용ㆍ유지 비용 천문학적...'실익 없다' 대세
"나스닥 상장사 타이틀에 수천억 비용 감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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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4년 01월 1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