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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론 세이브'(야구에서 구원등판한 투수가 점수를 내줘 경기에 지는 일)였다.
엔씨소프트 주가는 17일 장중 6.1% 급락하며 19만3800원까지 밀렸다. 엔씨소프트 주가가 10만원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 2015년 4월 이후 1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2021년 최고점 대비 주가 하락률은 81%에 이른다. 이날 급락을 촉발한 유진투자증권의 레포트 제목이 바로 '블론 세이브'였다.
지난달 정식 서비스를 개시한 '쓰론 앤 리버티'(이하 TL)은 엔씨소프트가 10년간 개발한 야심작이자, 리니지 위주의 매출 파이프라인을 다양하게 해줄 유일한 대안이었다. 2022년 이후 뚜렷하게 내리막길을 걷고 있던 엔씨소프트를 구해줄 '구원투수'라는 게 증권사의 통설이었다.
그러나 TL은 흥행몰이에 실패한 것으로 가닥이 잡히는 모습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를 반영해 엔씨소프트 목표주가를 34만원에서 21만원으로 40% 하향 조정했다. TL의 흥행에 대한 의구심이 실망스러운 예상치로 시각화되자, 노심초사하던 주주들이 주식을 투매한 것이다.
연간 3000억원 이상을 벌어다 줄 것이란 기대를 받았던 TL의 올해 예상 매출액 전망치는 국내 420억원, 해외 로열티 200억원에 그친다. TL이 실패하며 리니지 시리즈를 대체할 차기 캐시카우도 마땅찮아졌다. 다음 기대작은 '아이온2'인데, 2025년에야 상용화가 예상된다. 2022년 13.7%였던 엔씨소프트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23년 6.1%, 올해 3.1%로 반 의 반 토막이 날 전망이다.
아직 경기가 끝난 건 아니다. 사업 부문의 구원투수였던 'TL'은 승리를 날려버렸지만, 경영 부문의 구원투수는 이제 막 등판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박병무 전 VIG파트너스 공동대표가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로 취임하며 내부 개혁이 시작됐다.
박 대표는 취임 후 곧바로 칼부터 꺼내들었다.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를 폐업시키고, 인공지능(AI) 금융 사업에서 철수하고, 80명에 달하던 임원급 인력 중 10여명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일반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 풍문도 떠돈다. 지난 10년간 엔씨소프트 직원 수는 2100명에서 5000명으로 2.5배 늘었지만, 감원을 동반한 대규모 구조조정은 한 차례도 없었다.
엔씨소프트 회사 안팎에서는 김택진 대표(약칭 TJ)의 아내인 윤송이 엔씨웨스트홀딩스 대표와 동생인 김택헌 수석부사장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한 것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지난 연말 각각 최고전략책임자(CSO)와 최고퍼블리싱책임자(CPO) 직에서 내려왔다.
김택진 대표는 2015년 넥슨과의 경영권 분쟁 이후 '친족 경영'을 강화했다. 2015년 윤송이 당시 부사장을 대표로 끌어올렸고, 이듬해 김택헌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며 CPO직을 신설해 맡겼다. 당시 업계엔 막역한 학교 선후배 사이였던 고(故) 김정주 전 넥슨 회장에 대한 배신감이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이는 회사 안팎에 숱한 논란을 낳았다. 윤송이 대표의 엔씨웨스트는 2015년부터 6년간 적자를 기록했다. 엔씨웨스트는 2021년 잠시 흑자전환 후 다시 적자의 늪에 빠진 상태다. 김택헌 부사장은 리니지2Mㆍ리니지W 성공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엔터 등 비게임부문 사업 확장에 실패한데다 이용자들의 이탈을 부른 '약탈적' 수익구조(BM)의 핵심 책임자 중 하나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들을 'C레벨'에서 제외한 건 새로 취임한 박 대표의 개혁 의지가 빈 수레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란 평가가 많다. 다만 최대주주인 김택진 대표가 언제까지, 어느 선까지 이를 지지해 줄지가 변수로 꼽힌다.
도화선으로는 미국법인 정리 이슈가 가장 먼저 언급된다. 지난해 엔씨소프트는 윤송이 대표가 관할하는 미국법인 엔씨웨스트가 있음에도, 김택헌 부사장이 관할하는 미국법인 엔씨아메리카를 별도로 세웠다.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는 성토가 주주총회에서 제기됐지만, 별 다른 해명은 없었다.
2019년 엔씨웨스트는 자본잠식으로 인해 엔씨소프트로부터 1300억원의 긴급수혈을 받았는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적자를 냈다. 지난해 3분기말 현재 엔씨웨스트는 또 다시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367억원인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이에 대한 경영 책임을 윤송이 대표에게 물을 수 있을지도 이슈로 꼽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박병무 대표는 2007년부터 사외이사ㆍ사내이사ㆍ기타비상무이사로 엔씨소프트 경영에 참여해 온만큼, 사내 문제에 대한 파악은 이미 돼있다고 봐야 한다"며 "미국법인을 중심으로 한 '친족 경영' 청산이 최종 목표가 돼야할 것인데 이를 김택진 대표가 받아들일지 여부가 변수"라고 지적했다.
취재노트
엔씨소프트 주가 17일 6% 급락...10년만에 10만원대로
야심작 'TL' 흥행 실패...2025년까지 새 캐시카우 '전무'
지난해 말 취임 박병무 대표, 구조조정 착수...감원 가능성
美법인 등 '친족 경영'이 최종 개혁 목표...김택진 대표 용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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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4년 01월 1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