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비율 떨어진 하나금융…주주환원 규모에 ‘촉각’
입력 24.01.22 07:00
4대 지주 중 유일하게 자본비율 줄어든 하나금융
CET1 비율 저하 지속된다면 주주환원 감소 가능성
원인은 공격적인 기업대출
순이익 늘었지만 자본비율 관리 필요성 커져
  • 하나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다른 금융지주보다 낮아진 데 따라 주주환원을 둘러싼 시장의 우려가 나온다. 그간 하나금융의 주력 계열사인 하나은행이 기업대출 규모가 경쟁적으로 늘리며 순이익 성장세를 보였지만 자본적정성 지표 관리는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17일 하나금융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CET1은 12.70%로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해 대비 감소했다. 같은 기간 KB금융지주는 13.70%, 신한금융지주 12.90%, 우리금융지주 12.10%로 지난해 말 대비 KB금융은 0.5%포인트, 신한금융은 0.1%포인트, 우리금융은 0.5%포인트 늘었다. 

    CET1 비율은 대표적인 자본적정성 지표로 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은행의 손실흡수능력을 따지는 지표로 대출을 늘릴수록 해당 비율은 낮아진다. 또한 해외 행동주의 펀드들이 은행권에 이 비율을 들어 주주 환원을 요구해온 만큼 배당 여력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 이에 하나금융의 CET1 비율이 다소 낮아진 가운데 4분기에도 햐향추세가 이어진다면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규모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하나금융은 당초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해왔다. 하지만 CET1 비율 저하로 자사주 소각규모가 줄어들거나 배당이 감소할 수 있다는 추론이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의 은행 담당 연구원은 “하나금융이 전년대비 주당배당금(DPS)이 우상향하고 있는데다 올해 3분기까지 이어온 배당기조로 미루어볼 때 4분기 배당을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자본여력이 추가로 감소한다면 당초 예상해왔던 1500억원 상당의 자사주 소각규모가 1000억원 정도로 줄어 결국 주주환원 규모에는 변동이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의 CET1 비율이 낮아진 것은 가장 큰 계열사인 하나은행이 경쟁적으로 기업대출을 늘린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경쟁 지주들이 대출 성장에 움츠러든 사이를 틈타 영업을 통해 대출 자산을 늘리는 전략을 선택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에 따라 지난 3분기 하나금융이 신한금융을 제치고 순이익 기준 2위에 오르기도 했다. 

    같은 기간 보수적 영업 기조로 선회한 신한금융과 대조적인 전략이라는 평가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3분기까지 순수영업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충당금적립전이익이 4조498억원으로 직전 해 동기대비 개선폭이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낮았다. 

    반면 하나은행은 작년 3분기까지 기업대출을 폭발적으로 늘렸다. 하나은행의 지난 3분기 기준 기업대출잔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5% 급증한 161조4350억원이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도 기업대출을 늘렸으나 5~6% 수준으로 두 자릿수 증가폭은 하나은행이 유일하다. 

    하나은행이 이처럼 순이익 성장에 드라이브를 거는 데에는 타 금융지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비은행 부문이 약하다는 배경이 있다. 하나금융은 최근까지도 KDB생명, 롯데카드 등 금융사 인수를 타진해왔다. 하나카드나 하나생명, 하나손해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들의 몸집이 ‘약체’로 꼽히는 데다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하나증권 역시 최근 대체투자 손실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는 타 지주와 비교해 비은행 계열사들의 체력이 약한 것이 사실”이라며 “하나은행이 금융지주 ‘맏형’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 보니 순이익을 빨리 끌어올려야 한다는 절박감이 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에 배당여력뿐만 아니라 하나금융의 건전성 관리에도 노란 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가계대출 제재에 따라 기업대출을 늘려왔지만, 전문가들은 기업대출 리스크 관리를 두고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특히 기업대출 중에서도 개인사업자 대출은 개인대출과 비교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능력)보다 DTI(총부채상환비율)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 대출규모도 더 많다. 개인대출과 비교해 담보도 확실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 만큼 리스크가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은행권이 대체로 대출 차원에서 몸을 사리는 와중에 기회를 틈타 하나금융이 경쟁자들을 제치고 기업대출을 늘린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기업대출은 금리경쟁 등 출혈경쟁이 수반될 수밖에 없어 돌아오는 이익 대비 관리해야할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