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만 '또' 회사채 시장 찾는 LG엔솔…반토막 난 실적에 달라진 투심
입력 24.01.23 07:00
내달 중순 회사채 발행 목표…최대 1조5000억원 규모
AA급 우량채지만…4분기 반토막 실적에 달라진 투심
주가 40만원 아래로…전방 시장 약세에 높은 투자부담
IPO 조달 자금 대부분 소진…투자 계획 조정 가능성도
  •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이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지난해 6월 출범 이후 처음으로 1조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한 지 반년 만이다. 4조7200억원의 역대 최대 규모 주문액이 몰리며 흥행했던 예년과 달리, 올해에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4분기 실적이 반토막나며 업계의 투자심리가 약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엔솔은 내달 중순 발행을 목표로 회사채 발행 계획을 세우고 있다. 총 7500억원 규모에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1조5000억원의 증액 발행을 열어뒀다. 주관사단으로는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 등이 참여하며, 이사회 결의만 남겨둔 상태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LG엔솔이 올해 첫 조단위 공모란 점과 신용등급 'AA'의 우량채라는 점에서 수요예측 흥행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발표한 4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이 증권가 전망치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개별민평금리 이하의 저금리 조달 여부는 불투명할 전망이다.

    최근 LG엔솔은 4분기 매출액이 8조14억원, 영업이익이 3382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지난 분기 대비 영업이익은 53.7% 줄었고, 5000억원의 증권가 전망치도 크게 밑돌았다. 미국 IRA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881억원에 불과하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LG엔솔은 LG화학이라는 든든한 뒷 배도 있는 만큼 회사채 시장에서 외면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4분기 실적이 보수적으로 책정한 시장 기대치보다도 좋지 않았고, 향후 투자부담이 커 금리 면에서는 메리트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초 LG엔솔을 향한 시장의 투심은 냉랭하다.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약 9% 이상 하락하며 40만원 아래로 내려갔다. 지난해 말 SK하이닉스에 시가총액 2위 자리를 내준 뒤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증권가도 LG엔솔의 실적 추정치와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나섰다.

    이는 전방 전기차 시장의 수요 약세와 메탈가 하락으로 인한 배터리 판가 하락, 대선 결과에 따른 미국의 IRA 보조금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란 분석이다. 4분기 실적을 통해 2차전지 산업의 수익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현실화했는데, 매년 공장 증설에만 10조원 이상을 투입해야 하는 투자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LG엔솔은 이번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북미 현지공장 신규 투자에 사용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LG엔솔은 미시간과 애리조나 현지 생산법인 외에도 GM, 스텔란티스, 혼다 등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해 현지 생산공장 설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 매년 10조원 이상의 신규 투자가 필요하지만, 2022년 초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한 약 12조원의 자금을 현재 대부분 소진한 상황이다. LG엔솔은 비주력 자산 매각과 현지 대출,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 조달에 주력하고 있지만 계획된 투자 규모를 감당하기 버거울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11월 LG엔솔은 미국 포드·튀르키예 코치그룹과 함께 추진하던 배터리 합작법인 사업 철회를 발표했는데, 이 역시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란 평가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LG엔솔은 현재 IPO로 확충한 재무여력을 대부분 소진한 상황이라 과중한 투자부담에 따른 단기적인 재무레버리지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회사채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신규 공장 설립에 투자하더라도 올해 수익성 악화가 이어진다면 투자 계획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