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똑바로 관리하라" 금융당국 눈 매서운데...메리츠證, 롯데펀드 성과급 어쩌나
입력 24.01.30 07:00|수정 24.01.30 07:46
롯데와 손잡고 1.5조 펀드 결성한 메리츠
주선 수수료만 150억원 수준, 성과급도 역대급
이복현 "PF손실 회피後 성과급 사용에 책임 물을 것"
PF위기 금융사 역할론에, 성과급 파티도 쉽지 않을 듯
  • 지난해 메리츠증권이 롯데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결성한 1조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통해 벌어들인 주선수수료의 성과급 지급 여부를 두고 증권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관련 증권사의 철저한 관리를 당부하며 '충당금을 덜 쌓고 벌이는 성과급 파티를 막겠다'고 선언한만큼, 수십억원에 달할 롯데건설 거래 성과급을 두고 메리츠증권의 고민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메리츠금융그룹은 유동성 위기가 닥친 롯데건설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현재 양측은 펀드 만기 1년 만기를 채우고 결별을 준비 중이다. 

    당초 메리츠와 펀드를 연장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금융당국이 금융권을 향한 건설업 지원 의지를 내비친 탓에 롯데그룹은 다소 우호적인 분위기를 타고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 은행권과 펀드 조성이 가능해졌다. 메리츠금융그룹 차원에서도 롯데란 고객과 결별하지만 펀드 조성을 통해 얻게 된 이자수익과 막대한 수수료가 남게됐다.

    일반적으로 펀드를 조성한 금융사에 제공되는 수수료는 약 1% 안팎이다. 이에 따라 해당 거래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약 15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지난해 펀드 조성에 참여한 임직원들의 실적연동성과급(PSR) 또한 수십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형금융사들은 통상 펀드 주선금액 대비 약 0.14~0.17%, 회사가 벌어들인 수수료의 약 14~17%를 임직원 PSR로 지급한다. 계약직 비율이 높거나 비교적 신생 금융사들은 주선 실적을 높이기 위해 이보다 공격적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데, 회사가 벌어들인 수수료의 절반을 성과급으로 책정하는 경우도 있다.

    메리츠와 롯데의 펀드는 결성 초기부터 이목을 끈 대규모 펀드였기 때문에 일반적인 수수료율(0.14~0.17%)보다 높은 수수료율이 적용됐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현재는 주선금액 대비 약 0.35%의 수수료율이 거론된다. 이를 고려하면 롯데와 펀드 결성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지급될 성과급만 약 50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메리츠증권의 경우 부서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받는 시기가 다르지만 과거의 전례를 비춰볼 때 2월 전후로 지급되는 게 일반적이다. 물론 각 부서별 손익분기점(BEP)를 채워야 지급한다. 

    메리츠는 이미 이연성과급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연성과급제도는 성과에 따른 보수를 최소 3년 이상 나눠 받도록 하는 제도다. 2017년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하면서 금융사 임원과 금융투자업무 담당자에 대한 성과보수의 40% 이상을 3년 이상 이연 지급하도록 법제화했다.

    메리츠의 경우 성과급은 4년에 걸쳐 지급한다. 첫해 60%에 이어 12%, 12%, 16% 등 4년에 걸쳐 지급되는 식이다. 부서별 BEP를 맞추지 못해도 과거에 이미 책정된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거나 깎이는 경우는 없다.

    또한 단순주선수수료, 참여수수료 등에 따라 성과급 지급 방식이 구분되기도 한다. 메리츠의 자체자금을 사용하지 않고 주선만을 통해 수수료를 벌어들인 거래와 회사가 직접 자금을 투입한 거래를 구분한다. 대출상환 시점과 사업정산 시점에 따라 성과급 인식 방법이 달라지기도 한다.

    메리츠는 롯데건설 유동성 공급 관련, 성과급 지급여부를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구체적인 성과급 책정은 개인과 부서마다 다르기 때문에 언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애초 롯데와 메리츠금융의 펀드 조성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극찬한 작품이었다. 이 원장은 지난해 1월 26일 메리츠의 롯데건설 지원 사례를 들어 "수익성과 공공성을 모두 살린 창의적 상품"(보험업계 CEO 간담회)이라고 소개했다. 

    당시 메리츠금융그룹이 직접 출자한 금액은 9000억원이었다. 금리가 최소 12% 수준으로 전해지면서 "유동성 위기를 활용한 고금리 장사"란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PF 위기를 기회 삼아 공격적인 영업을 펼칠 수 있는 곳은 메리츠가 유일하다"는 평판을 얻은 것도 사실이다. 

    1년이 지난 현재, 이복현 원장은 연일 금융사를 향해 강도 높은 '경고장'을 날리고 있다. 

    23일(금감원 임원회의)에선 "단기 성과에 치중해 PF 손실 인식을 회피하면서 남는 재원을 배당·성과급으로 사용하는 금융사에 대해선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한 데 이어, 24일(증권사 CEO 간담회)에선 "일부 회사 리스크 실패가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면 증권사와 경영진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증권업계 PF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9월말 기준 13.85%로 전 업권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증권업계에 보유한 PF대출 잔액은 6조3000억원 수준으로, 부실이 현실화하면 전 금융업에 걸친 리스크 확산이 불가피한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 메리츠증권을 비롯한 증권사들의 임직원 성과급 지급 역시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지급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해 최희문 메리츠금융그룹 부회장이 증인으로 참석한 국정감사에서 '부동산PF 고금리로 돈벌이'란 지적이 쏟아지면서, 메리츠증권은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을 거란 평가가 나온다.

    감독당국도 부정적인 기류를 내비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PF 부문은 부동산 경기가 단기간에 살아나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 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선제적으로 대비해 실제 손실 발생했을 때 사용하자는 게 감독당국의 취지"라며 "이런 취지를 살리지 않고 충당금을 안쌓고 남은 이익을 과도하게 성과급으로 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PF 위기에 금융당국의 역할론을 강조하는 등 명확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서 증권사들의 성과급 잔치가 올해도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