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컨콜서 2차전지 강조하자…하마평 1순위 오른 2차전지 전문가 권영수
입력 24.02.02 07:00
취재노트
  • 포스코그룹 회장 선임은 비단 그룹 차원 관심사만은 아니다. 회장이 누가 되느냐, 그에 따라 향후 포스코가 철강본업에 힘을 쏟느냐, 아니면 신산업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철강산업 지형도가 180도 달라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배터리 전문가'가 유력한 차기회장 후보 하마평에 올랐다. 철강업체들의 긴장도는 여느 때보다 높아지는 분위기다. 

    6인의 회장 후보 숏리스트는 내부인사 3인(▲김지용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장 ▲장인화 포스코 사장 ▲전중선 전 포스코홀딩스 사장)과 외부인사 3인(▲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 ▲우유철 전 현대제철 부회장)으로 구성됐다.

    직전까지 유력후보로 거론된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과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등은 최종 후보에서 제외됐다. 이들이 최 회장의 측근 인사로 분류된 만큼 외부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가 외부인사와 내부인사를 동수로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후추위는 내달 초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해 최종 후보를 선출한다. 최종 후보는 3월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의결을 거쳐야 한다. 포스코 회장 선임을 두고 국민연금 등 주요주주들이 반발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후보에 따라 논란이 지속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철강업계는 술렁이고 있다. 외부인사들의 선임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포스코는 연일 '2차전지 사랑'을 재확인 시켜 주고 있다. 31일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이날 포스코홀딩스는 “(2차전지 투자 전략과 관련해)새 CEO가 선임돼도 현재까지 집행됐거나 집행되고 있는 투자를 다시 되돌리거나 혹은 그 방향을 크게 바꾸거나, 포기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이날 권영수 전 부회장이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사실 권 전 부회장의 이름은 작년말 포스코가 회장 공개 선임으로 전환한 직후에도 거론됐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무게감 있게 받아들이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 사이 최정우 회장이 하차하고, 포스코 이사회의 부도덕성이 전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최 회장의 측근들은 대권후보에서 제외됐다. 이 와중에 회사는 2차전지 사업 지속가능성을 공식화했다.  남은 다른 후보들의 무게감이 높은가하면 그렇다고 보기도 어렵다.

    자연히 포스코홀딩스의 컨퍼런스콜 코멘트를 놓고도 "결국 권영수 전 부회장이 후보 1순위"임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상황이 됐다. 권 전 부회장 입장에서 보자면 마치 예정된 시나리오처럼 선임 가능성이 '착착착' 급상승하는 추세다.  

    문제는 이후부터다.

    권 전 부회장이든, 아니면 그 누구든 철강분야 비전문가가 포스코그룹 수장에 앉은 후엔, 외부의 시선으로 철강산업 구조 개편 시도를 예상할 수 있다. 

    이때부터 철강업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상황에 놓인다. 중소·중견 철강업체의 상당수는 원재료를 100% 포스코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포스코가 산업 내 독보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납품처를 해외 등 다변화하기도 사실상 쉽지 않다. 산업 내 맏형인 포스코의 '비호(?)'아래 명맥을 유지해온 철강사와 주변 기업들로서도 골치 아파진다. 이들로서는 거래처를 다변화 할 고민도 해본적 없는데, 당장 포스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한다면 생존의 기로에 놓일 수 있단 불안감도 무시하기 어렵다.

    포스코가 비철강 분야 확장에 힘쓰고는 있지만 여전히 근간은 철강이다. 철강분야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산업과 접점이 없는 인사가 회장직을 맡게 된다면 본업의 경쟁력이 악화할 수 있단 일각의 우려도 적지 않다.

    2차전지를 비롯해 뉴모빌리티, 그린에너지, 스마트인프라 등 포스코그룹이 지향하는 신사업은 어디까지나 본업인 철강이 현재의 위상을 지킬 수 있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권영수 부회장이든, 아니면 다른 인사가 회장직을 차지하든 포스코 본업에 대한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명실상부한 철강기업 1위란 타이틀에 안주해, 새 회장의  치적을 위해 그룹 정체성을 뒤흔드는 작업이 시작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포스코 임직원과 주변 산업의 종사자들, 외부의 투자자들 사이에서 새어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