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도 공모주 광풍 '우려'…당국은 '깐깐한' 증권신고서 기조 이어갈 듯
입력 24.02.07 07:00
상장일 따따블·다음날 하한가…변동성에 개미만 '곡소리'
거래소 상장심사 부서도 우려…당장 조치는 쉽지 않아
당국은 신고서 심사 강화…수요예측일에 정정 요구하기도
재차 기준 높일 가능성도
  • 연초 기업공개(IPO) 시장의 과열이 심화하고 있다. 신규 상장 종목이 상장일 '따따블'(공모가의 400% 상승)을 기록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상장 이튿날 하한가까지 급락하는 등 변동성 또한 커지면서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기관투자자마저 상장일에 차익 실현을 위해 매도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상장을 주관하는 한국거래소에서도 현재의 공모주 광풍 현상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파두 사태' 이후 '깐깐한' 증권신고서 심사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공모주 시장의 안정을 위해 당국이 재차 심사 기준 강화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신규 상장한 종목들은 모두 급등 후 급락을 반복하는 그래프를 보였다. 올해 1호 상장사인 우진엔텍은 상장일 따따블을 기록한 후 이틑날엔 상한가를 찍으며 급등했지만, 나흘 째 하한가를 기록했다. 현대힘스 역시 따따블 후 1거래일만에 하한가를 기록했고, HB인베스트먼트와 이닉스 역시 첫날 200% 가까이 급등했다 이튿날 급락했다.

    주가 변동성이 심화하면서 거래소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증권사 고위급 IB관계자는 "최근 회사 상장식이 있어 거래소에 다녀왔는데, 상장심사를 담당하는 담당자들의 우려가 많았다"며 "이런 광풍에 가까운 분위기가 이어지면 개인투자자들의 곡소리가 커질텐데, 거래소에서 당장 어떠한 조치를 취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증권신고서 심사 기준을 높여 엄격한 잣대의 평가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파두 사태 이후 금감원은 IPO 심사 시 증권신고서에 제출 직전 월의 매출액·영업손익 등을 신고서 내 투자위험요소 항목에 기재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실제로 올해 IPO를 진행하고 있는 기업들 중 한 차례 이상 증권신고서를 정정한 기업은 에이피알과 케이웨더, 이에이트, 코셉 등 4곳이다. 이중 이에이트와 코심은 두 차례, 에이피알과 케이웨더는 한 차례 증권신고서를 정정했다.

    에이피알은 올해 첫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이자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대어'란 점에서 시장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다만 당국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청으로 상장 일정이 2주가량 연기됐다. 당국은 에이피알에 과거 상표권과 특허권 소송 관련 사항을 추가하라고 요구했다.

    케이웨더는 이례적으로 수요예측일에 증권신고서를 정정했다. 지난달 15일 케이웨더는 증권신고서 정정을 공시했는데, 기존 신고서에 따르면 12~15일은 기관 수요예측일이었다. 케이웨더 측에서 공시 전 기관들에 미리 일정 변경 사실을 알려 실제 수요예측이 이뤄지진 않았지만, 당국의 심사 기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내용 보충이 필요하다면 수요예측일 당일에도 정정을 요구할만큼 까다로워진 것이다.

    이에 당국의 증권신고서 심사 강화 기조가 연초 공모주 광풍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상장 기준치를 높이고, 투자자들에게 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 지나친 가격 변동성을 줄이고자 하는 의도란 것이다.

    당국은 특별히 현재 공모주 상황을 의식해 심사 기준을 높인 것은 아니란 입장이다. 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증권신고서에 대해서는 제출 직전월의 매출액과 영업손익 등의 기재여부를 확인하겠다고 이미 지난해 11월 파두 사태 이후 발표한 바 있다"며 "현재 발표 내용에서 더 엄격하게 심사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와 같은 수준의 공모주 장세가 한동안 이어지면 당국이 결국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현재 IPO 시장이 과열되었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인정할만큼 자명한 사실"이라며 "이러한 현상이 한동안 계속된다면 당국이 마냥 손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