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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성과급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 시작한 건 지난해 초다. 고금리 상황에서 은행권의 성과급 잔치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성과급 점검 대상은 금융권 전반(보험·증권·카드사)으로 확산됐다. 당국은 성과급 환수 제도 등을 거론하며 성과 보수 체계 점검에 나섰다.
그 해 7월, 금감원은 1억원 미만 성과급도 이연되도록 하겠다며 관행 개선에 나섰다. 성과급이 일정금액 미만이면 3년보다 짧은 이연기간을 적용하는 등 증권사들의 고무줄식 성과급 지급 관행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올 초 금감원은 다시 한번 보도자료를 내 증권사들의 성과급 지급을 질타했다. 작년 말부터 증권사의 부동산PF 성과보수 지급 실태를 점검했고 상당수 증권사가 부동산PF 관련 성과보수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법규를 위반했다고 했다. 이복현 원장은 충당금을 적게 쌓고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 23일 임원 회의에서 "단기 성과에 치중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손실 인식을 회피하면서 남는 재원을 배당·성과급으로 사용하는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의도 IB맨들의 성과급 기대감은 연일 하한가를 기록 중이다. 업황 둔화로 실적이 감소한 상황에서 금융당국 역시 매서운 눈초리로 주시하자 성과급 기대는 언감생심이다.
증권가의 2023년 실적은 전년보다 나아졌지만, 호황기 대비 대폭 줄었다. 돈을 잘 벌었다고 평가할 만한 증권사도 2021년 대비 절반을 조금 넘는 정도다. 심지어 대부분의 증권사가 대손충당금을 대거 쌓으며 4분기 실적은 영업적자 일색이었다. 이전처럼 억 단위의 성과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를 평생 직장으로 생각하고 준비하는 사람은 드물다. 업황에 따라 언제라도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보상도 적어지는 추세다"라며 "금감원에선 고성과급을 질타하지만 최근엔 돈을 잘 버는 부서도 억단위를 받기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대신 비용 절감 압박은 더 커졌다. 고객 응대가 중요한 IB부서에선 법인카드 사용 한도가 줄어든 지 꽤 됐다. 점심시간을 지키지 않는다거나 고객사와 미팅을 적게 잡는다고 잔소리를 듣는 일도 늘었다.
설을 앞두고 지급되는 명절 귀성여비도 축소될 조짐이 보인다. 한 증권사에선 일전에 제공되는 수십만원의 현금 대신 계열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 등을 귀성여비로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 다른 증권사에선 작년 이맘때 제공되던 귀성비가 아직 지급되지 않았다.
긴 연휴를 앞두고 있지만 여의도 IB맨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연휴가 끝나면 실제 성과급 수령 시기가 도래하지만, 기대감은 크지 않다. 지난해 흑자를 달성한 사업부도 부동산PF 부실 책임으로 성과급을 못 받을 수 있단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주식ㆍ채권 등 전통 IB부서 실적을 PF부서 실적과 통합해 성과급을 산정하겠다고 발표하며 '사실상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기도 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복현 원장의 최근 발언으로 성과급 기대를 접었다. 속한 사업부서가 흑자를 기록했지만, 부동산PF 부실이 커서 성과급을 못 받을 수도 있다"라며 "업계 사람들과 만나면 눈물바다를 방불케 한다"라고 말했다.
취재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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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4년 02월 07일 20:3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