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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바이오 계열사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조단위 금액이 투입되는 공장설립을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고 계열사에 맡겨 논란이 일고 있다.
삼성바이오 측은 "계약 협의가 길어지면서 의도치 않게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이 과정에서 시공사가 수천억원의 공사대금을 부담해야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천 송도에 5공장 건립을 진행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시공사 삼성엔지니어링은 계약서조차 작성하지 않은 상태에 진행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2022년 말 기초공사에 돌입했는데 내년 5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중이다.
5공장의 총 공사비는 1조5000억원~1조7000억원 수준으로 전해진다. 본계약을 맺지 않으면서 시공사인 삼성엔지니어링은 계약금은 물론 선수금과 공정에 따라 지급되는 기성금도 모두 받지 못하고 자체자금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5공장의 공정률은 약 40~50%로 삼성엔지니어링은 공정에 필요한 자금 수 천억원을 전액을 자체자금으로 해결하고 있는 상황이다.
건축·토목공사는 상대적으로 공사 규모가 크기 때문에 발주처와 하청기업의 부담을 덜기 위해 공사 단계별로 대금을 지급한다. 삼성그룹 관계사 공사의 특성상 마진율이 높지 않은편인데 공사대금도 받지 못하게 되면 삼성엔지니어링의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삼성바이오 측은 "협의가 길어지면서 생긴 일이고 현재 삼성엔지니어링과 빠른 시일 내에 계약을 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지만 협의할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룹 내 관계사란 점을 고려하더라도 발주처와 시공사의 정식 계약이 맺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이다.
발주처와 외부 시공사의 관계라면 본공사에 착공하지 않거나, 공사대금 지급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소송으로 비화하는 경우도 많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22년 준공한 4공장 건립 당시 일부 공정을 전담한 중견건설사 한 곳에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해당 건설사가 공사를 중단한 사례도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시공사가 계약서 없이 발주처 공사를 나서서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삼성엔지니어링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관계사가 아니었다면 이같이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자칫 공사만를 진행하고 대금을 제대로 정산 받지 못하는 경우엔 이를 승인한 경영진이 배임 문제에 휘말릴 수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엔지니어링 모두 상장회사이기 때문에 기울어진 조건의 계약으로 어느 한쪽이 손해를 입게 될 경우 경영진의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공사 역시 최대 1조7000억원의 공사비를 두고 첨예하게 이견을 나타내 계약하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추후에도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이 쉽게 봉합될 것이라 낙관적으로 전망하기도 어렵다. 삼성엔지니어링은 과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4공장을 모두 전담해 시공했는데, 2022년 준공한 4공장에 대한 잔금 일부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사비 미지급 논란에도 불구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임직원들에게 그룹내 최고 수준이자 상한인 연봉 50%에 해당하는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내년부터는 주주환원 확대를 위해 잉여현금흐름(FCF)의 10% 내외를 현금배당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실적은 급성장하는 추세로, 지난해 매출액 약 4조1500억원, 영업이익은 1조13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창립 이래 처음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그룹 내 위상이 급부상하는 상황에서 하청업체인 삼성엔지니어링이 공사비 관련 계약을 체결하면서 '갑'보다는 '을'의 상황에 처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본계약을 체결하지 못했음에도 공사를 진행하고, 재무적 불확실성을 안고도 경영진 차원에서 강하게 어필하지 못하는 상황은 원청과 하청의 관계를 떠나 삼성바이오와 삼성엔지니어링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도 최근 유사한 논란에 휘말렸다. 삼성전자는 경기도 평택의 반도체 5공장(P5라인) 건설 일부를 중단한 상태인데, 공사규모 2조원 의 사무동 건축 계획도 잠정 중단하면서 일부 시공사에 건설 대금을 지불하지 않은 사례가 드러났다. 삼성전자가 사업비를 대폭 줄이는 과정에서 반도체 공장과 사무동 공사를 일부 중단하면서 당분간 대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큰 시공사과 협력업체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등의 이해관계를 강력하게 대변할 조직과 인사가 없다는 실정이란 지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실적은 삼성물산의 기업가치와도 맞닿아 있고, 이재용 회장의 재판에 미칠 영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그룹 계열사 입장에서 실익을 주장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으로 해석된다.
사실 삼성그룹은 이재용 회장의 선고 공판과 맞물려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의 가치 증명이 여느때보다 필요했는데 다행히(?) 삼성바이오는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이 회장의 재판에 무형적 지원이 가능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그룹의 주력은 단연 전자이고, 최근엔 바이오가 가장 주목받고 있는데 관계사 공사가 무엇보다 중요한 삼성엔지니어링 등과 같은 (건설) 하청기업이 그룹 내에서 잡음을 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 5공장 건립 한창
최대 1조7000억원 규모, 내년 5월 준공 계획
시공사 삼성ENG과 공사대금 합의도 아직, 계약서도 없어
삼성ENG 수 백억 받고, 자체자금으로 조 단위 공사중
삼성바이오 "삼성ENG 측과 본계약 협의가 길어져" 해명
공사비 갈등 좁히기 쉽지 않은데…경영진 배임 비화 가능성도
최대 1조7000억원 규모, 내년 5월 준공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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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4년 02월 1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