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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021년 인베스트조선의 새마을금고 중앙회 임직원 사모펀드(PEF) 출자사업 비리 논란 보도 이후, 3년이 지난 지금. 박차훈 전 중앙회장과 고위임원들 및 실무자들이 줄줄이 해당혐의로 구속ㆍ재판을 받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후 새마을금고 관리부실은 사회적 문제로 비화됐다.
이후 얼마나 변했을까.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이제야 금융위원회와 새마을금고에 대한 본격적인 검사를 실시한다. 검찰의 추가 조사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그러나 새마을금고 변화를 가져올 법안들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중앙회장 선거까지 새로 치르고 임직원들을 새로 뽑고 있지만 '사람'만 바뀌었을 뿐, 비리를 양산한 '시스템' 문제는 그대로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새마을금고가 '비리 백화점'이란 오명을 탈피할 수 있을지, 현 상황을 점검한다
새마을금고 중앙회 출자사업 비리가 임직원 구속기소로 이어진 이후. 중앙회가 처음 시도한 일은 '선거'와 '임원 물갈이'였다. 표면상 조직 내 서열 1위~4위가 모두 재판을 받을 상황이 벌어진 터라 새 지도부가 필요하다는 이유가 거론됐다.
곧바로 '선거판'이 벌어졌다. 사태가 벌어진데 대한 반성의 메시지, 책임소재 규명은 뚜렷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새마을금고의 투자비리 문제는 '조직'과 '시스템'의 문제가 아닌, '사람'의 문제로 치부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새로운 사람들이 지도부를 차지하면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는 것.
그렇다면 과연 사람들이라도 바뀌었을까.
작년 12월21일 실시된 신임 중앙회장 선거의 경우. 사상 처음으로 직선제로 치뤄진 회장 선거는 말 그대로 '촌극'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비위로 물러난 박차훈 회장 자리를 대신할 보궐 선거는 되레 박 회장의 최측근과 그 정적들의 대결구도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당선자인 김인 회장은 직전 남대문새마을금고 이사장직과 새마을금고 중앙회 부회장직을 맡으며 박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핵심 중의 핵심인사로 분류됐다. 선거 과정에서 박 회장이 우회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덕에 당선될 수 있었다는 평판이 지배적이다.
선거과정에서 과거 박차훈 회장의 정적이자, 유력한 회장 후보로 거론됐던 대구지역 이사인 A 이사장이 선거를 불과 일주일 남겨두고 심장마비로 쓰러져 뇌사상태에 빠지고, 결국 선거전날 일신상의 사유로 출마를 포기하는 일도 벌어졌다. A 이사장은 지난달 말 운명을 달리했다.
신임 김인 회장 취임 이후 재판에 회부된 류혁 대표를 대신할 새 신용공제대표 및 CIO, 그리고 새 상근이사 (전무이사ㆍ지도이사) 선출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잡음이 쏟아지는 중이다.
신용공제대표 서류접수기간 2일…새 지도이사는 주무부처 '낙하산'
최근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임진우 전 대체운용본부장(법무법인 율촌 고문)을 새로운 신용공제 대표로 내정했다. 임 전 본부장은 과거 중앙회에서 30년간 근무하며 금융기획본부장, 대체투자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새마을금고 내부사정을 잘 알면서 비리에 연루되지 않고 기존 새마을금고 고위임원들의 투자청탁을 거부했던 인사여서 임용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자금운용부문 CIO로는 사학연금 윤지선 리스크법무실장이 발탁됐다. 사학연금 자금운용관리단 내 대체투자실과 투자전략실을 거쳤다. 아울러 새마을금고 중앙회의 기존 리스크관리본부가 부문 승격되며 생긴 CRO(최고위험관리책임자) 자리에 박준철 금고여신본부장이 부문장으로 승진해 왔다. 박 부문장은 중앙회 대체투자본부에서 근무한 바 있다.
문제는 이들의 선정과정. 신용공제대표는 후보들의 지원서류 접수기간이 1월 25~26일 단 2일에 그쳤다. CIO는 1월 18~25일 서류를 접수했는데 주말을 빼면 사실상 3일에 불과했다. 새마을금고의 공고를 보고 사실을 인지한 인사들은 서류를 준비할 시간도 없이 채용의 문이 닫힌 셈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공고를 확인하고 서류를 접수하려고 준비를 하려하니 이미 서류 마감이 끝난 시점이었다”라며 “서류접수 기간이 너무 짧아서 아예 제출할 생각도 못했다”라고 말했다.
다른 기관과 비교해도 서류 접수 기간이 짧다. 국민연금의 경우 2022년 CIO 공모절차 진행시 10월 31일부터 11월11일까지 2주간 서류를 접수했으며, 그 전임자를 뽑았던 2018년에도 서류 접수 기간은 2주였다. 결국 외부 공모로 진행한다는 신용공제 대표나 CIO도 새마을금고에서 이미 '내정자'를 마련해두고 선임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들의 선임은 새마을금고 중앙회의 인사추천위원회가 결정하고 있다. 이 인사추천위원들이 누구인지, 또 어떻게 선정되는지에 대해서 새마을금고는 모두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측은 “인사추천위원회 명단은 대외비라서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주무부처의 '낙하산 인사'도 거론된다. 남은 상근이사 2개 자리 (지도이사ㆍ전무이사) 가운데 이미 지도이사에는 행정안전부 출신인 최훈 전 정부청사관리본부장 내정설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행시 36회로, 행자부 지방세제정책관, 지방행정정책관, 전라북도 행정부지사, 행정안전부 기획조정실장,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분권실장 등을 역임한 인사다. 지난해 말 정부청사관리본부장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명예퇴직 했다.
주무부처의 낙하산 인사를 통한 '제 식구 챙기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새마을금고의 경우는 "지금이 낙하산 인사를 단행할 때냐"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미 행안부는 새마을금고를 관리할 주무부처로서 역할이나 소임을 전혀 하지 못한채 비리를 방치해왔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최 전 본부장이 새마을금고의 주요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나 특화된 능력을 보유했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 반면 지도이사는 새마을금고의 상근이사 자리 가운데 '인사'를 비롯, 조직 전반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요 자리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도이사의 경우 새마을금고에서 월급이 나오고 회장이 연임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회장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라며 “결국 행안부가 자리를 챙겨주면서 새마을금고 신임 회장의 뒤를 봐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만한 인사다”라고 평가했다.
검찰4년 구형 받은 이사들이 인사 관여…기소된 임원들 유임 또는 승진까지
또다른 논란은 최근 진행 중인 새마을금고 중앙회의 내부 인사다. 검찰에 기소되거나 갑질논란에 휘말린 임원들이 유임, 심지어 승진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또 박차훈 회장에게 금품을 공여한 혐의로 검찰이 4년 징역을 구형한 임원들이 이번 인사에 직접 관여하기까지 했다.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이달인 2월16일자로,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관련내용은 설 명절 직전인 지난 7일 내부적으로 공개됐다.
이와 관련,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중앙회장은 원칙상 비상근직이라 상근이사와 협의해 인사를 진행해야 한다”며 “아직까지 쇄신을 위한 인사가 늦어져 기존 상근이사들과 상의해 이번 인사를 진행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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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 중앙회 상근이사는 총 3명으로, 현재 불구속기소로 재판에 회부된 류혁 대표를 제외하면 남은 인사는 김기창 전무이사ㆍ황국현 지도이사 2인이다. 이들은 박차훈 회장에게 회장 재선을 위한 조직관리비용 등 명목으로 합계 7800만 원을 상납하고, 변호사 비용 2200만 원을 대납하는 방법으로 공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작년 12월 검찰은 이들 모두에게 징역4년을 구형한 바 있다. 새 상근이사는 이달 23일께 선임 예정이다.
그러나 새마을금고는 새 상근이사를 선임하기도 전에 미리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논란을 키우고 있다. 새마을금고가 지난 2018년부터 중앙회장 자리를 '비상근직'으로 바꾼 이유는 '중앙회장의 독단적인 인사전횡을 막기 위해서'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상근이사는 불과 10여일 뒤 물러날 상황에서 대대적인 인사가 진행된 것. 결국 이번 인사는 신임 회장의 의사가 대거 반영되어 진행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상황이다.
인사 세부내용은 더 논란을 빚고 있다. 검찰로부터 기소 되거나 징계를 받은 임원들이 유임되거나 승진하는 인사가 포함됐다.
이번 인사에서 심동보 리스크관리본부장은 금고구조개선본부장으로, 강상수 울산경남본부장은 유임되는 것으로 발령이 났다. 이들은 모두 비리혐의 등으로 검찰에 기소돼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 자리를 보전했다. '경조비 갑질' 논란이 벌어졌던 서정도 검사감독1본부 부장은 검사기획본부장으로 오히려 승진까지 했다.
새마을금고 출자비리의 '근원'으로 지목됐던 사모펀드(PEF) 출자를 담당했던 기업금융부 투자팀원들도 건재하다. 최우석 전 대체투자본부 기업금융부 팀장은 PEF에 출자하는 과정에서 불법 사례비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팀원들(김유탁, 현동진, 이관성, 신훈세, 조상욱)은 최 팀장, 조세훈 씨(전직 기자)와 공동 저자로 2022년 12월 '사모펀드와 M&A 트렌드 2023'이란 책을 내면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해당 서적은 최 팀장이 외유논란으로 견책 징계까지 받은데다, 관련 업무에 종사하면서도 발간되면서 논란거리가 됐다. 이후 새마을금고로부터 출자 받은 상당수의 사모펀드(PEF)들이 '예우' 혹은 '투자자 관리' 차원에서 다량 구입했다는 점이 또 다른 비리 가능성으로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책의 출간이나 이해상충 문제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고, 새마을금고는 김영란법 적용대상자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참여한 인사들은 16일 인사에서도 여전히 기업금융부에 남거나 투자를 관리하는 부서로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일단 새마을금고 산하 기업금융부는 기존 대체투자본부에서 기업인프라금융본부 산하로 바뀐다. 기업인프라금융본부는 CIO 대행을 맡던 이승동 본부장이, 기업금융부는 부동산금융부를 맡던 이준엽 부장이 맡는다.
최 팀장과 함께 책을 집필한 실무진인 조상욱, 이관성은 기업금융부에 그대로 배치됐다. 김유탁은 리스크관리부문 투자감리부, 현동진은 검사감독 1본부 지역검사2부, 신훈세는 금융전략본부 금융전략부로 배치된다. 일부 보직이 바뀌긴 했지만, 바뀐 인사들도 투자심사나 검사, 전략 등 되레 '힘있는 자리'로 발령이 났다.
통상 주요 연기금 및 공제회에선 굳이 문제가 없더라도 투자 과정에서의 유착을 막기 위해 투자팀 인력에 대한 순환근무를 정기적으로 행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새마을금고중앙회 측은 "작년 투자부문에서 여러 이슈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인정한다. 그런 부분들에 대한 개선 의지를 위해 여러 고민을 했다. 그 결과 인사적으로 순환 근무를 확대했다. 투자부문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조직 인사를 대폭 확대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새마을금고 사태 여파가 일파만파로 커질무렵,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경영혁신위원회'를 마련해 대안을 모색한 바 있다. 이미 혁신위원들 명단을 두고도 "혁신을 한다면서 감독기관과 기재부 전관들만 채워넣었다"라고 비판을 받을 상황이었다.
당시 혁신위는 기존 4명이었던 이사회 내 전문(사외)이사 수를 8명으로 늘리고, 대신 금고이사장인 이사는 기존 13명에서 8명으로 축소하자는 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를 시행하려면 새마을금고법이 국회를 통해 개정되어야 하는데, 현재 정치적인 상황에선 법 통과여부도 미지수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이번에 새마을금고 중앙회의 인사 내용을 보면 결국 사태가 벌어지기 이전과 별반 달라진 점이 없다란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라며 “결국 언젠가는 똑같은 문제가 되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새마을금고 과연 바뀔까] ①
신용공제대표·CIO 공모로 선임했지만…서류 접수기한 2일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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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4년 02월 14일 14:16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