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주주행동 본격화…배당 증액, 자사주 소각 요구에 주총 표대결 불가피
입력 24.02.16 07:00
씨티오브런던 등 5개 기관 "배당확대·자사주 매입" 제안
이재용 회장 무죄 판결 후 3월 주총 정식 안건으로 상정
삼성물산, 경영상 부담 호소하며 '반대' 권고…주주 설득
주총서 표 대결 불가피…주주들에 의결권 위임도 요청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1심 무죄 판결 직후 행동주의 펀드의 삼성물산에 대한 주주 행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씨티오브런던인베스트먼트 등 5개 펀드는 삼성물산에 배당을 늘리고, 추가 자사주 매입을 공식 요구했다. 내달 15일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불기피해진 만큼 삼성물산도 일찌감치 주주 설득에 나선 상황이다. 

    14일 삼성물산은 오는 3월 주총에서 씨티오브런던인베스트먼트, 안다자산운용, 화이트박스어드아비어스 등 5개 기관이 제안한 배당 확대·추가 자기주식 매입 등 소수주주제안이 안건으로 상정됐다고 밝혔다. 제안 주주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약 1.46%다. 지난해 삼성물산에 주주제안을 발표했던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캐피탈은 참여하지 않았다.  

    이들이 내건 제안은 구체적으로 ▲현금배당을 보통주 주당 4500원, 우선주 주당 4550원으로 늘리고 ▲주총 이후 3개월에 걸쳐 5000억원 규모(보통주 약 386만주)를 추가 매입하라는 내용이다. 지난달 삼성물산이 자사주 소각 일정을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앞당겼으나, 이들은 자사주 소각이 주주환원이 아니라 주장하고 있다. 

    배당과 자기주식 활용 모두 이사회안을 훌쩍 넘기는 수준이다. 삼성물산 이사회는 보통주 주당 2550원, 우선주 주당 2600원의 이익배당을 안건으로 올렸다. 자사주 소각의 경우 오는 4월 19일 보통주 188만8889주, 우선주 15만9835주를 각각 소각하는 게 이사회안이었다. 

    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이 회장의 불법합병·회계부정 관련 1심 선고 직전인 이달 초 삼성물산 측에 같은 내용의 주주제안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직후 이 회장 1심 무죄 판결이 내려지자 주총 안건으로 공식 상정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주총 소집공고 공시와 함께 해당 소수주주 제안에 반대할 것을 권고하고 나섰다. 

    삼성물산은 "제안주주께서 당사 이사회가 주주가치 제고 제안을 번번이 무시했다고 설명했지만 그간 면담 7회, 이사회 논의 11회 등 의견을 충분히 이사회에 전달하고 정책 수립에 반영했다"라며 "소수주주가 제안한 배당안은 이사회안과 택일적이고 양립 불가하므로 '반대'로 표기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밝혔다.  

    주주제안에 담긴 요구가 기존 주주환원 정책을 크게 초과해 경영상 부담이 된다는 반박도 내놨다. 5개 기관이 요구한 총 주주환원 규모는 약 1조2364억원으로 삼성물산의 작년과 올해 잉여현금흐름(삼성바이오로직스 제외) 100% 이상이다. 이만한 현금이 유출되면 미래 성장동력 확보 및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체 투자재원 확보가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삼성물산이 경영상 부담을 직접 드러내며 주주 설득에 나섰지만 내달 주총에서 표 대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회장을 포함한 삼성물산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약 33.28% 수준이다. 우호 주주로 분류되는 KCC 보유 지분 9.17%까지 포함하면 오는 주총에서 주주제안이 통과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이 많다. 

    그러나 최근 정부 차원에서 저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미만) 상장기업을 중심으로 주가 부양에 힘을 싣고 있는 만큼 나머지 주주의 표심을 장담하긴 어렵다. 삼성물산은 공시를 통해 주주들이 직접 해당 제안에 반대할 것을 권고하는 것과 동시에 의결권 위임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