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실적 내리막길…다시 고개드는 은행-카드 '통합설'
입력 24.02.19 07:00
신한·KB·우리·하나카드 수익 일제히 하락
금리 인하 국면이지만 당장 반등 어려워
은행-카드 통합설 솔솔…다만 현실성 적어
  • 실적 시즌이 진행되는 가운데, 은행 계열 카드사들의 지난해 수익 저하 흐름이 심상치 않다. 작년 한 해 고금리 기조로 시름을 앓았는데 올해도 소비 침체 등으로 업황 반등의 실마리는 흐릿하다는 평가다. 

    어두운 전망 속 해결책으로 은행과 카드사의 통합설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자금조달 비용이 크게 줄어드는 등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데이터 활용 효율성 등도 근거로 거론된다. 다만 조직 축소와 인력 감축이 불가피한데다 당국 승인을 받기도 쉽지 않을거란 전망이 나온다.

    8일 신한카드는 작년 한 해 당기순이익이 6206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감소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KB국민카드는 전년 대비 7.3% 감소한 351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봤다. 우리카드 역시 112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 전년보다 무려 45.3% 하락했다. 하나카드는 171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0.9% 감소했다. 

    카드사 실적 하락은 예상된 결과로 분석된다. 이어진 금리 인상으로 카드사들의 조달 및 대손비용이 늘어난 탓이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이 수년째 지속되면서 카드사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의 적자가 심화된 영향도 컸다. 이에 카드사들도 ‘혜자카드’ 단종, 프리미엄 카드 정책 등을 통해 비용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금리 인하 신호가 감지되고 있지만 카드사 실적 반등까지는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 때 5%를 넘었던 여전채 금리가 하향세를 보이곤 있지만 ELS(주가연계증권) 상품 판매로 또 다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부각된다. ELS 발행자금은 대부분 채권으로 운용되는데 해당 재원이 줄어들면 여전채 시장이 악화될 수 있는 탓이다.

    이에 작년 한 때 불거졌던 은행과 카드사 통합 가능성이 다시금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은행-카드 통합 가능성에 대해 내부적으로 심도있는 검토를 거쳤다. 연말 조직 개편에서 안정성에 무게를 두며 사그라들긴 했지만, 여전히 불씨는 살아있다는 평가다. KB금융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B카드는 연말연초 조직개편을 통해 주요 부서의 이름과 기능을 은행과 비슷하게 고쳤다. 회사는 시너지를 위해 일관성을 갖췄다는 입장이지만, 금융권에선 은행-카드 통합을 위한 사전정지작업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카드사가 은행 지붕 밑으로 합쳐진다면 데이터 활용이나 조달비용 측면은 장점으로 부각된다. 카드사 내에 쌓인 결제 데이터를 은행에서도 활용한다면 마케팅 차원에서 전력이 오를 수 있다. 또 은행 신용등급이 카드보다 높은 만큼 조달비용을 아낀다는 긍정적인 요인도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은행과 카드사의 통합이 현실적인 벽에 부딪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당장 은행과 카드사의 통합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다. 현재 은행과 카드사가 비슷한 사업을 영위하는 부분이 있는데, 만약 두 회사가 합쳐진다면 중복 사업부문이 합쳐지며 매출도 감소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인력 재배치에 따른 내부 반발이나 통합에 따른 일시적 비용도 걸림돌로 꼽힌다. 은행과 카드사의 통합은 곧 내부 인력 구성에 변화가 생길 수 있는 데다 사옥 이전이나 회사 시스템 통합 등 통합에 따른 일시적 비용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사들은 은행과 카드사가 분리된 곳이 많지 않은 데다 카드사 내 결제성 데이터 활용 등의 이유로 통합설이 불거지고 있다”라며 “다만 인원 감축, 통합 비용 등 현실적인 이유로 당장 추진하기엔 무리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