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건설사 부도…'분양 성공'에도 곤란한 신탁사
입력 24.02.23 07:00
시공사 부도나면 분양률 높아도 문제
대체 시공사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
찾아도 새 시공사의 무리한 조건 난감
부도 날 시공사에 자금 추가 투입 않기도
  • 시공사의 부도가 현실화하자 신탁사의 리스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시공사가 부도나자 분양률이 높은 사업장에서 마저 자금난이 발생했다. 부도날 시공사에 추가로 자금을 투입할지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한신평이 신용등급을 평가한 9개의 신탁사(KB, 교보, 대신, 대한, 신영, 코람코, 한자신, 한토신, 한국투자)의 경우 2022년 9월 말 기준 대우조선해양건설 사업장 17곳에 참여하고 있다. 당시 한신평은 해당 사업장 중 ▲2022년 9월 이후 시공사를 교체한 사업장 5건 ▲자금회수(엑시트) 분양률을 상회했거나 유사한 수준까지 분양이 이뤄진 양호한 사업장 7건 ▲불확실성에 노출된 유의 사업장 5건(차입형 개발신탁 1건, 책임준공형 관리형 개발신탁 4건)이라 분석했다. 

    그러나 분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대우조선해양건설 사업장에서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오히려 분양률이 높아 문제가 생겼다.

    분양 계약을 파기할 경우 해당 사업장을 관리하는 신탁사는 수분양자에게 계약금을 2배 물어줘야 한다. 그러나 A 신탁사의 경우 배상해야 할 금액이 커 해결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을 대체할 시공사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대체 시공사가 완공하더라도 대우조선해양건설의 브랜드를 사용해야 해 주요 건설사는 큰 관심이 없다. 중견·중소형 건설사는 A 신탁사가 곤란한 상황에 처한 걸 알다 보니, 높은 수수료와 별개로 추가 금액을 요구하기도 한다.

    부도날 가능성이 큰 시공사의 사업장에 추가 자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한다.

    B 신탁사는 시공순위 100위권의 한 시공사 사업장에 자체 자금(신탁계정대)을 투입하지 않을 계획이다. 시공사가 부도나는 상황도 곤란하지만, 신탁계정대를 투입해도 시공사가 부도날 상황이라면 추가 자금 투입이 큰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일부 자금력이 낮은 신탁사는 신탁계정대를 열지도 못해 미완공 사업장을 부도 처리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들 신탁사는 PF 대주단과 손해배상소송에 휘말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군 건설사도 올해 사실상 수주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공사비를 확보한 사업장인데도 대주단의 심의 과정에서 부결이 났다는 둥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최근 당국의 PF 사업장 기조가 바뀌며 1군 건설사도 난감한 상황인데 부도났거나 부도날 건설사와 엮여있으면 자금 사정이 더 어려워진다"고 밝혔다.

    신탁계정대는 이미 역대 최대 수준이다. 신탁계정대는 분양 결과와 공정률에 따라 추가 투입될 수 있는 우발채무 성격을 띠고 있다.

    14개 신탁사의 전체 신탁계정대는 작년 9월말 4조801억원으로 2022년 12월 말 2조5698억원 대비 약 2배 늘어났다. 대부분 책준형 계약에 따라 시공사가 사업을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 신탁사가 대신 투입한 자금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전국에서 폐업한 건설사는 1948곳으로 2006년 이후 17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탁사 중 자본력이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한국토지신탁도 신용도가 강등됐다. 한국신용평가는 7일 한국토지신탁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내렸다. 수주 실적이 줄어들면서 이익 창출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고정이하자산 규모가 증가하고 있으며, 대손충당금 적립 수준이 경쟁업체 대비 열위하다는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2021년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신탁사가 경쟁적으로 사업장을 수주했다"며 "평균적인 신탁 사업 기간 2년을 감안하면 올해부터 만기가 돌아올 사업장은 더 증가할 전망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