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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실망 매물이 쏟아지며 증시가 하락했다. 특히 정책 수혜 기대감에 주목받았던 저PBR 관련주들이 일제히 하락했다. 일부 종목은 두 자릿 수 가까운 하락률을 보이며, 1월 하순 이후 상승분을 상당 부분 반납키도 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0.77% 하락한 2647.09에 마감했다. 저PBR 업종을 위주로 하락이 이어졌지만, 시총 상위주를 중심으로 반도체ㆍ바이오 대형주가 보합세를 보이며 지수를 방어했다.
정책 실망감에 매도 물량을 쏟아냈던 외국인은 오후 들어 매수세로 돌아섰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외국인은 481억원, 679억원을 각각 순매도했고, 외국인은 960억원을 순매수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선 대표적인 저PBR주로 꼽히는 현대차(-2.05%)와 기아(-3.21%)가 하락했다. 이 밖에도 금융주와 보험주, 지주사 종목 등이 낙폭을 키웠다.
금융주에선 KB금융(-5.02%), 신한지주(-4.50%), 하나금융지주(-5.94%), 우리금융지주(-1.94%) 등이 약세를 보였다. 정책 실망감에 더해 배당락 이슈까지 겹친 탓이다. 금융주 가운데선 정책 발표 전부터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했던 메리츠금융지주(3.15%)가 유일하게 상승세를 보였다.
보험주도 삼성생명(-3.56%)을 포함해 삼성화재(-2.76%), 현대해상(-7.07%), 흥국화재(-11.93%) 등 약세를 이어갔다. 3년만의 배당 재개와 저PBR 수혜주로 최근 주가가 급등했던 한화생명(-9.60%)은 시장 기대치를 하회한 배당 수준에 정책 실망감까지 더해져 낙폭을 키웠단 분석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세미나를 열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안을 공개했다. 해당 안에는 기업가치 우수 기업에 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관련 지수 및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하고, 상장사가 스스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세워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다만 시장이 기대했던 강제성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관련 공시는 자율적으로 준비된 기업부터 참여하고, 세제 지원책을 인센티브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라 기업의 자율에 상당 부분을 맡기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은 5월 중 2차 세미나를 통해 공개 예정이지만, 벌써부터 내실없는 껍데기에 불과하단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를 앞두고 시장에선 강제성 여부에 주목한 바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세부안 중 가장 중점적으로 볼 부분은 금융당국이 정책을 강제할 수 있는지 여부"라며 "만약 기업 자율에 맡기는 권고 형태로 밸류업 프로그램이 꾸려진다면 차익매물이 나올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날 금융당국이 기업 자율에 맡기는 권고 형태의 안을 발표하면서, 시장의 지적대로 실망 매물이 출회한 셈이다. 일각에선 국내 증시가 정부의 정책 발표 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와 밸류업 지원방안 세미나 간의 간극은 우려했던 것보다 크다"며 "1월 24일 이후 상승분의 60%를 되돌린다면 KOSPI는 최대 2560선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저PBR주들이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수치라는 점은 감안해야 할 것"고 평가했다.
'빈 껍데기' 정책 세부안 공개에 실망 매물 출회
금융·보험 저PBR주 약세…외인 오후 순매수 전환
한화생명, 시장 기대 이하 배당 수준에 낙폭 커져
코스피, 정책 발표 이전 수준 회귀 가능성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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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4년 02월 26일 15:5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