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귀환에 가을야구 꿈꾸는 한화이글스, 몸값 200억은 누가 낼까
입력 24.02.27 07:00
취재노트
200억원 류현진 영입비 마련위해 계열사별 분담금 지정
매출 따라 출자하면 한화솔루션ㆍ한화에어로가 일등공신
적자 이글스 살림은 한화생명이 견인…차기 구단주 누구?
  • 한화이글스 출신 메이저리그(MLB) 투수 류현진이 친정으로 돌아왔다. MLB 통산 186경기 78승 48패 1세이브 1055⅓이닝 934탈삼진 평균자책점 3.27를 기록한 '코리안 몬스터'는 유례 없는 성과를 이룬 만큼 전 구단을 통틀어 역대 최고 대우를 받는다. 

    시중에 공개된 류현진 선수와 한화이글스의 계약은 8년 기한에 총액 170억원이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21억원 수준으로, 2022년 SSG의 김광현 선수 4년 계약(연 환산 37억원) 대비 적게 느껴질 수 있다. 

    이는 선수단 연봉 총액이 일정 규모를 넘기면 제재를 받는 샐러리캡(선수 연봉 상한액) 규제를 피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다. 기존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옵트아웃(Opt Out) 조건을 달았기 때문에 사실상 계약금 170억원에 버금가는 추가 수입이 보장될 전망이다. 

    국내 프로야구 구단 상당수는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상장사로 치면 진작에 상장 폐지가 됐을 정도다. 한화이글스 역시 2022년 말 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자본보다 부채가 더 많은 완전자본잠식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200억원에 이르는 몸값은 어떻게 마련할까? 지금까지 그래왔듯 한화그룹이 십시일반 부담할 계획이다. 선수와 협상을 앞두고, 계열사별 분담금도 사전에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연 회장의 사비(私費)가 쓰이는 것이 아니라면, 업계에선 김동관 부회장 체제의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최대 출자자가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화가 계열사들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걷을 때,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린 기업이 더 많은 사용료를 내도록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방식을 한화이글스나 한화생명e스포츠 등 프로스포츠 구단에도 적용한다면, 태양광 사업으로 연간 10조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한화솔루션이나 작년 상반기 수주잔고만 20조원에 달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류현진 계약'의 일등공신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이글스의 지분은 오랜 기간 한화솔루션(40%), ㈜한화(40%),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10%), 김승연 회장(10%) 등이 보유하고 있다. 한화 계열사들과 그룹 오너가 자본금을 출자한 한화이글스는 존속을 위해 계열사들에 기대 왔다. 야구장 옥외광고와 유니폼 등을 통한 '광고비' 명목으로 매출을 올려 구단을 운영하는 것이다.

  • 다만 한화이글스 경영을 책임지는 것은 주주회사들이 아니다. 한화생명보험과 한화손해보험 등 한화금융사들이 이글스의 살림을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 한화이글스가 한화솔루션으로부터 얻은 매출은 13억원이었지만, 한화생명과 한화손보로부터 받은 돈은 67억원과 31억원을 넘겼다. 계열사들로부터 1년에 170억원 정도를 받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한화금융 계열사가 약 70% 가까이를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한화그룹 내부에선 한화이글스를 아예 한화생명 등 금융 계열로 편입하는 방법도 논의 중이다. ㈜한화 아래의 한화생명ㆍ한화손보ㆍ한화자산운용ㆍ한화투자증권 등 금융 계열사 산하로 편입하면, 유상증자를 통한 재무 개선도 간단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스포츠 구단이라는 대중문화 특성상, B2B(기업간거래) 회사인 방산 계열사보다 B2C(소비자간거래) 회사인 금융사와의 시너지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주주만 한화솔루션일뿐 사실상 한화생명과의 결합이 확고한 상황인데, 한화그룹 입장에서는 주주 변동을 고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김승연 회장의 '야구사랑'은 잘 알려져있다. 한화이글스 프런트가 FA(자유계약선수)인 이범호 선수를 놓치자, 2011년 프런트를 전면 교체하고 직접 잠실 야구장을 방문한 김회장이 "김태균 잡아올게"라고 발언한 게 대표적이다. 2018년 한화이글스가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자, 대전 이글스파크 전 좌석에 장미 1만3000여송이를 사비로 선물하기도 했다. 

    김 회장을 향한 이글스 팬들의 애정도 확고하다. 팬들의 애정은 최근 김 회장의 뒤를 이을 것으로 거론되는 장남 김동관 부회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야구와 e스포츠 FA 시즌마다, 인터넷에서는 김 부회장의 사진을 올려두고 원하는 선수를 영입해달라는 염원의 글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한화이글스가 한화금융 아래로 소속된다면,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구단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동원 사장은 이글스 팬으로부터 김 회장만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이글스 팬들이 바라온 대전 신구장(베이스볼드림파크) 완공과 류현진의 복귀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한화 3세들에게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