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 가닥 잡혔지만...복잡한 이해관계에 쉽지 않을 NH證 차기 사장 선임
입력 24.02.29 07:00
NH證 차기 사장 숏리스트 나오는 데 시일 걸릴듯
증권 입장에선 윤병운 등 내부인사 선호하겠지만
NH농협금융·농협중앙회 등 여러 이해관계 고려해야
사재훈 등 거론되는 가운데 캠프 보은인사 가능성도
  • NH투자증권 차기 사장 선정 절차가 아직 안갯 속에 쌓여 있다. 회사 안팎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정영채 현 대표 교체로 가닥이 잡히긴 했지만, 복합한 이해관계로 인해 마지막 순간까지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예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란 분석이다. 

    농협중앙회장이 새로 선정된데다, 지난해 취임한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의중도 드러나지 않고 있다. NH투자증권이 독립적인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다곤 하나, 중앙회의 눈치를 아예 보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내외부 후보가 두루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NH투자증권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차기 대표 후보를 추리는데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주내로 숏리스트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내주까지 미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NH투자증권의 정기주주총회는 오늘 3월 마지막주로 시간적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이번 NH투자증권 차기 대표 선임에는 NH농협금융지주와 농협중앙회의 의중이 이전보다 더 많이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농협중앙회장이 새로 선출됐고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도 지난해 바뀌었기 때문에 여러 이해관계가 뒤섞일 것이란 예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 출신인 손병환 전 지주 회장의 경우 정영채 사장을 크게 신임하는 모양새가 분명했지만, 이석준 회장 체제 출범 이후엔 다소 기류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많다"며 "새 중앙회장 취임에 맞춰 이 회장이 '쇄신' 이미지를 보이려면 계열사 대표 교체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업계 안팎에선 후보군을 크게 네 부류로 보는 분위기다. 정영채 현 대표를 포함해 윤병운 IB1 사업부 대표(부사장) 등 내부 후보들, 퇴직 후 장외에서 차기 대표를 노리는 전(前) NH투자증권 인사들, 경쟁 증권 출신의 외부 인사, 그리고 강호동 신임 농협중앙회장의 선거를 도와준 인사들이다.

    NH투자증권 입장에선 회사 사정을 잘 아는 내부 인사를 선호할 만하다. 정영채 사장은 지난 1월, 금융당국의 중징계 효력이 정지되며 연임이 가능한 상태다. 다만 금융당국과 날을 세울 경우 회사가 견뎌야할 부담이 적지 않다. 

    이에 그룹 및 NH투자증권 안팎에선 세대교체 가능성에 더 힘을 싣고 있다.

    정영채 사장과 20년 가까이 호흡을 맞춘 윤병운 부사장이 유력한 내부 후보로 꼽힌다. 지난해 최승호 부동산 투자 부문 총괄 대표(부사장)와 권순호 OCIO 사업부 대표(부사장)가 직을 내려놓은 이후 내부 후보중 선두를 달리는 모양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중징계 관련 가처분을 신청했을 때까지만 해도 정영채 대표가 연임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았지만, 현 시점에선 외부 낙하산을 막기 위한 견제의 의미로 롱리스트에 들어갔단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며 "이번 대표 후보 추천을 맡은 헤드헌팅 업체 '유니코써치' 선정에 정 대표가 관여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본인이 연임하지 않더라도 영향력은 행사하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기존 거래관계가 있던 써치펌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목적이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중앙회ㆍ지주를 비롯한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불편한 기색이 전해졌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퇴임했음에도 불구, 권순호 부사장은 여전히 차기 대표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기관영업본부장, 고객자산운용본부장 등을 거쳐 NH투자증권의 OCIO사업부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서울대학교 법학과 출신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동문이고 이상민 전 국토교통부장관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외부 후보로는 사재훈 전 삼성증권 부사장이 언급된다. 삼성증권 홀세일본부장, 자산관리(WM)본부장 등을 거쳐 채널영업부문장을 역임했다. 퇴임직전까지 삼성증권에서 가장 연봉이 높던 인물 중 하나로 NH투자증권과 WM사업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영채 대표가 연임을 거듭하며 장기간 회사를 이끌어온데다 중앙회와 지주의 리더십이 최근 바뀐만큼 외부인사를 선호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이 경우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출신의 '엘리트'인 사 전 부사장이 적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새로 당선되며 판도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농협그룹 지배구조 최상위에 위치한데다 농협중앙회 출신 문연우이사가 임추위 위원장이다. 당선인의 의중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보은인사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각자 대표안이 지속적으로 업계서 거론되는 까닭으로 풀이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후계자라고 할 수 있는 유력 후보가 부재한 가운데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결과를 가늠하기 힘든 분위기"라며 "임추위의 결정이 이번주에 날 것이란 예측이 많지만 다음주로 미뤄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