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자본증권 발행 재개하는 CJ CGV…미매각 우려에 주관사만 8곳
입력 24.03.04 07:00
CJ CGV, 3개월여 만 신종자본증권 발행 재개
1600억 규모로 3월 중 발행…막바지 논의 중
KB·NH·삼성 등 주관사만 8곳…키움은 최근 이탈
업황 회복에도 불확실 투심에 미매각 우려한 듯
  • CJ CGV가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다. 지난 연말 한차례 발행을 검토했다 철회한 지 3개월여 만이다. 주관사단만 무려 8곳을 꾸렸는데, 영화업황 회복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투자심리 불확실성에 미매각을 우려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J CGV는 3월 중순경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 현재 금리 조건과 공모 구조 등을 막바지 논의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1600억원 규모로, 30년 만기에 2년 후 조기 상환이 가능한 콜옵션이 붙었다. 이르면 내달 초 수요예측에 나설 것을 보인다.

    공모시장에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게 됐지만, 이에 앞서 CJ CGV는 사모시장을 통해 발행하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검토하다 수요 부진 등을 이유로 철회한 전력이 있어 공모보다는 사모로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금리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최종 공모 발행으로 결정했다.

    CJ CGV는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주관사단만 무려 8곳을 꾸렸다. KB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SK증권, 하이투자증권, 신영증권 등이 주관사단으로 참여한다. 기존에는 키움증권까지 9곳이었지만, 키움증권은 최근 주관사단에서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회사채 발행에 주관사단으로 합류했던 키움증권이 이번에도 주관사단으로 참여를 했다가 회사 사정으로 최근 이탈했다"며 "이번에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다음 발행에 다시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J CGV가 대규모로 주관사단을 꾸린 이유로는 미매각에 대한 부담이 꼽힌다. 미매각이 날 경우 주관사단이 물량을 인수해야하는데, 리스크를 분산하고자 하는 의도다. 

    지난해 2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때도 기존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등 5곳을 주관사로 선정했다가 미매각 부담에 키움증권을 추가로 선정한 바 있다. 당시 미래에셋증권은 킥오프(kick-off) 미팅까지 진행한 뒤 주관사 자격을 내려놓기도 했다.

    CJ CGV는 신종자본증권을 주요 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해왔다. 신종자본증권과 같은 영구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아 단기적으로 재무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529%에 달하는 CJ CGV 입장에선 회사채보다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다만 30년 만기지만, 2~5년 후 조기 상환 옵션이 붙어 있기에 사실상 2~5년 만기의 회사채와 같은 부채의 성격이 짙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투자자와의 신뢰를 저버릴 뿐만 아니라, 금리도 상승해 재무 관리의 변수가 될 수도 있다.

    CJ CGV의 신용등급은 현재 A- 등급이지만, 신종자본증권은 이보다 한 노치 낮은 BBB+ 등급이다. 이에 금리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기준 BBB+ 회사채의 2년물 민평금리는 7.289%에서 형성돼있는데, CJ CGV의 개별 민평금리는 이보다 높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는 일반적으로 회사채보다 높은 수준에서 결정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극장 업황이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조달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CJ CGV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재개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아직 시장의 투심이 불확실한 상황이라 주관사단을 대규모로 꾸려 최대한 미매각 리스크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