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법 개정으로 탄력받는 韓 방산업…한화 vs HD현대 신경전은 계속
입력 24.03.04 07:00
수은 법정 자본금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상향
한화에어로·현대로템 폴란드 2차 계약 수출길 열려
국내외 함정 수주 두고 맞붙을 현대重-한화오션
방산 관련주 상승세…올해 방산 호황기 지속
  • 잘 나가던 국내 방위산업(방산)업체들이 올해도 순풍을 탈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수출 수요가 늘어나는 중에 수출입은행(수은)의 법정자본금 한도 확대로 수출길 청신호가 켜졌다. 국내외 함정 수주를 두고선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신경전은 심화하는 모양새다. 

    29일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수은 법정자본금을 현행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증액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수출입은행의 법정자본금은 지난 2014년 법 개정 이후 10년 간 15조원으로 묶여 있어 국내 기업의 원활한 해외 수주와 수출을 지원하는 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앞서 국내 방산업체들은 2022년 폴란드 정부와 17조원 규모의 1차 무기 계약을 체결한 후, 최대 30조원 규모의 2차 계약을 지난해 상반기까지 체결할 계획이었다. 1차 수출 당시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6조원씩 지원했는데, 2차 계약 체결은 수은의 금융 지원 한도 제한으로 인해 미뤄져 왔다. 현행 수출입은행법 및 시행령은 특정 개인·법인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40%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은 신용공여 한도를 폴란드 1차 수출에서 대부분 소진했다.

    수은법 개정의 최대 수혜자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이 꼽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 308문, 다연장로켓 천무 70대가 2차 계약 물량으로 남아있다. 폴란드와 1000대의 K2 전차 수출하는 계약을 맺은 현대로템은 820대의 물량이 남아있다.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군비 확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술은 뛰어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내 방산 기업들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특히 2022년 국내 주요 방산업체들이 사상 최대 규모의 무기 수출을 성사했고, 지난해는 방산 기업들이 연이어 호실적을 기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년보다 76.1% 상승한 701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현대로템도 전년 대비 42.4% 증가한 영업이익 2100억원을 기록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역시 전년보다 74.8% 늘어난 247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FA-50의 폴란드 수출 덕분인데, KAI는 현재 이집트와 FA-50을, 아랍에미리트(UAE)에는 수리온과 소형무장헬기(LAH) 수출을 논의 중이다. 인도네시아 기술 유출 문제가 불거진 KF-21은 올해 최초 양산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방위사업체로 지정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특수선사업부는 국내외 함정 수출 준비에 한창이다. 캐나다에서는 3000톤급 잠수함을 최대 12척을 도입할 계획이며, 폴란드도 신형 잠수함을 최대 4척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필리핀 역시 잠수함 2~3척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가 잠수함 4척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수은법 개정,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탄탄한 실적에 힘입어 방산 관련주는 일제히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방산 '대장주'로 꼽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56%대로 급등하며 신고가를 기록했고 국내 유일 방산 테마 ETF인 ARIRANG K방산Fn ETF 주가는 올해 들어 16% 상승했다. 

    방산 호황기는 '이제 시작'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방산 담당 증권사 연구원은 "우크라이나-전쟁 장기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무기 수요가 계속 높아지고 있는 데다 폴란드 수출이 가시화되면서 올해는 외형과 수익성이 동시에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서는 사업비 약 8조원에 달하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에 관심이 높은데 특히 올해 하반기에는 특수선 양강 구도의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전면승부가 펼쳐질 예정이다. 지난 27일, 방위사업청이 HD현대중공업의 KDDX 건조사업 입찰 참가 자격 유지를 결정하면서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은 2014년 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KDDX 개념설계도를 불법으로 빼돌린 혐의로 지난해 11월 유죄가 확정됐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이번에도 서로 날을 세우는 모양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방사청의 앞선 결정에 대해 "현대중공업의 기밀 탈취는 방산 근간을 흔드는 중대 비위로 간주하며, 이에 따라 재심의와 감사 및 경찰의 엄중한 수사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며 결정 불복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10년이 지난 일인 데다가 이미 1.8점 감점도 받고 있다"며 "방사청의 판단을 존중하고, KDDX는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최상의 함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