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또 '속 빈 간담회'..."이럴 시간에 현장에 있는 게 나을 것"
입력 24.03.07 13:49
취재노트
우리은행, 자산관리 전문은행 도약 기자간담회 개최
홍콩H지수 ELS 손실 대란으로 영업 어려운 틈 노린듯
다만, 반복되는 기자간담회에 업계선 조소 섞인 반응도
구체적 전략보단 선언에 그쳐…"현장에서 뛰는게 나을 것"
관료였던 임종룡 회장의 언론 대응 방법이란 해석도
  • "차라리 이럴 시간에 현장에 가 보시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한 시중은행 임원급 관계자)

    우리금융이 기자간담회를 통한 사업부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9월부터 벌써 네 번의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1등이 되겠다는 선언에 그친다는 평가가 많다. 

    일각에선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정부 관료이던 시절을 떠올린다. 당시에도 언론에 비슷한 방식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던 까닭이다. 

    7일 우리은행은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자산관리 전문은행 도약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고객 자산관리 전문은행을 목표로 투자 상품판매 문화 개선· 부동산 전문가 영입을 통한 전문 인력 관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불건전 영업이 확인된 PB인력에 대해서는 자격 영구 박탈도 고려한다. 

    홍콩H지수 ELS 상품 손실 대란으로 경쟁 시중은행 PB창구에서 영업이 어려워진 틈을 타 자산관리 사업 강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ELS의 올해 상반기 만기 도래 규모는 250억원으로 국내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적다. 타행은 ELS 상품 손실 대란에 시간을 쏟아야하지만 비교적 여유로운 우리은행은 고객 확대도 노려볼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이를 실현할 구체적인 행동 전략에 대해선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분석이 많다. 우리은행은 ▲투자상품 평가모델 강화 ▲부동산전문가 영입 ▲고액자산가 전용 투체어스W 확대 등을 방법론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고객 편의를 고려한 상품 제공이나 스타급 자산관리 전문가 초빙은 경쟁 시중은행에서도 하고 있는 전략으로 차별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금융의 기자간담회는 대체로 '업계 1위로 도약하겠다'는 식의 포부로 끝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구체적인 행동 전략도, 그로 인한 성과도 부재하고 미래 실적에 대한 낙관과 다짐이 가득하다는 평가다. 앞선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위한 발표회,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발표회에서 '속 빈 강정'이란 말이 나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릴레이 기자간담회가 실제 성과에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다. 경쟁사인 하나은행이 영업에 고삐를 쥐며 약진하는 모습은 놀랍지만 우리은행의 기자간담회 행보에는 의문이 든다. 차라리 현장에 가서 영업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리는 게 낫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관료시절 언론 대응이 몸에 밴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임종룡 회장은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역임했는데 재직 당시 기자들을 상대로 잦은 브리핑을 열었다고 알려진다. 정책 방향 제시 등 대언론 대응이 중요했던 관료시절 홍보 전략을 우리금융에 와서도 되풀이 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우리금융은 영업 강화를 통한 이익체력 키우기가 우선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자본체력 탓에 연말로 갈수록 영업력은 떨어지고 영업경쟁에서도 밀리기 일쑤로 알려진다. 타 은행권에선 우리은행과 고객 뺏기 경쟁을 할 만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은행RM·PB들 사이에서 고객 뺏기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다만, 각 은행마다 강점이 뚜렷해 만만치 않다. 가장 열위에 있는 곳을 노릴 수밖에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