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중지란' 어피너티 대표, 교보생명 사외이사 하마평...울며 겨자먹기?
입력 24.03.11 07:00
교보생명, 3월 말 주총서 새 사외이사 선임 예정
PE컨소, 민병철 어피너티 대표 추천 유력해
회수 늦어지는 가운데 어피너티 인적 구성 큰 변화
신한금융 등 처분한 가운데 교보생명도 정리 가능성
  • 교보생명 새 사외이사 후보로 민병철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ffinity equity partners, 이하 어피너티)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르면 3월 말 주주총회에서 새 사외이사로 추천될 가능성이 언급된다.

    그간 교보생명과 어피너티는 풋옵션(특정 가격에 되팔 권리) 관련 이슈로 꾸준히 분쟁을 벌여왔다. 하지만 교보생명 투자에 관여했던 어피너티 내 인력들은 현재 대부분 회사를 이탈한 상태다. 이번 사외이사 선임 가능성은 내홍을 겪고 새 경영진을 구성한 어피너티가 교보생명 이슈를 어떻게 대할지 예측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22일 열리는 교보생명 정기주주총회에 민병철 어피너티 총괄대표가 사외이사로 추천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지난해 8월까지 사외이사를 맡았던 이철주 전 어피너티 회장이 회사를 떠나면서 자연스럽게 공석이 생겼는데, 현재까지 후임이 선정되지 않고 비어있는 상태다.

    어피너티와 교보생명이 맺은 협약에 따르면, PE컨소시엄이 추천하는 사외이사는 4곳의 투자자들 사이에서 협의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 어피너티가 아니더라도 원칙적으론 사외이사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공석이 채워지지 않은 것은 그간 이 자리가 '기피 보직'이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교보생명의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너티컨소시엄(IMMPE·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베어링PE·싱가포르투자청)은 지분 24%를 보유한 교보생명 2대 주주다. 지난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로부터 지분을 매입할 당시 맺었던 풋옵션(특정가격에 되팔 권리) 행사를 두고 교보생명과 수년째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어피너티컨소시엄이 추천한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합류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어피너티컨소시엄이 추천한 사외이사의 경우 이사진으로서 공유 받아야 할 자료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많다는 전언이다. 

    더구나 교보생명 역시 지주사 전환, 대표이사 교체 등의 이슈로 어수선하다. 실질적인 권한이 크지 않은 반면 이사진으로서의 기본 책무는 무거운 상황에 굳이 뛰어들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다.

    민 대표가 새 사외이사로 합류한다면 그간 극한 대립을 이어오던 PE컨소시엄과 교보생명 사이에 새로운 움직임이 관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과거 교보생명 투자를 주도했던 어피너티가 심사역 이탈로 혼란기를 겪고 있는 만큼, 새 어피너티 경영진은 갈등을 이어나가기보단 투자금 회수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현재 어피너티는 과거 교보생명을 투자에 몸담았던 창업주 박영택 전 어피너티 회장, 한국 투자를 총괄해온 이상훈 대표, 창업 멤버인 이철주 회장이 회사를 모두 떠난 상태다. 이들은 교보생명 투자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인물이다. 박 전 회장은 2013년, 이상훈 전 대표는 2018년 교보생명 이사회에 합류하기도 헸다. 

    최근 어피너티는 다음 펀드 조성을 위해 현재 펀드의 청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신한금융 지분 절반을 클럽딜로 전격 매각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포트폴리오의 내부 수익률(IRR) 성과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락앤락, 버거킹 등 관리해야 할 포트폴리오가 많은 상황에서 교보생명에 쏟을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한 사모펀드(PE)업계 관계자는 “민 대표가 교보생명 사외이사를 맡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수순일 수 있다”며 “다만 어피너티 대표로서 과거 투자했던 포트폴리오 관리에 책임을 다하는 차원이지, (교보생명과 대항해) 적극적인 액션을 예고한다고 볼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 입장에서도 민 대표의 이사회 합류가 나쁠 것이 없다는 평이다. 그간 PE컨소시엄의 좌장 격으로 교보생명과 극한 대립을 벌여온 어피너티가 '자중지란'을 통해 스스로 힘이 빠진 까닭이다. 해당 분쟁은 풋옵션(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에 대한 교보생명과 어피너티의 눈높이 차이에서 비롯됐다. 구성원이 바뀐 어피너티가 회수 시기를 중시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눈높이를 낮춘다면 교보생명의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다.

    물론 교보생명이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3분기 영업적자를 냈다. 지난해 연간 실적 역시 2022년 대비 역성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14조원에 육박하던 자기자본은 11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최근 주가가 크게 오른 삼성생명의 주가순자산비율(PBR) 0.44배를 적용하더라도 예상 기업가치가 5조원에 그친다. 기타 상장 생명보험사 평균 PBR(0.2배)를 적용하면 2조원을 겨우 넘게 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교보생명은 지난 10여년간 재무적 투자자와 분쟁을 겪는 과정에서 업황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며 사실상 제자리 걸음만 걸었다"며 "현 시점에서는 차라리 양자가 협력해 기업가치부터 끌어올리는 작업을 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