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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기관투자자)들과 관계나 진행하던 딜들이 많은데 새 대표이사가 온다면 적응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나. 투자업계선 아무래도 기존에 하던 대표이사가 쭉 자리를 지키는 것을 선호하게 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
금융지주 계열 투자회사에 외부 전문가 대신 은행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선임되면서 긴장감이 돌고 있다. 그간 외부 투자자와 쌓아뒀던 관계나 진행하던 투자 건들을 감안할 때 장수 CEO(최고경영자)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는 점에서다. 특히 VC(벤처투자)나 IB(투자은행)과 같이 전문성이 필요한 계열사의 경우 대표의 역할도 적지 않다는 의견이다.
장수 CEO로 꼽히던 김경우 우리PE자산운용(이하 우리PE) 대표는 이미 몇 주 전부터 교체설이 제기됐다. 몇몇 임직원들을 상대로 ‘(대표 교체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주문을 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지난 15일 우리금융 자회사대표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에서 강신국 전 우리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장이 선임됐다.
KB금융지주의 대표적인 VC 계열사인 KB인베스트먼트(이하 KB인베) 역시 올초부터 회사 안팎으로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2018년부터 7년째 회사를 이끌어 온 김종필 KB인베 대표의 사임 소문이 돌면서다. 김 대표는 지난해 12월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부임한 뒤로도 연임에 성공했다.
소문을 두고 VC업계에서는 의아하다는 시각이 팽배했다. 회사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지만, 현재 김 대표는 미국 자택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 안팎에서 새 대표 하마평이 오르내리고 있다. 지주나 은행 출신 임원이 대표로 내려올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하나금융그룹 역시 초대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던 김동환 전 하나벤처스 대표 대신 은행 출신인 안선종 대표를 선임한 바 있다. 안 대표는 1992년 하나은행에 입행해 2015년 지주사로 옮기며 전략기획팀, 그룹전략총괄 상무 등을 역임했다. 2022년부터 하나은행 비즈혁신그룹장 부행장을 맡았다.
이처럼 금융지주 벤처투자, 사모펀드 등 투자 관련 계열사들 대표들이 잇따라 은행 내부 출신으로 바뀌며 투자업계가 뒤숭숭한 모양새다. 최근 들어 IB 전문성을 가진 외부 출신 인사들의 명맥이 점점 더 끊기고 있는 탓이다.
김경우 우리PE 대표는 2018년부터 회사 대표를 맡으며 누적 거래 자산규모를 기존 1조3000억원에서 약 2조3000억원으로 끌어올렸다. 지난해 약 16년 만에 약 1652억원 규모의 단독 블라인드펀드를 따내는 등 금융지주 PE로서 위상을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경우 대표는 JP모간,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IB를 거쳐 노무라증권에서 DCM(채권발행) 업무를 맡아온 ‘시장전문가’로 꼽힌다. 이 때문에 딜소싱부터 LP(기관투자자) 상대 네트워킹 등 다양한 방면에서 대표의 역할이 돋보여왔다는 전언이다. 앞서 바뀐 김동환 전 하나벤처스 대표 역시 골드만삭스,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에서 심사역을 맡아 VC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꼽힌다.
신임 우리PE 대표를 맡은 강신국 전 우리은행 부행장은 IB그룹 상무, 자금시장그룹 부행장, 기업투자금융부문장 겸 기업그룹장 등을 역임한 ‘은행맨’ 출신이다. 강 전 부행장이 은행 자금시장이나 기업금융 등을 담당하긴 했지만, 특수성이 감안돼야 하는 투자시장에서 네트워크를 쌓았다고 평가하긴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캐피탈이나 보험, 카드 등 금융지주 계열사 대표들은 대부분 은행 출신이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지난해 말 KB금융지주는 KB캐피탈, KB부동산신탁, KB저축은행 대표에 은행 및 지주 출신 인사를 선임했다. 우리금융 역시 지난해 3월 우리카드나 우리금융캐피탈, 우리종합금융 등 6곳의 자회사 대표를 모두 우리금융 출신으로 앉혔다.
하지만 투자은행(IB)부문이나 VC와 같이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외부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적지 않다. VC나 PE의 경우 투자를 담당하는 실무진은 20명~30명 내외로 타 계열사보다 소수인원으로 움직이는 곳이 많다. 이 때문에 실무자의 부담을 대표가 덜어줘야 하는데 이 때 시장에서 오래 몸 담은 대표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다는 전언이다.
뿐만 아니라 펀드 출자자로 관계를 맺어온 기관투자자와 지속적인 관계 유지 차원에서도 대표 교체보다는 유지를 원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우리PE는 지난 22년 한국성장금융의 출자사업을 시작으로 같은 해 한국수출입은행 ESG펀드, 중소기업중앙회 위탁운용 등 출자사업 등을 통해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했다. 해당 펀드레이징 과정에서 김경우 대표의 역할이 컸다는 업계의 평이 많다. KB인베 역시 지난 2년간 약 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왔다. 지난 6년간 꾸준히 김종필 대표가 수장을 맡으며 회사 성과나 브랜딩 차원에서 안정적으로 회사를 이끌었다는 평이 많다.
물론 금융지주나 은행과 펀드 조성 등의 업무로 엮이는 사례가 많은 투자 계열사 특성상 은행맨 출신이 선호된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계열사들이 공동으로 참여해 펀드를 만드는 경우 은행과 접점이 많은 대표가 지주와 소통시 유리하다는 점에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IB업계에서는 금융지주 산하 계열사로 편입되거나, 혹은 해당 계열사로 이직을 고려할 때 흔히 ‘양날의 검’이라고 말한다”라며 “투자실탄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표이사로 다소 업계와 동 떨어진 은행 출신 인사가 올 수 있다는 점은 예측이 어려운 리스크로 꼽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취재노트
하나벤처스·우리PE 등 대표이사 ‘은행맨’ 출신
KB인베까지, 외부 출신 장수 CEO들 자취 감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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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4년 03월 1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