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사업 확장에 수천억 들인 삼성생명, 순이익 기여도는 얼마나?
입력 24.03.22 07:00
삼성생명, 2030 중장기 전략으로 수익원 다변화 모색 中
해외 자산운용사 지분 취득 등 해외 투자 늘리고 있지만
당기순이익 기여도는 수십억원 수준…속도 더디다는 평
  • 그간 삼성생명이 글로벌 영토 확장을 위해 지분 투자에 수천억원을 들였지만 투자 성적표가 썩 좋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익 기여도가 미미해 중장기 목표인 '수익원 다변화' 달성 가능성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2023년 사업보고서에 반영된 세빌스 IM홀딩스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22억원, 총자산은 2680억원으로 집계됐다. 순이익이 247억원을 기록한 전년도 대비 10분의 1토막난 수준이다. 고금리로 인한 부동산업황 악화 여파를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세빌스 IM홀딩스는 삼성생명이 자산운용 육성을 위해 해외 투자에 나선 대표 사례 중 하나다. 삼성생명은 세빌스 IM 산하에 있는 부동산 자산운용사 세빌스 IM 홀딩스 지분 25%를 1170억원에 확보한 바 있다. 세빌스 IM은 영국 굴지의 자산운용사로 2022년말 기준 34조원의 자산을 운용하지만, 부동산 운용 실적은 좋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이 지난해 투자한 프랑스 인프라 투자 전문운용사 메리디암(Meridiam) SAS의 이익 기여도 역시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생명은 메리디암의 지분 20%를 3590억원에 취득했는데 삼성생명의 2023년 사업보고서에 반영된 메리디암의 2022년 연간 당기순이익은 387억원이다. 

    삼성생명이 세빌스 IM홀딩스와 메리디암의 취득 지분율이 25%, 20%라는 점을 고려하면 각각 2022년 삼성생명 순이익 기여도는 5억5000만원, 77억원으로 계산된다. 당기순이익 규모만 2조원에 달하는 삼성생명에 유의미한 수치는 아니라는게 업계 중론이다. 투자회사의 주식을 20% 이상 취득한 경우, 관계회사로 분류하고 해당 회사의 당기순이익을 지분율만큼 영업외손익으로 계산해야 한다. 

    삼성생명 글로벌 사업의 또다른 한 축, 해외법인도 실적도 변변치 않다. 삼성생명 2023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태국법인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2억원에 불과하고 삼성생명의 중국 합작사 중은삼성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15억원에 그친다. 

    이에 삼성생명의 해외 사업 확대 및 수익 다변화 의지와는 별개로 진행 속도가 더디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생명이 글로벌 영토 확장에 나선 건 꽤 오래 전이다. 지난 2020년 삼성생명은 국내 보험에만 의존하던 수익원을 다변화기 위해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해외보험과 자산운용의 수익비중을 각각 30%, 32%까지 늘리겠다고 설명했다.  

    작년 5월, 전영묵 삼성생명 전 대표는 창립기념사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산운용과 해외보험 사업 육성에 전력을 다 하겠습니다"라며 글로벌 사업 확대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미래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자원을 집중 배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 삼성생명의 해외 사업 성과는 여타 보험사와 마찬가지로 미미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생명보험업계 1위로 재무 여력이 충분한만큼 더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한국 금융연구원이 지난 12월 낸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의 해외사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 선으로 글로벌 보험사에 비해 낮다.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주요 글로벌 보험사의 경우 총 당기순이익 및 총자산에서 해외사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66.8%, 61.2%에 달하는 반면 국내 생명보험사는 1.5%, 0.5%, 국내 손해보험사는 0.5%, 1.7% 정도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생명보험사의 성장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수익원 다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다만 업계 1위인 삼성생명도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