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총장서 또 등장한 M&A 예고…빅딜 기대감은 더 멀어졌다
입력 24.03.21 11:36
취재노트
'3년 내'에서 '조만간'으로 후퇴한 M&A 예고 재방송
시장 기대치 충족할 만한 M&A는 쉽지 않은데
성사 가능한 전장·가전 등 제조업체는 기대감 바닥
  • 삼성전자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또 한번 인수합병(M&A)이 예고됐다. 3년 전 최윤호 당시 삼성전자 경영기획실장이 약속한 유의미한 M&A 약속은 이미 지켜지지 못했다. 이번에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조만간"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약속했다. 

    조만간은 올해 안을 의미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시기는 물론 규모에 대해서도 구체적 다짐을 두지 않았으니 재방송이되 본방보다 훨씬 후퇴한 모양새가 됐다. 자연스레 시장에선 별다른 기대감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시장이 기대하는 삼성전자의 M&A는 기업 가치 확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빅딜'을 의미한다. 규모나 전략 측면에서 삼성전자 체급을 다음 차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만한 M&A가 아니라면 유의미하다고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투자가들은 한 부회장이 전일 주총장에서 꺼내든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사례는 성과로 쳐주지 않고 있다. 기업 가치에 반영되기는커녕 국내 증시에서 로봇 테마가 잠시 활개를 치는 수준에 그쳤다. 

    이만한 기대치를 채워줄 수 있는 영역으로는 결국 반도체나 인공지능(AI) 정도가 거론된다. 그러나 반도체는 강대국 패권 경쟁의 최전선이라 사실상 거래 불가의 영역으로 넘어가 버렸다. AI는 삼성전자보다 덩치가 큰 글로벌 빅테크들이 자본력과 기술력을 쏟아부으며 연일 판을 키우고 있다. 인수 가능한 규모의 알짜 기업들도 자고 일어나면 뒷전으로 밀려나는 형국이라 전략적 판단이 쉽지 않을 거란 분위기가 전해진다. 

    반면 의지가 따라줄 경우 성사 가능한 영역인 가전, 자동차 전장 등 HW 제조업체는 규모가 커도 유의미한 M&A가 될 수 없을 거란 평이 나온다. 

    부가가치 측면에서 SW 산업에 밀려난 지 오래고, 애플과 테슬라 이후 HW와 SW 통합 작업에 성공한 빅테크가 생태계를 독식하는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 가전 업체나 완성차, 전장 부품사들도 제조업 한계에서 벗어나는데 사활을 걸고 있지만 속속 실패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이런 시기 삼성전자가 대형 M&A를 통해 제조업 영역을 확장할 경우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울 거란 얘기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의 인수 가능성이 거론된 독일 콘티넨탈 전장 사업도 SW와 HW 통합 작업에 돈을 쏟다가 구조조정에 들어간 케이스"라며 "삼성전자는 지금 보유한 전장, 가전, 모바일 등 HW 사업도 통합 작업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지난해 해외 가전 업체를 살펴본 사례도 그렇고 제조업체를 또 인수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의지와 무관하게 시장 우려를 단번에 해소할 수 있는 유의미한 M&A가 그만큼 어려운 상황이란 얘기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작년 이후 활발하게 여러 안건을 검토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분위기가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