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이관했으면"…이지스ㆍ마스턴 위기설에 기회 노리는 운용사들
입력 24.03.25 07:00
이지스ㆍ마스턴 중징계 가능성에 해외LP 술렁
펀드 이관 노리는 경쟁사…물밑에서 영업 준비
성수동PFㆍ물류센터 등 사업장 인수 검토하고
이지스 경영권 인수 위해 계산기 두드리기도
  • 국내 대체투자 전문 자산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과 마스턴투자운용이 금융당국의 사정권에 들면서 위기설에 휩싸였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당국의 조사 결과에 따라 부동산 업계의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전운(戰雲)도 감돌고 있다.

    불안감이 높아진 해외 기관투자자(LP)들 사이에선 펀드 이관까지 거론하는 가운데, 경쟁 운용사들은 이를 이관 받아 해외 네트워크를 확대해보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부동산 투자에 강점이 있던 금융사 및 사모펀드는 조만간 매물로 나올 이지스자산운용의 경영권 지분 인수를 검토 중이다. 이지스ㆍ마스턴의 위기를 기회 삼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보겠다는 경쟁사들의 수싸움이 치열해진 상황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지스ㆍ마스턴을 제외한 자산운용사들은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 전략을 전면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금융감독원 조사로, 이지스와 마스턴은 대체투자 시장에서 조금씩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양사 펀드에 출자했던 해외 LP들 사이에선 이탈 움직임도 감지된다. 

    일부 해외 투자자는 펀드 수탁은행을 대상으로 펀드 이관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운용사에 법적 문제가 발생해 운용에 차질이 생길 수 있으니, 믿을 만한 운용사에게 펀드를 이관해 국내 부동산 투자를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라임펀드 사태에서 판매사(은행)들은 라임자산운용의 펀드를 리코자산운용, 대신증권 등에 이관하기도 했다. 

    이지스와 마스턴은 연내 제재 여부 및 수위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영업정지 등 중징계가 내려질 경우, 당국은 펀드 해산도 명령할 수 있다. 올해 들어 이지스와 마스턴 위기설이 점화되자, 국내 운용사들은 양사의 대체투자 펀드 이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관이든 해산이든, 해외 LP들을 잡을 수 있는 기회라는 인식이 크다. 

    대형 자산운용사 임원은 "양사에 문제가 생길 경우, 국내외 연기금들이 운용사를 교체할 것인지 계속 갈 것인지 여부가 업계 최대 관심사"라며 "이번 사안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국민연금과 해외LP가 운용사 교체를 원한다면, 이를 노리고 있는 회사들과 경쟁을 통해 받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순자산 기준으로 이지스에 밀렸던 미래에셋ㆍ삼성SRAㆍKBㆍ하나대체투자 등 자산운용사들은 양사가 보유한 부동산PF 사업장 인수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가 태영건설과 함께했던 성수동 오피스 사업장, 마스턴이 보유하고 있는 일부 물류센터 등의 수익성을 분석하고 내부에서 저가 매입 가능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체투자에 강점이 있던 금융그룹과 일부 사모펀드들은 이지스자산운용의 경영권 지분 인수까지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 사업 비중이 높은 금융사들이 인수할 경우, 부동산업계 내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 관계자는 "이지스의 경영권이 매물로 나오면 해외 네트워크가 좋은 국내 유명 사모펀드나 금융지주 산하 운용사에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이지스가 최근 펀딩에 어려움을 겪고는 있지만 여전히 시장 지배력이 강하기 때문에, 자사의 LP 네트워크와 결합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곳들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