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년째 '감감무소식' 리서치 관행 개선, 밸류업에 밀려 이번에도 백지화?
입력 24.04.11 07:00
취재노트
리서치 관행 개선 TF, 10월 종료 후 감감무소식
밸류업·테마주 단속 등 이슈에 밀려 '뒷전'으로
증권가 "당국, 벌인 일은 많은데 수습은 미흡"
  • 금융당국이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신뢰성을 제고하고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추진하던 '독립리서치 제도화'의 시계가 작년 10월에서 멈췄다. 관련 TF 운영이 종료된 지 반 년이 지났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과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여러 금융 이슈가 겹치면서, 리서치 관행 개선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평가다. 당국은 내달 중으로 밸류업 프로그램 2차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치 테마주 단속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당국이 벌여놓은 일에 비해 수습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3월 리서치 관행 개선 TF를 발족했다. 이후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등과 협력해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왔다. '매수 일색'인 증권사의 종목 리포트 관행을 개선하고자 하는 취지에서다.

    이와 함께 독립리서치사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안도 함께 추진했다. 기업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증권사와 달리 독립리서치사는 보다 객관적인 리포트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7월 금감원은 증권업계 CEO와의 간담회를 개최해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업계의 의견수렴을 거친 리서치센터 개선방안을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에게 발송하기도 했다. 최종 개선안은 아니었지만, 상당히 구체적인 방안들이 담겨 있어 당시 증권업계에서는 실제 제도 개편이 머지않았다는 시각이 팽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당국이 각 증권사에 보낸 개선안에 따르면 증권사별로 리포트 발간현황과 최근 5년간 애널리스트별 괴리율을 공시하고, 애널리트스의 조사분석 업무와 영업부문간 연계 행위를 일부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 영업을 겸하는 리서치센터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동시에, 책임감을 강화는 방향성으로 풀이된다.

    이후 현재까지 개선안 시행과 관련해 진전된 사항은 없다. 증권사의 매수 일색 리포트 관행에도 개선은 없었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증권사 '매도' 의견 비중은 0.1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초부터 금감원이 간담회 등을 통해 증권사에 경고장을 날렸지만, 실제 제도 개선 없이는 변화가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한 대형 증권사 연구원은 "연구원의 입장에서 투자자의 민원, 상장사의 차등 대우와 불이익 등의 패널티를 고려하면서까지 매도 리포트를 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정부나 당국이 정책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준다면 가능하겠지만, 권고만으로는 어렵다"고 말했다.

    당국은 리서치 관행 개선 TF가 지난해 10월을 끝으로 활동을 중단한 것과 별개로, 빠른 시일 내에 개선안을 공표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리서치 관행 개선이 당국의 업무 처리 순위에서 이미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당국이 총선을 앞두고 일을 벌이기만 할 뿐,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지난 2월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를 개최해 밸류업 프로그램 방안을 발표했지만, 당시 증권가에서 기대하던 주주 배당수익 분리과세 등의 세제지원 혜택이 빠져 '빈 껍데기'란 혹평을 받기도 했다. 오는 5월 2차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지만, 총선이란 변수를 고려하면 기대감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금감원이 2월 1일부터 운영하고 있는 정치 테마주 관련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집중 제보 기간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당국의 특별단속이 무색하게 주요 총선 주자들과 엮인 테마주들은 연일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며 '단타 놀이터'로 전락했다는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벌여놓은 일은 많은데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리서치 센터 제도 개선 시행은 거의 막바지 단계로 알고 있었는데 어느새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고, 그 사이 정치 테마주를 잡겠다고 집중 제보 기간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