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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총선 패배로 윤석열 정부의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 가시화한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이 진두 지휘하고 있는 금융정책의 향방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입부터 파생상품 배상 압박까지 그간 '신생 정부'의 막강한 권력이 후광으로 작용했지만, 앞으로는 산발적 저항이 지속될 거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이복현 원장은 12일 금감원 내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주관했다. 이 자리에서 이 원장은 '4월 위기설'을 의식한 듯 "PF발 불안 요인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지 않도록 사업성 평가기준 개편 및 부실사업장 정리와 재구조화 등을 차질없이 이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조만간 사업성이 충분한 사업장엔 신규 자금을 지원하고, 어려운 사업장은 경매ㆍ공매를 활성화하는 방안 등이 담긴 '부동산 PF 정상화 계획'도 발표할 예정이다. '총선이 끝나면 억지로 미뤄둔 부실이 붕괴하며 시장을 덮칠 것'이라는 소문에 대응해 기민하게 움직이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문제는 이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다. 여당이 총선에서 참패한 후, 사실상 국정 운영 동력이 상실된 상황에서 금감원의 '대책'이 시장에서 얼마나 실제로 작동할지에 대해 의문부호가 붙기 시작한 것이다.
당장 이복현 원장의 거취부터가 관심사다. 총선 직후 한덕수 국무총리 및 대통령실 수석급 이상 비서진(국가안보실 제외)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이 원장은 지난해 말에도 대통령실로 이동할 가능성이 점쳐졌던 바 있다. 대통령실에서도 국정 쇄신을 위해 인적 쇄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만약 경제부문 비서진 개편이 이뤄진다면, 이 원장이 대통령실 영입 1순위라는 평가가 없지 않다.
그간 이 원장은 '월권'이라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광폭 행보를 보여왔다. 당장 5월 런던 등 해외에서 열릴 예정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설명회도 이 원장이 주관할 예정이다. 이런 행보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건 '대통령의 심복 출신 실세 관료'라는 후광 효과였다는 분석이 많다.
만약 이 원장이 대통령실로 이동한다면 금감원이 지금 같은 역할을 지속 수행 가능할거라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금감원이 금융위 역할까지 일부 대신해가며 단단히 잡고 있던 '그립감'이 일시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감독 정책'의 연속성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한 금융사 리스크담당 임원은 "이전에는 금감원으로부터 징계 사전통보만 받아도 사퇴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지금은 가처분ㆍ행정소송은 당연하고 대법원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버틸 수 있는 만큼 버티는 게 기본이 됐다"며 "현재 금감원의 위상은 이복현 원장 개인에 의존한 바가 크기 때문에 지속불가능하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이 금감원에 남아 업무를 지속하더라도 무게감은 이전과 다를 수밖에 없을 거란 평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에 대해 유권자들이 심판의 뜻을 밝힌 상황에서, 정책의 실행자인 이 원장 역시 힘이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당장 증권가에서 '총선용 포퓰리즘 정책'으로 지목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자율배상 등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경우 야당이 국회 다수당을 차지하며, 세법 개정을 통해 세제 혜택을 부여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원장이 오는 5월 글로벌 투자자들을 직접 만나 관련 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인데 마땅한 징벌도, 그럴싸한 인센티브도 없는 상황이라 '속 빈 강정'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공매도 전면금지의 경우 글로벌 스탠다드와 동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돼왔다. 선진국 지수 편입 등 '다른 업적'을 위해선 오히려 정책 폐기가 유리하다는 점에서 재검토 가능성이 언급된다. 자율배상의 경우 주요 은행들이 이사회 결의를 거쳐 투자자들과 협의를 시작했는데, 입장차가 커 속도를 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율배상시 과징금을 줄여주겠다'는 금감원의 약속이 지켜질지에 대해서도 잡음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한발 더 나아가 이 원장이 여당 총선 패배에 일조했으니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금융회사의 수익을 죄악시하고, 성과급 지급 방식을 현재보다 불리하도록 유도한 게 금융권 유권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금감원에서는 증권사 성과급 지급 체계와 관련, 현금 지급을 금지하는 극단적인 방안까지 검토하기도 했다.
다른 금융사 관계자는 "정부가 '고소득 전문직'인 의사 직군을 억압하는 모습을 보며 일부 금융권 종사자들이 '다음은 우리 차례 아니냐'며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다"며 "사람과 '소통'하기보단 '단죄'하는 검찰 문화가 금감원에 스며들며, 금융회사와 감독당국간 피드백의 선순환이 일정부분 끊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Invest Column
'대통령 심복 출신 실세 관료' 후광 효과 줄어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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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4년 04월 12일 14:2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