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어려운데 모기업 이마트는 '흔들'…SSG닷컴 FI의 험난한 투자금 회수
입력 24.04.22 07:00
SSG닷컴 투자유치금액만 3조원
FI 풋옵션 트리거는 사라졌지만, IPO는 추진할 듯
이마트도 FI도 IPO 절실한 상황
어피너티 믿을건 SSG닷컴 뿐…눈높이 조율이 관건
  • 이커머스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에서 SSG닷컴(쓱닷컴)은 사라진 지 오래다. 한 때 쓱닷컴의 경쟁자로도 여겨졌던 쿠팡은 올해부터 흑자 기조로 돌아서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 시장에선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저가 중국 플랫폼 업체들이 공세를 시작하며 시장 잠식에 나서고 있다.

    2018년과 2022년 신세계그룹이 두 차례에 걸쳐 어피너티(Affinity Equity Partners)와 블루런벤처스(BRV)로부터 총 1조원의 투자를 유치할 당시만 해도 쓱닷컴의 실적 개선 기대감, 기업공개(IPO) 성공이란 장밋빛 전망이 있었다. 뒤이어 2021년 이마트가 G마켓(이베이코리아)을 3조4000억원을 들여 살 때도 신선식품을 비롯해 쿠팡에 비견할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란 희망도 있었다.

    현 시점에서 쓱닷컴은 여전히 적자다. 지난해 적자 규모가 전년과 비교해 100억원가량 줄긴 했지만 여전히 1000억원 이상의 영업 적자를 기록중이다. 쓱닷컴 부진의 여파는 고스란히 모회사에 미치며  이마트는 지난해 창립 이래 처음으로 적자(470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AA였던 신용등급도 최근 AA-로 한 노치 강등됐다. 

    이마트가 올해 갚아야 할 사채의 규모는 9000억원 넘는데,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한 조달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여기에 신세계건설이란 잠재적 리스크가 상존해 있는 탓에 신세계그룹은 자본시장 관계자들이 가장 관심 갖는 기업으로 급부상했다.

    쓱닷컴이 활로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가장 불안한 건 역시 쓱닷컴 재무적투자자(FI)들이다. 어피너티와 BRV 등 FI의 지분율은 30%이다. FI가 투자할 당시 책정한 기업가치는 약 3조3000억원이다.

    투자 당시만해도 FI들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FI들은 SSG닷컴이 일정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해당 조건은 ▲2023년까지 총 매출(GMV) 기준 5조1600억원 이상 달성 ▲IPO위원회가 선정한 복수 IB의 IPO 가능 의견 제출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그런데 이미 해당 조건이 충족돼 FI의 풋옵션 행사 가능성은 사라진 것으로 파악된다. 

    만약 해당 조건들이 충족되지 못해 FI가 풋옵션을 행사했다면 이마트는 1조원이 넘는 자금 출혈을 감당해야 했다. 지금의 그룹 재무 여력을 감안하면 근간이 흔들리는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 그룹 차원에선 일단 한 고비를 넘기긴 했지만 역시 IPO를 성사해야 하는 과제는 남아있다. FI의 풋옵션 대응이 아니더라도 IPO를 통해 유의미한 현금흐름을 만들어 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본업의 부진을 떨어내기 위해 희망퇴직을 비롯해 위기 극복을 위한 총력을 다하고 있다. 현재 이마트의 주가는 최근 들어 매일 신저가를 거듭하고 있다.

    투자를 주도했던 어피너티 또한 무엇보다 SSG닷컴의 회수가 중요해진 시점이다. 버거킹 매각은 이미 한 차례 실패했는데, 최근엔 무리수를 둔 마케팅으로 브랜드의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었다. 락앤락을 시장에 매각하긴 쉽지 않은 상황. 적자를 기록중인 요기요는 임원 선임을 두고 FI간 갈등이 불거졌다. 내부적으론 전성기를 이끌었던 핵심 인사들은 떠났고 국내 펀드 결성을 위한 자금모집도 멈춘 상태다.

    역시 관건은 쓱닷컴이 최소 3조~4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달성할 수 있느냐로 귀결한다. 그룹과 FI 측이 최초 목표로 한 지난해 GMV목표치 10조원 달성은 이미 실패했고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높은 몸값을 인정받기 위해선 돈 잘 버는 피어그룹(동일업종기업)에 의지해야 한다. 쿠팡을 피어그룹(동일업종기업)으로 삼기엔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는 평가도 있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쓱닷컴의 사업 업종 내 경쟁상황, 시장지위를 고려할 때 IPO 추진이 본격화해도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그리 높을진 모르겠다"며 "대주주의 지원이 계속될지도 미지수인 상황이기 때문에 아주 유의미한 실적으로 증명하지 않는 이상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높은 몸값(기업가치)을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