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때 아닌 자격논란…공제회 본감사 앞두고 피감기관서 '스터디'?
입력 24.04.22 07:00
취재노트
예비감사서 불거진 감사원 자격 논란
부족한 대체투자 업계 생리 이해도에
규모 가장 큰 교공서 가장 오래 머물러
감사원이 피감기관 '스터디'하며 감사?
  • 1년을 넘게 끌어 온 감사원의 연기금·공제회에 대한 대체투자 운용 및 관리실태 감사가 오는 5월 본감사를 앞두고 있다. 2월부터 현장을 방문해 예비감사를 진행했던 감사원은 이달까지 모든 공제회를 상대로 예비감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다만 현장 예비감사 과정에서 때 아닌 자격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특정 공제회에 특별히 장기간 체류하며 대체투자 등 감사 주제 관련 '스터디'를 진행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대체투자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감사 과정에서 질의응답이 오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피감기관에서 스터디를 진행할 정도로 업계 생리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감사원이 제대로 본감사를 진행할 수 있을 지 의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감사원은 현장 예비감사를 진행하면서 교직원공제회에 가장 오랜 시간을 할애했다. 감사원은 2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각 각 약 3주 가량 교직원공제회에 머물렀는데, 그 기간동안 '풀타임' 상주하지는 않았고 필요할 때 수시로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타 공제회에는 3~4일 정도씩만 상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연금 등 3대 연기금의 경우 현장은 방문하지 않고, 자료만 받아본 것으로 전해진다.

    교직원공제회는 공제회들 중 운용자산(AUM) 규모가 가장 크고 업력도 가장 오래됐다. 투자 관련 제도와 의결 프로세스 등이 가장 선진화돼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감사원도 교직원공제회의 대체투자 자료를 들여다보며 스터디하고, 감사의 기준점을 정립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타 공제회들도 제도 등이 미흡할 때 교직원공제회를 벤치마킹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감사원이 공제회에 정기적으로 감사를 나가는 기관이 아니다보니 관련 히스토리 등이 부족하다"며 "특히 대체투자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라 감사원 입장에선 공제회 중 가장 규모가 큰 교직원공제회를 스터디하는 과정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이 각 공제회에 현장 예비감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해당 공제회 투자담당 실무진들의 불편함도 적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감사원 감사역들에게 자료를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느라 업무 공백이 생기고, 감사원 방문 일정도 연기되거나 일관적이지 않아 업무 일정을 수립하는 데 차질이 생기기도 했다는 것이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감사원에서 작년부터 나온다고 이야기해서 연말 출장 일정도 취소했는데 결국 방문한 것은 올해 3월이었다"며 "3월에도 3주 정도 있을 거라고 이야기했는데, 막상 3일 정도만 있다가 돌아갔다"고 말했다.

    다른 공제회 관계자는 "감사원에서 2월에 방문해 질의했던 내용을 3월에 다시 방문했을 때 똑같이 물어봤다"며 "재차 설명해줬더니 그제서야 이해했다고 말해서 당혹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진행하면서 각 공제회별로 방문 횟수나 시간 등이 모두 달랐다. 각 기관별 특성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특정 기관에 시간을 더 쏟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번 일관성 부족에 따른 혼란은 감사원의 부족한 전문성에서 기인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특히 피감기관을 방문해 기제출한 자료에 대한 소명을 듣는 것을 넘어 공제회 대체투자 프로세스 전반을 스터디한 것은 주와 객이 전도된 셈이란 평가다.

    아직 본감사에 돌입조차 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투자업계에서는 감사 결과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2022년 9월 공제회에 대한 감사 권한을 가져온 감사원 산업금융감사국(산업금융4과)은 이번이 사실상 공제회에 대한 첫 감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