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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중단되다시피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브릿지론을 일부 금융기관들에서 다시 취급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브릿지론은 본격적으로 PF 사업을 일으키기 전 토지 확보를 비롯한 초기 자금을 대출해 주는 것을 말한다. 금융사는 시행사의 사업의 계획을 바탕으로 추후 수익성을 예상하지만, 본PF로 전환하기 전까지는 일정 수준의 위험성(리스크)을 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
최근 들어 새마을금고 일부 지점들은 금융 주선기관들을 상대로 브릿지론을 취급할 의향을 전달하고 있다.
지난해 새마을금고 중앙회가 내홍을 겪은 이후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물론 지역금고의 대체투자부문 출자는 사실상 멈췄다. 특히 부실PF 대출로 인해 전반적으로 연체율이 급증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PF 투자는 사실상 금기시 돼 왔다.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말 쇄신안을 발표하며 200억원 이상의 공동대출은 중앙회 참여를 의무화하고 부동산 건설업에 대한 여신한도도 총 50%로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단위 금고에서 브릿지론을 취급하기 시작한 것은 개별 금고들이 수익을 올릴만한 방안이 딱히 없기 때문이란 평가다.
단위 금고에서 대규모 기업 여신을 취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우량 기업들을 상대로 한 영업이 제한적일뿐 아니라, 지점별 몇 되지 않는 인력으론 전문적으로 기업여신을 심사하기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오랜 기간 단위 새마을금고들은 비교적 사업성 분석이 쉬운 공동대출 형태로 PF시장에 뛰어들었고, 회수 기간이 비교적 짧은 브릿지론도 그 대상 중 하나였다.
사업장 그리고 사업주의 신용도에 따라 다르지만 새마을금고 지점의 브릿지론 금리는 약 7~8% 수준으로 책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릿지론의 회수 기간이 약 3년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양호한 수익률이다. 브릿지론 영업을 펼치는 단위 새마을금고는 주요 거점에 위치해 자산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지점들이 대부분인데, 중앙회의 개입 여지가 적은 100억원 미만의 소액 출자를 주로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메리츠증권도 다양한 사업장의 브릿지론 출자를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증권의 브릿지론 취급이 아직 활발하다고 보긴 어렵고 실제 승인이 난 사례도 드물지만 부동산 업계에선 메리츠증권의 브릿지론 출자가 곧 재개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메리츠증권 등이 요구하는 금리는 10% 내외 수준으로 다른 업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기 자금이 반드시 필요한 사업자들이 찾는 제 1순위 금융기관이 바로 메리츠증권이다.
최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과정에선 금융당국의 부실PF 정리 의지가 확실하게 드러났다. 태영건설의 경우 청산 절차를 밟기로 결정한 사업장 대부분이 브릿지론 단계의 사업장이다. PF 초기 단계서부터 사업성을 선별하겠단 의미인데 이 같은 정부의 기조는 태영건설뿐 아니라 대부분의 PF 사업장에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정부가 PF 사업장의 수익성을 면밀히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금융기관들의 부담을 더욱 늘어나게 됐다. 이미 PF 사업장의 분류를 보다 세분화하고, 회수가 의심되는 사업장에 대해선 금융기관들의 충당금을 대폭 상향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현재로선 저축은행 업권이 가장 큰 부담인 상황이지만 이 같은 조치의 여파는 제2금융권과 상호금융업권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여전히 냉랭한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 속 부실 PF발(發) 언제 어떤 방식으로 터질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일부 기관들의 PF, 브릿지론의 출자가 보다 신중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취재노트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4년 04월 1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