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컴퍼니, 한온시스템 회수 종착지는 한국타이어…잔여 지분에 달린 성적표
입력 24.05.03 20:41|수정 24.05.03 20:46
2021년 이후 해외 매각 추진했지만 결론 못내
작년부터 4호펀드 결성 추진…회수 성과도 중요해져
주당 투자 가격 수준 회수성적…기존 리캡 등 성과도
투자 10년차 회수…잔여 지분 처리에 최종 결과 달려
  • 한앤컴퍼니가 장기 투자 포트폴리오인 한온시스템을 공통 투자자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에 매각하기로 했다. 오랜 기간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며 경영권 매각 등 회수 시도를 했으나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자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최종 투자 성적표는 이번에 남겨둔 지분의 처분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3일 한국타이어는 올해 말까지 한온시스템 지분율을 현재 19.49%에서 50.53%까지 늘려 경영권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앤컴퍼니 보유 지분(50.5%) 중 절반을 주당 1만250원에 사들이고, 유상증자도 진행하기로 했다. 거래가 완료되면 한앤컴퍼니는 지분 약 23%를 보유한 2대주주가 된다.

    한앤컴퍼니는 지난 2014년 미국 비스테온그룹으로부터 한온시스템(옛 한라비스테온공조)을 인수했다. 총 거래 지분은 69.99%로 한앤컴퍼니가 50.5%, 한국타이어가 19.49%를 각각 인수했다. 한앤컴퍼니 2조7512억원(자기자금 1조496억원, 차입금 1조7015억원), 한국타이어 1조617억원 등 3조8129억원을 투자했다.

    한앤컴퍼니는 2021년 주관사를 선정해 한온시스템 매각을 본격화했다. 당시 한온시스템 주가는 팬데믹 충격파를 벗어나고 친환경 차량 분야 기업이라는 점도 부각하면서 10조원 안팎을 오갔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5조~6조원대 금액도 기대할 만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SK그룹과 LG그룹, 프랑스 발레오와 독일 말레, 글로벌 사모펀드(PEF) 등이 한온시스템에 관심을 보였다. 다만 수조원대 인수 금액에 부담을 느끼며 본격적인 협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후 한온시스템의 매출은 성장했으나 이익창출력은 떨어졌다. 신용평가사의 시각은 엄격해졌고, 주가도 부진했다. 최근 시가 총액은 3조5000억원을 밑돌았다.

    이후에도 일부 해외 기업이 한온시스템 인수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시각차는 좁히기 어려웠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성장성도 둔화하면서 유의미한 원매자를 찾기 쉽지 않자 기존 파트너인 한국타이어에 매각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작년 이후 4호 블라인드펀드 결성에 나서면서 회수 성과도 필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 10년 만에 회수 성과를 내게 됐다.

    한국타이어는 한온시스템 공동투자 후 6년이 지나 기존에 갖고 있던 우선매수권(RoFR, Right or First Refusal)이 소멸한 상태다. 단 별도의 입찰이 없었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협상에 임한 것으로 보인다. 후한 프리미엄을 얹긴 했지만 최초 투자한 주당 금액과 비슷한 수준으로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게 됐다.

    한앤컴퍼니는 한온시스템 인수 후 배당과 리파이낸싱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해 왔다. 2017년과 2019년엔 리캡(자본재구조화)을 통해 출자자(LP)에 자금을 돌려줬고, 2021년엔 리파이낸싱으로 차입금리를 낮추기도 했다. 이번 거래까지 감안하면 소기의 회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한앤컴퍼니의 한온시스템 최종 투자 성과는 잔여 지분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일단 중요한 회수 단계는 넘은 만큼 향후 주가 상승을 기다려 지분율을 줄여나갈 가능성이 크다. 이번 거래 이후 한국타이어에 주식을 매각할 수 있는 권리, 혹은 한국타이어가 잔여 지분을 사올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느냐도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