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진도 감수?…시중은행發 PF 자금이 돌기 시작했다
입력 24.05.10 07:00
취재노트
  • 부동산 위기설의 시작점이던 총선이 끝났지만 건설·부동산 시장은 요동치지 않았다. 여전히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리스크가 온전히 수면 위로 드러났다고 보는 이들은 많지 않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의 '4월 위기설'은 이제 '5월의 위기설'로 이연하는 모양새다.

    시장에 퍼져있는 위기설과는 달리 일부 PF 사업장들에선 지난해와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지식산업센터 물류센터 등이 아닌 일반 주택 및 주상복합 개발 사업 등에 한정해서 브릿지론이 연장되고, 본PF가 추진되는 등 정상화의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난다.

    이는 실체가 다소 모호한 위기를 기회 삼아 자산을 늘리려는 발빠른 금융기관들 때문이다. 새마을금고의 일부 지점들,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는 일부 증권사는 이미 일부 수도권 PF사업장에 브릿지론 출자를 검토하고 있다. PF사업의 초기단계인 브릿지론에 출자하는 기관이 사실상 전무했고 출자를 결정한 기관들의 요구 수익률은 법정 최고금리(20%)와 달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분위기가 크게 반전했다.

    브릿지론 뿐만이 아니다. 일부 시중은행들은 본PF 출자를 검토중이다. 은행들의 PF 출자는 대부분 선순위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사실 리스크 노출이 타 업권에 비해 덜한 편이다. 그럼에도 경색된 부동산 시장 분위기 속에서 은행들의 PF 출자 자체가 거의 멈춰있었는데 최근 수도권 사업장의 출자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평가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초만해도 PF대출 자체를 아예 검토하지 않는 은행들이 많았는데 최근엔 PF 출자를 재개하는 분위기가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위기설로 인해 은행들의 PF출자액이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강화해 수익을 올리는 데는 한계가 분명한데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PF대출 잔액이 줄어들면서 수익률 방어 부담이 커졌단 평가다. 최근 들어 금융기관별 위험가중자산(RWA)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면서, 은행들도 대체투자부문 등 에쿼티 출자를 꺼리는 상황이다. 기대 수익이 높은 투자자산이 마땅치 않다는 점은 PF대출로 다시 눈을 돌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실 공실과 미분양 우려가 적은 수도권 지역의 우량한 사업장이라면 선순위 대출에 대한 부담은 비교적 적을뿐더러 7~8% 수준의 기업대출 대비 높은 수익률도 기대할 수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건전성 관리로 인해 여신의 규모가 다소 줄어들고 있는데 특히 (PF대출과같은) 고수익 여신 규모가 줄어든다는 점은 부담이 된다"며 "PF대출을 과거와 같이 활발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면밀히 따져보고 선별적으로 출자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대출 잔액이 줄어들고, 기대수익이 낮아지면 여신 담당자들의 성과평가지표(KPI)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같은 이유로 최근엔 위험성이 거의 없다고 평가 받는 우량 PF사업장엔 대출 경쟁이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수익률이 거의 없거나, 수수료 및 제반 비용 고려하면 오히려 소규모 역마진이 발생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감수하고도 출자를 통해 대출 자산을 쌓으려는 전략이다.

    정부는 부동산 위기의 진화를 위해 자금이 PF 사업장에 흘러가게끔 하는 'PF 정상화 방안'을 곧 발표한다. 다수의 금융사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과거와 같이 시중은행이 중심에 설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저축은행을 비롯한 제2금융권의 PF부실이 가속화하는 것을 은행권의 자금력으로 막겠단 취지로 정부의 선제적 대응이 얼마나 유효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브릿지론, 본PF 등 PF 시장에 금융권의 자금이 조금씩 흘러 들어가기 시작한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시장의 자연스런 자정작용을 왜곡하지 않도록 보다 세밀한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